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 먼저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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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는 올해에 17살이 되는 고등학생입니다. 저는 예전에는 기술자가 되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불교나, 기독교, 여러 가지 종교를 대하고 또 철학을 공부하다보니 그 내용이 재미있으면서도 거기서 나오는 문제들을 풀어보고 싶기도 하고, 제가 나름대로 이론을 만들기도 해보았습니다. 이런 것을 대하기 전에는 기술자 말고, 다른 직업을 꿈꾸어 본 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종교공부와 철학공부가 저를 달라지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2년 전부터 평소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단전호흡도 수련하게 되었구요. 그리고 어제는 달마에 대한 TV프로그램을 보면서 정말로 저런 조용하고 평온한 곳에서 평생동안 종교공부를 하고 명상을 해봤으면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제 대입을 위해 수능시험을 봐야하는 고등학생이 되었는데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궁금해요. 대학교까지 다 나오고 군대를 갔다 와서 종교공부를 하려고 한다면 너무 늦은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하는 게 올바른 것일까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물론 학생이 생각하는 길이 틀리거나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이 세상을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50%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노릇일 겁니다. 하지만 나는 항상 여러분한테 생활이 공부라고 했습니다. 생활이 교재라고 했습니다. 불교라는 말도 그냥 종교의 이름이 아니라 ''불'' 이라는 것은 생명의 근본을 말하고 ''교'' 라는 것은 생활, 삶이라고 그랬습니다. 공부라고 굳이 말을 할 것도 없이 우리가 항상 공부하고 있다고 하는 원인이 어딨느냐? 사람은 살면서 내 근본의 줄을 항상 놓치지 않고 가야 합니다. 즉 나를 이끌고 가는 이것은 나의 근본이기 때문에 움죽거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산에 올라가는데, 천야만야한 산을 타는데 줄이 없으면은 올라갈 수가 없죠. 우리들 제각기 줄이 본래 다 있습니다. 움죽거리지 않는 근본을, 그걸 잡고 그 언덕을 넘어서면 된다라는 얘기죠. 그 줄은 누구나가 다, 어려웁게 살든 못났든 잘났든 가난하든 이걸 떠나서, 하다 못해 물에서 노는 고기들도 생명이 있기 때문에 그 움죽거리지 않는 근본이, 불성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어느 거 하나 빼놓지 않고 불성은 있으니 불교라고 했죠. 그렇듯이 사람들이 살고 죽고 하는 게 그냥 불교예요.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가 이런 공부를 할 때에 내가 공했다는 걸 알고, 내 전체 몸 속에 있는 생명들도 다 공해서 한 개체가 산다고 그랬죠. 그런데 그 한 개체가 사는 ''나''가 없다면 상대가 전부 없어요, 나만 없다면. 그래서 나의 나무는 나의 뿌리를 믿어야 된다. 이런 것이 바로 그 줄타기에서 줄을 잡고 올라가는 것과 같애요. 그런데 그 줄을 잡게 하지 않고 잡는 것도 모르고 그냥 부처님 이름만 부르든가 뭐 이런 걸 믿어라, 이렇게만 자꾸 나간다면 자기는 그 위의, 언덕 위의 맛을 못보고 항상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질질 끌려다니는 심부름꾼 노릇밖에 할 수 없겠죠. 자기 부처를 자기가 찾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헤매이면서 말입니다.
내가 공해서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왜냐? 내 몸속의 생명들과 더불어 같이 살기 때문에 어떤 거를 했을 때에 내가 했다고 할 수 없으리만큼 많은 생명들이 더불어 같이 살기 때문에 공했다는 얘기죠. 그래서 모두가 부처단 얘기죠.
내 몸뚱이가 살아서도 체가 없는데, 내 것이 없는데, 세울 게 없는데, 또 본래 있는 걸 찾을 게 없는데, 하고 그렇게 생각을 해나간다면 내가 이 생활을 떠나서 이런 공부를 해야겠다 뭘 찾아야겠다 뭘 구해야겠다 하는 자체가 아주 한계가 많은 자기의 생각이란 걸 알게 될 겁니다. 이해가 되시겠
죠?
세상을 떠나서 조용한 곳에만 진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자체가 공부할 수 있는 재료입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수행하는 마음가짐으로, 학교공부를 하면서도 그렇고 어떠한 것을 하더라도 내게 닥쳐있는 이것 자체가 수행이라는 것을 믿고 생활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생활 속에서 구체적인 부분이 궁금하거든 또 질문해도 돼요. 열심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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