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이 주인공임을 느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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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스님의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주인공으로 보니 모든것이 이해가 되는군요. 하지만 제가 어리다보니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되는데 절실하게 와닿는 것은 없습니다. 삼라만상이 주인공임을 절실하고 마음깊이 뼈에 사무치도록 느껴볼 수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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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정신계와 물질계가 합쳐져 둘 아니게 돌아가야 할 텐데도 항상 나라는 육신에만 집착하여 한쪽을 무시하기 때문에 콤비가 되질 않습니다. 실은 내가 했다, 내가 벌었다, 내가 망했다, 이럴 게 하나도 없습니다. 내가 지금 이렇게 말을 하지만 내가 한 바가 없습니다. 함이 없이 그냥 하는 거죠. 어떠한 경우에도 이 몸뚱이를 두고 진짜 나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단지 이 몸뚱이는 생명들의 집합소일 뿐입니다. 말하자면 사람들을 가득 태운 배 같은 셈이지요.
그러니 무엇을 내가 할 수 있습니까? 내 몸 안에도 천차만별의 생명과 모습과 의식들이 있는데 어떻게 물 한 잔을 마신들 내가 마셨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작용을 했다고 할 수 있으며 내가 봤다고 할 수 있으며 내가 들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거 했을 때 내가 했다고 하겠습니까? 우리들은 못났든 잘났든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내 나무는 내 뿌리부터 알아야 됩니다. 내 뿌리에 바탕을 두고 생활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근본을 믿는 겁니다. 자(自)불이라고도 하고 뿌리라고도 하고 불성이라고도 하고 여러 가지 이름이 있지만 근본은 하나인 것입니다. 그 근본에는 우주 삼천대천세계의 일체 만물만생과 더불어 일체제불의 마음도 모두 직결이 돼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론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상과 생각을 벗어나서 일체를 주처에 맡기고 물러서지 않는 그런 실천을 통해서 가능한 것입니다.
내가 이런 말을 자꾸 하는데, 이 말을 듣는 사람은 처음에는 생소하다가 두 마디 하면 좀 낫고, 세 마디 하면은 좀 낫고 그러다 보면은 아주 자기 것이 돼버리죠. 그래서 그렇게 된다면 그냥 실천을 하는 거죠. 적든 크든 간에 내 앞에 닥친 것들을 그냥그냥 실천을 하는 거예요. 잘 안되면 되게끔 하는 실천. 그러나 자기가 과거로부터 지어놓은 그 모든 차원이 넓어져야 그게 없어지지 차원이 좁은 대로 그냥 있으면 그걸 아무리 되게 하려 해도 자기 마음이 좁기 때문에, 차원이 좁기 때문에 안 되는 거죠. 그러니까 열심히 해야 된다는 거예요. 열심히 하라는 게 뭐 다른 게 아니에요. 그냥 하라는 겁니다. 그냥 다가오는 대로 굴려서 입력을 하고, 그리고 입력됐다고 믿으면은‘아, 입력된 대로 나오겠지.’하고 그냥 그대로 믿고 들어가는 거예요.
오랫동안 이 껍데기 나가 나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아오다가, 나가 있기 이전의 나가 있다고 하니 그게 쉽게 믿어지겠어요? 그러니 생각으로는 알고 있다고 하고, 머리로는 이해한다고 하지만 마음으로의 감응은 오지 않는 거지요. 그렇지만 그것도 그냥 자꾸 생각이 나는 대로 되 그 자리에다 놓아가다보면 자꾸 자꾸 엷어져서 정말 가슴으로 진한 눈물을 흘릴 때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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