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사는 게 고가 아니라 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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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의 인생에서 즐거운 건 잠시일 뿐 늘 무거운 짐이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힘든 생활의 연속인데 스님께서는 삶은 고가 아니라고 하십니다. 삶은 고해의 바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삶을 포기하고 자살까지 하고 있는 상황인데 어찌 사는 게 고가 아니라 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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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가만히 생각해 보십시오. 여러분이 보는 것이 고정된 게 있습니까, 듣는 것이 고정됩니까? 말하는 것이 고정됩니까, 만나는 것이 고정됩니까? 일하는 것이 고정됩니까? 이거 보면 이거 봐야 하고 저거 보면 저거 봐야 하고, 이 사람 만나면 이 사람 만나야 하고, 천차만별로 그저 항상 고정된 게 하나도 없이 그렇게 바람결같이 날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보고 뭐냐 하면 공했다는 얘깁니다. 초월했다는 얘기죠.
여러분은 그렇게 초월해서 살면서도 항상 ‘내가 했다. 내가 봤다.’ 어떤 거 볼 때에 내가 봤다고 하겠습니까? 또 어떤 걸 먹었을 때 내가 먹었다고 하겠습니까? ‘내가 산다. 내가 했다. 내가 할 거다. 내가 돈을 벌었다. 망한 거는 상대방에서 망하게 해서 망했다.’ 이러거든요, 모두. 왜 인간이 자기를 좀더 보지 못합니까? ‘자기가 지금 무슨 일을 했는데도 고정된 고것만 일을 했느냐? 집에 와서 또 다른 일을 했느냐? 저기 가서 또 다른 일을 했느냐?’ 할 때 어떤 거를 했을 때 여러분이 했다고 생각하겠습니까? 우리가 몸뚱이 속에 만 중생들이 지금, 생명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거를 자세히 말하자면 여러분이 의심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너도 그러한 모습으로부터 형성되고 진화됐느니라.
그러니까 ‘모든 생명들을 네 생명과 같이 아껴라. 그리고 사랑하라.’ 이런 것입니다. 이 모두가 여러분이 그 몸뚱이 속에 그렇게 많은 생명들을 두고 만약에 목이 마른데 물 한 그릇을 먹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여러분이 잡수신 겁니까? 몸속에 있는 생명들이 나누어 먹은 것이죠? 더불어 같이 나누어 먹은 것입니다. 나누어 먹었기 때문에서 나누어서 모든 게 작용을 안 해 줄 수가 없는 거지요. 여러분이 주니깐 먹고 작용을 하는 겁니다. 이 작용을 안 해 주면 여러분들은 송장이 되니깐요.
대부분의 종교인들이 여러분의 근본이라는 그 자체를, 자기 주처를 자기가 가지고 있다는 걸 모르고 이름과 형상을 보고서 기도를 하죠. 부처님을 믿는 사람들도 그래요. 자기 자성이, 바로 자기 주처가 자기한테 있기 때문에 상대가 있고 상대가 있기 때문에 모두가 하나로 세상이 벌어지는 거를 알 수가 있는 것이죠. 이 몸속의 이 생명들이 전부 여러분이 움죽거리는 걸 다 거기서 작용을 해 주기 때문에 움죽거릴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아셔야 할 겁니다. 그리고 철저하게 진실하고 거짓이 없고 질서정연합니다. 내가 해야 내가 갖고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행복한 거지 남이 행복한 걸 갖다 주거나 뺏어 가거나 이런 거 없습니다.
여러분 대신 배부르게 밥 먹어 주는 사람이 있습니까, 대신 똥 눠 주는 사람이 있습니까? 대신 또 잠을 자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아파 주고 죽어 주고 깨달아 주고 이렇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결국은 여러분이 홀로 와서 홀로 해야만 할 문제는 해야 한다 이겁니다. 마음은 체가 없어서 길에서 길을 찾는다는 격도 있죠. 길은 육이 다니는 길이고, 마음이 다니는 길은 길 아닌 길이거든요. 가고 옴이 없이 가고 오고…. 여러분이 걸어다닐 때 한 발짝 한 발짝 떼어 놓고 다니시죠? 그런데 어디로 갔습니까, 그 발자국 떼어 놓은 것이. 짊어지고 다니진 않았을 텐데. 한 발짝 한 발짝 딛고 걷는데 그 발자국 떼어 놓은 것은 한 발짝 떼어 놓으면 한 발짝 없어졌다 이겁니다. 우리가 살림하는 데에, 모두 생활하는 데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삶은 고가 없다.’ 여러분의 생각이 모자라서 팔자 운명이라든가 고(苦)가 있는 거지 여러분의 생각이 그렇게 현명하다면 고는 없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이 어떠한 거를 나라고 세울 게 없고, 내가 했다고 할 게 없고, 내 몸이 있다고 할 게 없고, 모두가 첨보해서 더불어 같이 돌아가는데 어떻게 내가 이 물 한 그릇을 먹었을 때 내가 먹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생명들이 더불어 같이 먹었는데. 그러니까 모두 여러분은 없는 것입니다. 없기 때문에 함이 없이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차원이 좀더 삶의 차원과 인생의 차원, 또는 우주 삼라만상의 차원, 모든 거를 한번 결부시켜서 차곡차곡 한 번 한 번 생각해 보신다면 그게 지혜로워지고 바다와 같아져요. 그럼으로써 어떠한 여건도 고가 될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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