이게 다 우리 부모의 잘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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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는 맞벌이를 하며 중학교 다니는 아들 하나를 두고 있습니다. 부모로서 잘해 준다고 하는데 녀석은 뭐가 부족한지 공부도 안 하고 바깥으로 돌기만 합니다. 정말 속이 상합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바쁘다는 핑계로 저희도 부모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자식이 그러는 게 다 우리 부모의 잘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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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그러니까 부모가 자식을 잘 기르려면 부부가 잘 생각하셔야 하고, 또 자식한테 효도는 받지 못할지언정 잘 살아서 마음이 편안해지려면 자기 부모를 위해서도 한번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자식이 부모를 위한다는 거는 은소반에 받들고 금소반에 받들고 뭐 돈을 많이 드리고, 이렇게 잘해 드린다고 해서 행복하게 해 드리는 게 아닙니다. 어른은 자식들이 요만큼만 말을 부드럽게 해 줘도 좋아하십니다. 또 돈이 얼마 안 들어도 요만한 걸 하나 가지고 “어머니 아버지, 잡숴 보세요” 한다면 그게 별 돈이 안 들어갔어도, 그리고 자기가 먹지 못한다 하더라도 너무나 흐뭇한 거예요.
요즘은 보면 부모가 돌아가셨는데도 제사를 안 지내는 사람도 많아요. 그거는 우리가 아침에 일 나갔다가 저녁에 올 때에 떡집에서 떡 하나만 사면 돼요. 케익 사듯이 그렇게 떡을 사고 꽃 한 송이만 사면 되고요. 물 한 그릇만 떠 놓으시면 되고 향, 초 그것만 켜 놓으면, 그리고 어머니든지 아버지든지 그 위패를 써서 놓고요. 위패를 써 놓지 않는다면 영혼이 접할 데가 없습니다. 꽃도 그래서 해 놓는 겁니다. 어디다가 응접할 데가 없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응접을 하고 ‘야, 너희들이 그래도 나 죽은 날을 그래도 생각해서 이렇게 식구가 한데 모여서 이렇게 하는구나. 착하구나 착해’ 하고선 그저 어떡하든지 잘되게 하느라고 긍긍 매는 그 부모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별거 아니에요. 나는 일을 다니니까 못한다, 뭐 음식을 많이 차려 놓아야 하니까 못한다 이런 거 다 거짓말이에요. 애들을 교육시키는 데도 그게 한몫 하죠.
예전에 이런 말이 있었죠. 부모를 갖다가 지게에다 져다가 버리려고 지고 가는데 아들이 따라오거든요. 따라오지 말라고 그래도 따라가요. 그런데 왜 할머니를 그렇게 내버리고 가느냐고 하니까 나라에서 그렇게 하라고 그러니까 한다. 그러니까 어느 나라 쳐 놓고 저희 어머니 아버지 갖다 버리라는 나라가 어디 있겠느냐고, 그러면서 그거를 막다가 막지를 못하니까 어머니 갖다 버린 지게를 다시 지고 내려와요. “그 지게는 뭘 하느냐, 이제 다 썼는데” 하니까 아버지 돌아가시면 져다 버려야 될 거 아니냐고 했단 말입니다. 그때서야 정신을 번쩍 차리고선 지게를 달라고 그래선 자기 어머니를 도로 모시고 내려갔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와 같이 내 부모를 내가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생각해 주겠습니까. 그리고 내 자식을 내 부모가 생각 안 해 주면 누가 해 주겠습니까. 그 모두가 다 여러분의 마음에 따라서 복을 받고 마음에 따라서 흥겹고 또 고가 없어지고, 모든 게 그러니까 고가 없다는 얘깁니다. 마음은 항상 공심으로서 공생으로서 여러분이 그렇게 이 진리를 따라서 사시게 된다면 고가 어디 있겠습니까. 말하는 끝에 한 번 더 말하죠. 사람이 살다 보면 모두가 살아나가는 데에 어찌 고가 없겠습니까. 괴로움도 있을 거고, 지금 현실이 그런데 어떻게 현실을 무시하고 그렇게 스님 말씀하는 것처럼 그렇게 하느냐고 하시겠지만 그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정신계가 물질계를 지배한다는 말입니다. 이 정신계가 이 물질을 움죽거리게 하고 보게 하고 듣게 하고 말하게 하고 이게 오고 가게 하고 이렇게 하는 그 자체의 영원한 근본 자체가, 자기가 없어지면 육신은 그냥 송장이 되는 겁니다. 나무가 뿌리가 없으면 송장이 되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 고등 동물인 사람이 돼 가지고도 진짜 사람 노릇을 제대로 못한다는 결론입니다.
그러니까 자기 자성이라는 이 주인공은 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위대한 근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우리 자식이 영 안된다 그러고, 뭐 여러 가지죠. 왜 자식이 나가서 돌아다니고 나가서 자고 공부도 안 하는지 그렇게 하는 이치가 여러 가지 각색이죠. 그런 건 여러분이 아무리 말로 하고 아무리 때리고 이래도 소용없어요. 외려 더 달아나가죠. 그러나 부드럽게 말해주고 부드럽게, 추운 데 나갔다 왔으면 “얘, 너 얼마나 춥니? 밥은 먹고 다니니? 난 무척 걱정했다” 그러고 나가서 일할 때면 하다못해 냉장고 바깥에라도 그렇게 써서 딱 붙여 놓는단 말입니다.
이게 모두가 요량이에요. 그리고 또 관하세요. 아들이든지 딸이든지 ‘나의 주인공과 너와 둘이 아닌데 너만이 모두 잘 이끌어줄 수 있잖아. 너만이 지켜줄 수 있어. 너만이 아들의 길이 캄캄하다면 헤쳐 줄 수 있는 것도 너뿐이야’ 하고 간절히 하고 그렇게 부드럽게 할 수 있는 부모라면 그 자식은 좋은 자식으로 잘 키워질 겁니다.
그런데 이거는 그렇게 하기 이전에 화부터 내는 거예요. 그 애가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마는, 죄가 있다면 바로 과거로부터 어떻게 부모가 살아왔으며 과거로부터 어떻게 살아온 영이 자기한테 끼리끼리 만나게 돼 있다는 거죠. 금은 금대로 금방에 있을 거고 무쇠는 무쇠대로 무쇠방에 있을 거고 이렇게요. 끼리끼리, 배는 배끼리 이렇게 끼리끼리 모여 있는데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부모의 잘못도 있고 자식의 잘못도 있는 거죠. 그렇다면 서로가 잘못 안되게 둥글게 만들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모든 점에서 내 소유물이라고 생각을 안 한다면, 좀더 능동적인 지혜로 이렇게 리드해 나갈 수 있는 그러한 마음 자세나 말 자세 그런 것이 꼭 필요합니다. 이건 내 소유물로 알기 때문에, 꼭 그렇게 해야 하고, 꼭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고, 당신은 내 거니까 내가 꼭 필요한 존재고, 내가 꼭 이렇게 하자는 대로 해야 된다 이런 게 아니란 말입니다.
이 세상에 날개를 가지고 훨훨 날면서 놀러 다녀도 시원치 않은데, 마음으로다가 그냥 딱 묶어서 요렇게 해서 항아리 속에다가 딱 넣어 놓고는 이렇게 한다면 넣어 놓은 사람도 그걸 지키느라고 꼼짝 못하고, 거기 들어간 사람도 꼼짝 못합니다. 이거는 산 지옥이지 그게 살아간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좀 넓게, 그렇다고 해서 다 팽개치라는 것이 아니고, 가설이 다 되어 있기 때문에 이 손바닥 안에서 어디로 가질 못해요. 전부 가설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니 그 안에서나마 좀 활력성 있게, 마음이 좁지 않게 지혜롭게 나가게끔 개선해 주는 게 어머니나 부인이나 또는 아버지나 남편이 서로서로 해야 하는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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