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성질이 고쳐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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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제가 성질이 못돼 가지고 남편이나 애들이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있는 대로 성질을 부리게 됩니다. 가끔씩 자신을 돌아다보면 죄를 너무 많이 짓는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다가도 이 못된 성질이 잘 고쳐지지 않아 속상합니다. 저도 제 마음을 제대로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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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우리가 항상 그런 말을 하지만 봄이 오면 잎이 피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그러다가 가을이 오면 잎이 떨어집니다. 앙당한 가지만 남죠. 그러나 낙엽이 져서 이파리가 떨어진다고 해서 울지도 않고 인내로써 참고 견디면서 아무리 비바람이 치고 눈보라가 치고 해도 봄이 오길 기다리는 인내는 물러서지 않는데, 하물며 고등 동물인 사람으로서 조금만 추워도 그저 당황하고 온통 야단법석을 떨어서야 되겠습니까? 조금만 화가 나도 “당신이 그랬어, 뭐 어쨌어.” 그러고 자기가 신경질나면 애한테 그냥 막 신경질내고 말입니다. 왜 속습니까. 화가 나더라도 모든 것을 한번 굴려서 내놓을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좋은 말이 나갈 수 있고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모든 거는 한 뿌리로서 벌써 한 식구라 하면 바로 전기 가설이 된 한방 식구 입니다. 그래서 내가 불을 켜면, 식구들이 불을 못 켠다 할지라도, 밝게 못 산다 할지라도 내가 스위치를, 즉 말하자면 주인공밖에 우리 가정을 화목하게 이끌어 줄 수 없다고 믿을 때에, 바로 진정코 믿을 때에 거기에서 밝아지면서 식구들이 다 편하게 살죠. 그러니 이것이 무량수와 같고 한생각을 잘못하면 무량수와 같이 죄가 붙는다는 얘기죠.
그런데 본래 죄가 없기 때문에 붙을 자리가 없다는 그 자체를 아셔야 합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그 가운데에 무엇이냐. 우리가 이렇게 닥치는 대로 용도에 따라서 오면 오는 대로 우리가 그냥 대처해 나갈 뿐이지, 무엇이 살고 무엇이 죽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이 있습니까?
지금부터라도 그냥 병도 붙을 자리가 없고 가난도 붙을 자리가 없고 업보도 붙을 자리가 없고 팔자도 운명도 다 붙을 자리가 없으니 그대로 거기서밖에는 해결할 수 없다는 그 믿음을 가지고 나가신다면 머지않아서 아마 ‘아하, 이런 것이구나.’ 하고 아시게 될 것입니다. 망상을 끊으려고 하지 마시고 모두 다 용광로에 놓는 작업만 한다면 자동적으로 나가서 새 쇠로 생산이 돼서 딴 데로 이름을 가지고 나가는 거는 자동적입니다.
흔히 말하는 오신통 그 자체도 바로 거기에서 벗어나야 그 재료를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오신통 안에 매여 있다면 바로 오신통을 굴리지 못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신통 그 자체에서도 벗어나야 그 재료로다가 오븐에 넣어서 해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유스런 일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요만한 그릇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돼서는 아니 됩니다. 어디든지, 내가 어느 소굴에든지 들어가 봐야 바로 호랑일 잡을 수가 있고 떡그릇에도 엎드려져 보고 똥그릇에도 엎드러져 봐야 ‘아하, 부처님이라는 것은 바로 대(對)가 없는 게 부처님이로구나.’ 이걸 아실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에 그렇게 믿고 습으로 그렇게 해야만 된다는 그 고집,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 고집을 다 버리고 현재에 그냥 들어오는 대로, 닥치는 대로 살아가면서 우리가 좀더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신다면 우리는 참으로 자유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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