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쉽게 놓고 가지 못할까요?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건전한 게시판 문화를 위하여 성격에 맞지 않는 게시물, 광고 등 유해성 글들은 관리자가 임의로 이동, 삭제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질문을 올리기 전에, 게시된 글들을 참고하시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왜 우리는 쉽게 놓고 가지 못할까요?

본문

질문

우리가 공부를 해 나감에 있어 일체가 공한 그 자리에 모두 놓고 가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으나 행이 잘 안됩니다. 어떤 문제에 부닥치면 순간 놓지 못하고 한참을 그 맘에 붙들리고 있단 말입니다. 왜 우리는 쉽게 놓고 가지 못할까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이 세상에 우리는 잠시 잠깐 캠핑 와서 놀다가 본국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런데 잠깐 놀다 가는 길에 그저 당장 쓸 거, 당장 먹을 거, 요것만 있으면 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는 그거 먹고 떨어지는 법이 없어요. 더 낑겨 놓으려고 짊어지고 다니니까 무거워서 끽 소리 못하고 어떤 땐 어깨가 축 늘어지고 그냥, 뭐 부산을 향해야 할 텐데 짐이 무거워 갈 수가 없어서 그냥 찌부러져 죽거든요. 그러니 어떡합니까? 가다 말고 그냥 그것도 다 못 가져 가곤 그냥 죽거든요. 여러분이 그런 분들이 허다 많습니다. 세상에 아니, 100원 짊어지고 가려고 벌다가 단 50원도 못 벌고 그냥 부모가 죽어 버리거든요. 그 왜 그럽니까? 이 세상 게 전부 여러분 건데 왜 일부러 짊어지고 다녀요?

그래서 점점 우리는 이 마음의 계발이 필요합니다.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는 다 그 보배가 주어져 있습니다. 근데 그 보배를 자기가 쓰지 못해서 걱정이죠. 왜 그것을 쓰지 못하느냐 하면, 우리가 지금 그냥 놓고 버리고 가는데도 불구하고, 하나하나 버리고 나투면서 고정되지 않는 그러한 관념 속에서 그냥 관념 없이 무심으로 돌아가는데, 놓고 돌아가는데도, 자기네들이 그렇게 하면서도 여러분의 욕심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거를 납득을 못하는 겁니다.
 
그리고 자기가 납득을 못하니까 자기가 한다고, ‘어저께는 이렇게 이렇게 했고, 오늘은 이렇게 이렇게 하고, 내일은 이렇게 이렇게 할 거라고….’ 그러고 또 ‘내가 했다’고 하고. 모든 것을 ‘나, 나, 나, 나’ 하는데 말입니다, 나는 달팽이 껍질과 같은 겁니다. 내가 한 게 아니에요. 알고 보면 내가 한 게 아니라 달팽이 껍질 속에 달팽이, 달팽이 그 속에 참마음이 있어요. 그 마음이, 자기가 찰나찰나 나투며 화해서 돌아가는 그 이치를 우리가 안다면 공했다는 겁니다.
 
공해서 돌아가는 것은 우리가 지금 하루에 아침에 일어나서 눈 뜨고 감은 것도 내내 고정되게 있는 것도 아니고 뜬 것도 고정되게 있는 것도 아니고, 앉아 있는 것도 고정되게 있는 것도 아니고 서 있는 것도 고정되게 있는 게 아닙니다. 모두가, 듣는 것도 가고 오는 것도 전부 고정되지 않고 한 찰나예요, 한 찰나! 우리 살아나가는 게.

한 찰나인데도 불구하고 그저 몇십 년도, 몇 년도 이걸 거론하고 있는 겁니다. 어떤 때는 앞으로, 미래로 성큼 넘어서야 할 텐데도 불구하고 뒤로 자꾸 밀려나는 겁니다. ‘과거에는 내가 이렇게 이렇게 살았는데, 과거에는 이렇게 이렇게 했는데….’ 하고 말입니다. 무슨 그게 뭐 말라빠져 죽은 겁니까.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잠재의식 속에 자기가 살던 그 습이 거기에 그냥 똘똘 뭉쳐 있고 뭉쳐 있고, 그래서 그게 업이 되는 줄 모르고, 그것이 지끄럭지가 돼서 자기를 자꾸 막아 가는 줄은 모르고 그런단 말입니다.
 
그러니 한 발 한 발 딛고 여러분이 방 안으로 들어설 때 신발을 벗어 놓는데 벗어 놓는다는 생각도 없이 신발을 그냥 무심으로 벗어 놓지 않습니까. 그게 금이라면, 그게 보석이라면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벗어 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신발은 그냥 그다지 뭐 그렇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무심으로 벗어 놓는 겁니다. 만약에 금을 끼고 왔다면, 금을 신고 왔다면, 금신이라면 어이구, 그걸 끼고 들어오지 저기다가 벗어 놓고 들어올 리가 없죠. 그런데 그게 하치않기 때문에 그렇게 벗어 놓는 겁니다. 그거 하나 잃어버리면 집안이 망한다 이런 지경이라면 그거 안 벗어 놓을 겁니다. 그와 같이 그렇게 무심코 벗어 놓을 수 있는 것이 그냥 우리 지금 살림이며 참선이며 생활입니다.
 
그리고 방 문지방을 뛰어넘을 때 뛰어넘는다는 생각 있이 뛰어넘습니까, 문지방을? 방 안이 만약에 이승이고 밖이 저승이라면 생각 있이 뛰어넘습니까? 좀 무심코 그렇게 뛰어넘어야 할 텐데 벌써 저승이라는 게 있고 이승이라는 게 있다는 말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그렇기 때문에 미지의 세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겁니다. 이 마음 놀음인데. 다 마음의 조작이에요, 이게. 근데 그 마음의 조작에 속는 거예요, 여러분은. 항상 속아 넘어가는 거예요. 
그러니 백네 날 금강경을 달달달달 외우면 뭘 하며, 염불을 달달달달 외우면 뭐 하며 목탁을 백네 날 쳐 봤던들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우리가 “얘, 너 이거 먹어라.” “너 이렇게 이렇게 해라.” 이게 바로 설법입니다. 그리고 또 손 하나 움죽거리고 이렇게 하는 것이, “이거 맛있다. 너 먹어라.” 이게 행이에요, 행! 이게 그대로 설법이자 행이고, 행이자 법이라 이겁니다. 그대로 참선이에요.
 
그런데도 여러분은 그렇게 가깝게 턱밑에다가 놓고도, 그렇게 모두 여러분이 무심으로 한 발 떼어 놓으면서 뒷발자국은 없어지고 앞발자국은 떼어 놓지 않았으니 없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뭐가 그렇게 말이 많고 불법이 그렇게 가지 이파리, 이파리 수효대로 당체, 이게 같이 상봉을 할 수 없이 이파리 하나하나가 흔들리는 대로 흔들리니 이거 불법이 어떻게 된 겁니까? 부처님께서 49년을 설해 놨어도, 그렇게 행으로 보여 줬어도, 나는 한마디도 안 했노라고 했어도 그 뜻을 모르니, 여러분이 어떻게 불제자라고 할 수 있으며 대인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고등 동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여러분이 스스로서, 무심으로 그렇게 문지방을 넘어서야겠다 하는 생각 없이 넘어서고, 똥을 눠야겠다 하는 생각 없이 똥마려우면 그냥 뛰어가서 누고 그러듯이, 또 걸레를 빨아서 누가 집어가려니 생각조차도 안 하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무심으로 갖다 놓듯이 금도 그렇게 무심으로 갖다 놓을 수 있으리만큼은 돼야 되지 않겠습니까.

목록

대한불교조계종 한마음선원(13908) 경기 안양시 만안구 경수대로 1282Tel. 031-470-3100Fax. 031-470-3116
Copyright (c) 2021 HANMAUM SEONWON. All Rights Reserved.
"이 제작물은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글꼴을 사용하여 디자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