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사 방식에 혼돈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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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어느 절에서는 업장 소멸을 해야 된다 하면서도 천도재를 올릴 때는 속가에서보다 더 수북하게 재물을 준비해서 재(齋)를 지내는 걸 본 적이 있는데요,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되고 다 먹을 수도 없는 음식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큰스님의 법문을 듣기로는 영가가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지내는 스님들의 차원에 따라서 천도가 되고 재주들의 정성을 통해서 좋은 곳으로 가게 된다고 들었는데 말이죠, 그러니까 스님 말씀하고 이게 혼동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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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혼동할 거 없습니다. 사람의 근기에 따라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꼭 그렇게 해야만이 좋은 줄 알기 때문에 그렇게 안 하면 마음이 안심이 안되는 그런 근기를 가진 사람 앞에는 잘 차려 드려야죠. 안 그래요? 또 그렇지 않는 사람은 자기 먹는 밥 한 그릇을 놓고도 천도를 할 수 있는 문제가 있고요. 아, 사람 근기에 따라서 있는 거죠. 그러니 이것도 잘못되는 게 없고 저것도 잘못되는 게 없어요. 안 그렇습니까? 또 이것 보십시오. 사람이 상을 크게 차려 놨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뭐뭐 뭐뭐 비싼 걸 사다 놨는지 뭐 싼 걸 사다 놨는지 그걸 다 잘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싸게 사다 놓은 것은 혼백도 다 알게 되는 거죠, 자기가 알고 있기 때문에.
어느 집에서 제사(祭祀)를 지내는데 며느리가 돈이 많이 드니까 이거 안되겠거든요. 남편이 돈 십만 원을 주는 걸 가지고 오만 원은 떼 놓고 오만 원 가지고 가서 장을 다 봐 왔단 말입니다. “여보, 장 봐 왔소? 어머님이 잘 잡숫던 것도 사오고?” 그러니까 “예.” 그러기에 아들은 그런 줄로 알고 좋아했답니다. 그런데 싼 거를 사다가 이렇게 상을 차려 놨어요. 그래도 그 아들은 그것을 의심 안 하고 그냥 지극한 마음으로 했는데, 며느리가 그렇게 싼 거를 그만큼 해 놨다는 거를 알기 때문에 시어머니 시아버지도 그만큼 차렸다는 거를 알고 있었다 이겁니다.
그래서 그날 저녁 꿈에 “얘야, 네가 싼 것만 요렇게 해다 놨으니 지금 너의 할아버지도 모두 계신데 내가 가져갈 것이 없느니라.” 아, 그러거든요. 그러고 꿈을 딱 깼어요. 그래서 날더러 와선 뭐라고 그러느냐 하면 “이런 꿈을 꿨는데 어떡해야 하나요?” 그러기에 허, 내가 웃었어요. 세상에 자기 마음먹는 대로 조상도 알게 돼 있고 우주간 법계에서도 알게 돼 있고 보살도 알게 돼 있고 부처님도 알게 돼 있는 겁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겁니다. 또 아직 진화가 되지 않은 어떠한 짐승이 있다 하더라도, 그게 시각이나 촉각이나 후각을 통해서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쪽에서 그만큼 아는 사람이 이것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문을 열어 주니까 그때서야 그쪽에서 아하! 알고 있는 겁니다.
그렇듯이 영령들도 그래서 알게 되기 때문에 우리가 천도시킬 때 여러분이 상 하나 차렸다고 해서 그런 것만 생각지 마시고, 이 모든 걸 둥글려서 마음의 원을 그려서, 원으로서 그 원심력을 생각하면서 둥글려 놓는다면 이 원 속에는 다 있지 않습니까? 일체가 다 있는데 아니, 거기에 뭐 그리운 게 있겠습니까? 이 세계뿐만 아니라 전체가 다 있는데 모자랄 게 뭐 있겠습니까, 원을 그려 놓으면. 그 원심으로서 제사를 지극하게 드린다면 아마 어디 좋은 데로 아니 다니는 데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나는 절에서 천도재를 하거나 집에서 제사를 지낼 때도 제삿상에 음식을 많이 차려 놓지 않게 합니다. 그런데 왜 떡을 둥그렇게 몇 조각 해 놓으라고 그랬는가 하면요, 우리가 살아생전에 이렇게 반찬을 해서 놓고 먹고 이러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기다가 도로 묶어 놓으려면 반찬들을 해 놓고 그렇게 뚱땅거리고 지내도 되고, 그렇지 않고 부처님하고 한자리를 하게끔 하려면 그냥 둥그렇게 떡을 하나 해 놓고 삼색 과일을 한 그릇에 이렇게 놓고 초 향을 켜고 지내라고 하는 겁니다. 그 이유는, 모든 사람이 살면서 지어 놓은 그 먹고 살던 습이 죽어서도 떨어지지 않는다면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런 거죠.
그래서 죽어서도 자기가 먹고 살던 그 생각이 나서 자꾸 뭘 해 달라고 그러거든요. 먹지도 못하면서 먹게 해 달라고 하고 성가시게 굴거든요. 그게 뭐냐 하면은 성가시게 군다 하더라도 잘되기만 하면 좋은데 잘못됐으니까 성가시게 한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자기가 살아 있는 양 생각을 하고 그러는 거죠. 그러니까 ‘떡을 하나 해 놓고, 지내는 사람이 떡 안에 다 한마음으로 넣어야 된다. 그리고 지내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지낸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한마음’ 하면 벌써 떡 하나예요. 떡 하나로 표현해도 돼요. 그래서 이런 좁쌀 알갱이 하나에다가 일체제불의 마음을 다 넣어도 이게 두드러지지도 않으면서 똑 알맞고, 일체제불의 마음을 이 큰 그릇에다가 넣어도 또 크면 큰 대로 차고 작으면 작은 대로 차고, 아주 그렇게 여여하다 이 소립니다.
자손들이 부모에게 제사 지낼 때에 조상들이 살 때의 그 습기를 다 떼게끔 내 마음과 둘 아니게 만드세요. 내가 지금 공부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조상의 마음도 주인공에다가 모든 걸 굴려서 놓으면 거기에서 굴려서 다 세척이 되듯이 깨끗하게 모두 나오죠. 왜, 세탁소에 들어가면 깨끗하게 빨래가 돼서 나오죠? 그런 거와 같이 된단 얘기예요. 그럼으로써 그 떡 하나도 족하다 이런 말이죠. 이 떡 하나를 가지고 이 세상을 다 먹이고도 떡 하나는 되남더라 이런 말이에요.
그러니 그렇게 마음 쓰는 자손들의 영령들 조상들은 그냥 항상 뷔페식 하는 데 가서 잡숫고 상점에 가서 항상 자기 가지고 싶은 대로 갖고 또 상점에 가서 자기 입고 싶은 대로 입을 겁니다, 아마. 벽도 없고 봇장도 없으니까. 물도 없기 때문에 건너갈 것도 없고 오고 가고도 없이, 시간 공간도 없이. 그러니 여러분이 마음을 넓게 쓰세요. 무슨 요거 하나 있다, 요거 차렸다 하면 영령들도 조상들도 요거 하나 차린 것만 알아요.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좀 넓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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