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베푼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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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려고 가다 보면 구걸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그들에게 그저 돈을 내어 주는 것만이 좋은 것인지, 그게 진정 그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지 헛갈립니다. 진정으로 베푼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우리가 마음을 착하게 써야 된다 이런 게 있죠. 우리가 거저 이 컵을 누구를 줬으면 컵이 꼭 나한테 오게 돼 있습니다. 그건 거짓말이 아닙니다. 돈을 만약에 불쌍한 사람에게 이렇게 줬는데 그 돈이 어디 틈을 타서 길을 찾아서 자기한테 다시 그 돈의 몇 배가 돼서 오더란 얘깁니다. 그런데 이걸 내 주면은 우리가 당체 어렵게 되고 못살게 되고 그러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하시게 되겠죠. 그러나 진짜로 믿는다면 그 믿음으로 인해서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믿음으로 인해서 자기 마음이 움죽거리게 되니깐요. 마음뿐이 아니라 몸까지 움죽거리게 되니깐요.
그런데 길에서 앉은뱅이라든가 또는 서서 다니면서도 부모가 없어서 얻어먹는 애들이라든가 이런 애들을 그냥 주면 또 그 돈이 없어지게 돼요. 그들에게 이렇게 돈을 주고 그 애를 한번 지켜보니까 돈을 가서 다 뺏겨요. 뺏기고 난 뒤에 저녁 한 끼니 우동 한 그릇 사 먹여요. 왕초가 있더군요, 그것도. 그러니까 그런 걸로 줘서 잘되게 하는 게 아니라 어떡하든지 그 길을 이쪽도 좋고 이쪽도 좋게 빠져나가게 해서 좀 저절로 잘 사람을 만나서 사람 노릇을 하고 살게 이렇게 해 주는 것이 원칙이겠죠.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을 하셔야 될 겁니다.
그리고 제가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게 주머니에서 탁 털어서 딱 줄 때에 내가 내 주머니에 얼마가 있고, 언제 이거를 쓰고, 이런 생각을 하면은 이거 못 줍니다. 절대로 못 줍니다. 돈 쓸 데가 있으니까. 그러나 그 생각을 다 없앱니다. 이게 급한 것이니까 말입니다. 그건 남의 일이기 때문에 급하지 않다 이게 아닙니다. 급하니깐 빼 줬다. 그런데 주머니가 비었으니깐 그 이튿날 또는 그날 밤에 쓸 돈이 또 주머니에 들어오더라. “스님, 그거 당장 쓰실 건데요.” 이러거든요. "쓸 거니깐 쓰지, 안 쓸 거라면 쓰니?” 그러죠. 쓸 거니까 쓴다 이거예요. “주머니가 비는데요.” 그러거든요. “응, 주머니에 비면 또 담기겠지, 뭐.” 이게 믿지 않을는지 모르시겠지만 자불이 알고 있으니깐 이거 다 갖다 주게끔 만듭니다. 돈 때문에 애 쓰지 않는 사람이 갖다 주게끔. 그래서 돈 때문에 금방 죽겠다, 자식들하고 죽겠다 이러는 사람이 생기면 그걸 줘야 됩니다.
우리는 여러분한테 받기만 하는 게 아닙니다. 근데 받는 거는 다 받지만 주는 거는 왜 그럼 몰래 그렇게 하시는 일이 많으냐. 몰래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많죠. 내가 만약에 가난해서 그 돈을 좀 받아 가는데 그걸 전부들 알려 놓으면은 내가 미안해서 거기를 어떻게 또 발을 댑니까? 여러 가지 문제가 많죠. 그러니깐 여러분도 그렇게 하든 못하든 마음은 좀더 넓게 둥글게 쓰시라 이겁니다. 마음을 둥글게 쓰시면은 자식네에도 그게 내려가고 그냥 대대로 이렇게 물결 흘러서 내려가듯 그냥 다 내려가게 돼 있습니다. 누가 뭐 받아라 안 받아라 이걸 떠나서 그냥 받게끔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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