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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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부도 나서 빚쟁이들한테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되고 보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식구들한테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별 생각이 들면서 이젠 밤에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잠이라도 편안하게 자야 다음 날 살 길을 찾아볼 텐데 참 걱정입니다,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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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우리가 살다 보면 어떤 때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엉뚱한 생각으로 갑니다. 그래 가지고 잠을 못 잡니다. 나는 나로 인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는 법은 없습니다. 단 하나, 어떡하면 쉽게 여러분한테 말씀을 해 드려서 여러분이 이해를 하고 이 도리를 알 수 있을까 하는 데서 생각을 하다 보면 시도 읊어지고 어떤 때는 아주 먼 산을 바라보고 ‘인간은 왜 먹고 살아야 하나. 먹고 사는 거 때문에 모든 게 죽이고 죽고 쫓고 쫓기고 이러지 않나. 이런 처참한 일이 어디 있나.’ 하고선 어떤 때는 눈물도 흘려지고 말입니다, 나 혼자 그렇게 할 때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좀 다릅니다. 속지 않으면 모두 될 겁니다. 그래서 전자에 살던, 전자에 자기가 말하고 행하고 한 것대로 입력이 돼 있는 게 지금 현실에 나오는 거니까 속지 마시라 이겁니다. 희다 검다, 모른다 안다 뭐 이런 모든 것에 속지 말고 자기는 자기가 모든 걸 못하든지 잘하든지 지켜보고 지켜주고, 그 꽁지에 꽁지를 물고 밤새도록 잠 못 자지 마시고 그럴 때는 ‘에이구, 그것도 거기서 나오는 거니 너 알아서 해라.’ 그러고 그냥 그냥 팍 맡겨 놓곤 ‘잠 좀 재워. 네가 있다면 잠 좀 재워.’ 이러고선 자는 거죠, 뭐. ‘네가 없다면 모르지만 네가 있는데, 뭐. 잠 좀 재워.’ 이러고선 그냥 자는 거죠.
그리고 만약에 내가 3시간을 잤다 하면 3시간만 잤다는 생각에, 내가 잠을 못 잤다는 생각에 벌써 피로가 와요. 그러니까 생각을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겁니다. 뭐, 3시간을 잤든 10시간을 잤든 그런 건 하등 상관이 없이 거기에 끄달리지 않고 그대로 10시간 잔 거와 같다는 생각을 하실 때는 반드시 그건 피로가 오지 않습니다. 내가 몇 시간 잤다 하는 건 자기 소견이지 아! 제놈들이 자건 말건 내가 왜 그걸 상관합니까?
잘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잔다 그래서 맥박이 안 뛰는 법은 없거든요. 뜁니다. 그러니까 덜 잤든 더 잤든 제놈이 상황이 그렇게 돼서 그렇게 된 거를 내가 왜 그런 걸 걱정을 합니까? 예? 인생이 요렇게 몸뚱이를 가지고는 얼마나 갑니까만 내 이 생각은 영원한 겁니다. 누구도 죽이지 못해요. 누구도 간섭하지 못하고요.
옛날에 어느 나라의 국사로 유명하다는 스님이 아주 재세를 부리고 스님들을 업신여기고 그러니까 어느 스님이 거길 왕림을 해 가지고 “내가 지금 어디 있는고?” 하고 물었더랍니다, 그 국사한테. 그러니까 “아니, 스님께서 왜 그렇게 풀밭에서 애를 쓰십니까?” 그러더랍니다. 그랬더니 한참 있다 또 “내가 어디 있는고?” 하고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아이, 스님은 왜 들판이고 산이고 그냥 길도 없는 데를 그렇게 다니십니까?” 하더랍니다. 그래서 또 잠자코 한참 있다가 “내가 지금 또 어디 있는고?” 하니까 깜깜한 겁니다. 문을 탁 닫아 버렸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캄캄하죠. 그러니까 “요 요망한 거!” 하고 그냥 주장자로 한 대 얻어걸리고선 그냥 도주를 했죠.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모두가 공했고 주장자라는 이름조차도 공했으니 때릴 것도 없고 때리지 않을 것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것도 없다는 건 우리가 그대로 여여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거죠. 그러니 거기에 모두 끄달려서 잠 못 자고 병들고 그러지 마십시오.
또 어떤 회사를 하는 것도 그래요. 장사를 하다 망했다고 해서, 공부를 하다가 지장이 있다고 해서 그거를 낭패로 생각하지 마시고요, 거기에 모두 속지 마십시오. 그 생각이 나오는 건 그것대로 그냥 그 주인공에서 모든 게 입력된 게 나오는 거지, 과거에 입력된 게 나오는 거지 지금 현실에서 나오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건 그냥 놔두고 나 할 거를 꾸준히 해 나가시면 됩니다. 그러니 절대 속지 마시고, 속아서 잠 못 주무시지 마시고, 또 속아서 병들지 마시고 또 가정이 화목하고 그래야 할 텐데 또 속아서 그냥 서로 으르렁으르렁하고 껄쭉껄쭉하게 사시지 말고요, 우리 다복하게 한 생을 즐겁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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