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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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스님께서도 치병의 도리에 대해 누차 말씀해 주시지만 그걸 완전히 제 것으로 소화해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신경을 조금만 썼다 하면 머리가 너무 아파요. 병원에서 특별한 병명이 없이 그냥 신경성이라 그러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공부로 잘 돌리고 싶지만 너무 아프면 아무 생각도 안 나요. 스님, 저는 이 아픔이 너무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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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우리 인간의 이 모습은 곤충의 집합소라고 볼 수 있어요.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수백 년 수천 년 내려오면서 진화가 돼서 사람은 됐으나 사람 속에 뭐가 들어 있습니까? 다 자기가 지어 놓은 인연들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몸 자체 속에 있는 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람들이 우글우글해도 곤충하고 뭐 다른 게 있으며 벌레하고 뭐 다른 게 있으며 짐승하고 뭐 다른 게 있습니까. 모습만 천차만별로 다를 뿐이죠.
그런데 우리가 모두 속에다가 곤충을 넣어 놓고 그것이 제가끔들 돌아서 내가 옳으니 네가 옳으니 이러고 사니까 못된 병이 생기고 그러는 거죠. 벌써 곤충들이 싸움이 나서 서로 잡아 죽이면 그냥 굳어지는 겁니다. 모두가 이러한 사태를 알고 이걸 대치를 하고 지내면 사는 것도 좀 유유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조복하라. 네 몸속에 있는 중생들도 둘이 아니게 조복하라.’ 그런 거죠. 그 모습 속에 있는 곤충들이 이 사람과 둘이 아니어서 하나로 공해야지 이 곤충 몸을 다 벗어버릴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여러분은 어디가 아프다 이런다면 그저 그 아픈 것만 생각하고 야단법석들을 하고 또 어디가 무너졌다 그러면 그 무너진 것만 가지고 법석들을 하는데, 지금 시급한 게 뭡니까. 이 곤충주머니에서 벗어나는 게 시급하지 그것이 문젭니까? 그래서 그런 병 증세나 어떠한 문제를 가지고 그거를 방편을 삼아서 공부해라 이런 것이죠.
왜 부처님께서 약사보살이다 관세음보살이다 지장보살이다 이렇게 이름을 내놨겠습니까? 그 관리인들의 이름은 이름일 뿐이지, 여러분이 다 근본에다 한데 합쳐 놓으면 보살이나 중생이나 둘이 아니다 이겁니다. 모든 게 부처로 둘이 아니게 되는 거다. 그러니까 둘이 아닌 까닭에 의식들의 그 인과성도 병 증세도 그냥 없어지는 거죠. 그런데 먼저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병부터 생각하니까, 나빠진 것만 생각하니까, 인생은 짧고 벗어나기는 긴데 어떻게 이것을 처리해야 하느냐. 그 처리는 한생각밖에는 없다 이겁니다, 한생각!
모든 걸 자기가 지어 놓고, 인과성이나 유전성이나 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거니깐 ‘너만이 해결할 수 있어.’ 그러곤 다 놓아서 버리라는데도 안 버리고 오히려 그냥 이거 낫게 하는 그것만 가지고 야단이거든요. 하나가 없어지면 둘 셋이 다 없어지는데 말입니다.
그렇듯이 여러분은 태어나기 이전의 자기를 무시한다 이겁니다. 태어나기 이전 자기는 정신계의 자기이고, 지금 현실에 보이는 물질적 세계는 바로 그 정신계의 자기가 형성시켜 놓은 자체거든요. 그러니 자기 나무가 자기 뿌리를 어떻게 무시하겠습니까. 병이 낫고 안 낫고 일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그거는 자기한테 그대로 보배로서 있는 건데 말입니다.
그거를 진짜 알아서 ‘낫게 하든지 낫지 않게 하든지 둘이 아닌 까닭에 너만이 할 수 있잖아. 지켜주는 것도 너고, 이끌어 주는 것도 너고, 해결사도 너고, 죽이는 것도 너고 살리는 것도 너야. 너뿐이야. 너만이 할 수 있어.’ 하고 지극하게 해 보세요.
부처님께서는 먼지처럼 돼서도 남의 속에 들어가서 건지십니다. 그렇게 하게끔 약사보살을 낸 거죠. 지금으로 치면 의사죠. 그러니까 여러분 속에 의사도 있고 다 있어요. 그렇게 찰나찰나 나투면서 그렇게 해결할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있는데 여러분은 그렇게 넘기가 어려워서 모두 애를 쓰거든요.
그러니깐 넘기가 어렵더라도 좀 실천을 해 보고, 죽고 사는 거 그까짓 거, 아니 그렇다고 해서 누가 굶으라는 것도 아닙니다. 어렵게 살라는 것도 아니에요. 거기다 집착을 하고 살지 말라 이거죠. 오직 몽둥이 하나 들고 그것만 가지고 살아라 이거죠. 오직 몽둥이 하나 들고. 이게 바로 주장자며 불성입니다. 자불입니다. 그래서 ‘자기 나무는 자기 뿌리를 믿어야 공덕이 있는 것이지, 자기 뿌리를 믿지 않고 저 큰 나무 이름이나 형상을 찾아 돌아다니는 거는 그거는 공덕이 하나도 될 수 없느니라.’ 했거든요.
마음공부 하는 이 도리는요, 한 번 인연을 만나는 게 천 년에 한 번 만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 마음공부 하는 게. 이 옷 벗고 옷 속에 그 곤충의 세계를 다 벗어버리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이런 말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공부할 수 있는 인연을 만났을 때 진짜로 믿고 실천해 보세요. 두려워하지 마시고요. 그 보기 흉하고 그런 곤충 속에서 우리가 헤어나지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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