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정말 허무한 걸까요?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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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정말 허무한 걸까요?

본문

질문

얼마 전 저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화장막에 가 보니 왜 그렇게 죽은 사람이 많은지 정말 인생이 허무하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사는 게 정말 허무한 걸까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그것은 비교해서 이렇게 한번 말씀해 드리면 좋겠네요. 여기서 지금 예를 들어 물건들이, 종이나 비품이 많이 나간다고 합시다. 헌쇠든지 넝마든지 이런 것들이 많이 나가죠. 종이도 그렇고. 그것이 재생돼서 나가죠? 많은 게 재생돼서 나옵니다. 그리고 또 금도 반지가 됐다가 또 가서 팔려면 금방으로 가져갑니다, 금이기 때문에. 그러면 거기서도 재생이 돼서 다시 나옵니다. 귀고리로도 나오고 팔찌로도 해서 나오고 반지로도 나오고, 이렇게 다른 물건이 돼서 다른 이름이 돼 가지고 나오죠. 곧 다른 물건이 돼 가지고 다른 이름이 돼서 나올 동안만 안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수술을 할 때도 가만히 보면 자기가 자기 수술하는 걸 보고 있을 때가 있죠? 그게 죽는 게 아닙니다. 재생돼서 나오는 것을 지금 여러분이 보시면서도 죽는다고 생각하십니까? 인간은 최고의 고등 인간이라고 볼 수 있겠죠. 최고의 인간이죠.

그리고 영혼이라는 말 자체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그대롭니다. 그 생명 자체의 근본은 줄지도 않고 늘지도 않습니다. 의식 자체는 바로 영혼이라고도 하고 혼백이라고도 하고 영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의식 자체입니다. 불성이 아닙니다. 영원한 생명의 불성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그러니까 의식 자체는 이랬다 저랬다 할 수 있지만, 즉 말하자면 우리가 기름 또는 운전수, 차 이렇게 생각하면 되겠죠. 그러니 허무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죽을 때도 허망하지 않다 하는 것이 옷이 허니까 아무데나 앉아도 그냥 괜찮거든요. 그게 늙었다고 해서 이 옷이 헐었다고 그러는데요, 아무데나 앉아도 그냥 뭐 흙 묻었다고 걱정할 거 없고 뭐 그렇거든요. 그래서 새옷 입는 거보다 헌 옷 입는 게 아주 좋죠. 그래서 아무리 노인네가 늙었어도 허무하지 않은 겁니다. 늙어지면 뭐 허무하다고 그러는데요, 젊은 사람들이 요즘 허무하다는 소리 더 잘해요. 노인네들은 외려 덜합니다. 어째 거꾸로 됐는지 그래요. 늙었다는 것이 이게 옷이 헐었다는 얘긴데 이왕 늙어 버렸으니 아무 데나 앉은들 누가 어떠랴 이러고 말입니다. 참, 그 마음이 지혜롭고 크면 이 우주 안에 그 마음이 꽉 찼는데 뭐가 부러울 게 있으리까. 그러니 그러한 마음을 가진 분은 밥 굶을 필요도 없고 용돈 안 줄 사람도 없어요, 또.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은 허무하게 살지 않도록 돼 있습니다. 틀림없습니다. 여러분이 한번 해 보십시오.

그러나 그러기 이전에 허무하다는 게 왜 허무한가 그거를 알아보려면 나부터 알아야 합니다. 자기부터 알아야 하고 자기부터 믿어야 하고, 자기부터 이끌어 나가야 하는 이런 도리를 모르고 허무하게 생각하고 이런다면 안 됩니다. 지금 노인네들이 이 도리를 알면 정말 머리가 허옇게 새었다가도 검어질 거예요. 왜? 걱정 근심이 없고 ‘야 참, 이런 도리로구나.’ 하고 그냥 기쁜 마음이 들어가니까 그럴 거 아닙니까? 아마, 당장 밥 먹을 때 죽 그릇 하나를 가지고 여러 명이서 숟가락 몇 개를 꽂아 놓고 “잡수세요.” 하는 그런 형편이라 하더라도 그걸 먹으면서 싱글벙글할 거예요. 절대 허무한 게 아닙니다. 그러니 잘 좀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기회를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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