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욕심부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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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지금 저는 애들하고 셋방살이를 하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자꾸 일이 안 풀립니다. 별로 악한 생각을 하거나 나쁜 짓도 안 한 것 같은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걸까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아니, 애들하고 살면서 집이 없는데 집 걱정을 안 해요? 당연하죠. 그런데 세상을
그대로 살면서 자기는 관리인이라는 것만 아세요. 그 주인의 시자일 뿐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누가 사랑을 하지 말래나, 돈을 갖지 말래나, 집을 갖지 말래나. 그 말만 하면 알아듣지 않나요? 그러면서 그대로 사는 것이 원칙인데 거기에서 ‘악하게 살지 마라.’ 이런 것은 악이 별다른 게 아니라 일반적으로 악하다고 하는 것도 악한 것이지마는 자녀들하고도 악하게 되는 수가 있어요. 잘못하고 나가서 안 들어오거나, 공부를 잘못하거나 이러면 공부 공부 공부, 부모가 그냥 ‘공부 공부’ 이러기만 한다면 자식들이 그걸 견디겠습니까?
그래서 ‘공부 공부’ 하지 마라. 공부에 진저리가 나서 들어오면 “어디서 배고프지 않게 뭘 먹었느냐. 피곤하지 않으냐. 배 고프면 뭘 좀 먹고, 피곤한데 쉬어라.” 하고 거죽으로 말은 부드럽게 해 주면서 마음속으로는 ‘쟤, 공부 좀 열심히 잘하게끔, 마음 잡아서 잘하게끔 당신밖에는 해결 못해.’ 하고 주인공에다 맡겨 놓아라 이겁니다. 그래야 이득이 있고 공덕이 있지, 그렇지 않고 그냥 일사천리로, 이 말로다가 그냥 다르르르 해 버리고 냉랭하면 눈치 봤다가 그냥 또 달아나가요.
그러니 점점점점 속이 썩고 이러죠. 그와 마찬가지로 악하다는 것이 별난 게 악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그저 남한테 무조건 잘, 이익하게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란 말입니다. 공을 칠 때 보면 공이 나한테 돌아오지 절대로 그 벽에 딱 파묻히는 법이 없습니다. 그거와 비슷한 겁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그런 걸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너무 걸리지 마시고, 아주 평온한 마음으로 ‘인제는 내가 관리인만 되겠다. 그저 마음의 주인이 다 알아서 할 거고, 또 집 없다는 것을 내 주인공도 알고 있으니까 어느 때 생겨도 생기겠지.’ 하고 거기다 맡겨 놓는 겁니다. 저절로 나와야지 그게 강제적으로 집이 어디서 나옵니까? 그러니 그렇게 마음으로는 걱정이며 근심이며 생각이 나는 것들을 자꾸 돌려놓으시면서 이 육신은 부지런히 뛰어다니신다면 일이 자연스럽게 돌아갈 때가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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