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선악이 없는지요?
본문
질문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선과 악이 있어서 그것을 넘어서지 않는 것이 일반인들의 윤리이고 도덕인데 불교에서는, 특히 선 공부를 하는 분들은 애매모호하게 말씀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스님, 진정 선도 없고 악도 본래 없는 것인지요? 스님께서는 선도 악도 없다고 가르치시는데, 본래 선악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요, 아니면 차원이 높으신 분들의 차원에서만 그런 것인지요. 그렇다면 저희 같은 범부에게 선도 악도 다 놓으라고 가르치시는 것은 또한 어떤 뜻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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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우리가 생각해 보면 필수적으로 이것을 믿고 돌파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세상만사가 돼 있고, 그렇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치도 어긋남이 없이 ‘참나’인 자신의 뜻을 중시하고, 항시 그 뿌리를 믿으십시오. 거기에다 거름과 물을 줘서 그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가지와 잎새가 아주 싱싱하게 자라서 제 나무에서 열매가 무르익는다면 그 맛이 얼마나 좋겠습니까? 미리 따서 그런 거보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뿌리가 썩어 들어가면 나무가 무성하질 않아서 열매도 맺지 못하는 반면에, 열매를 맺는다 하더라도 익지 못해서 그냥 말라 버리는 형상이니까 맛이 날 수가 없죠. 그와 같이 우리 마음공부도 역시 그러합니다. 한 치도 에누리가 없는 공부입니다. 죄를 범한 사람에게 무슨 판결을 내려서 1년, 2년 또는 3년, 5년, 10년 이렇게 법에 의해서 죄를 묻는 게 아니라, 이건 자동적으로 요만한 거 하나도 에누리가 없는 것입니다.
우스운 얘기 하나 할까요? 예전에 해외 지원으로 바쁘게 휘몰아치고 그러니까 그 지원 자체 내에서도 정신이 없어 합니다. 회장이고 부회장이고 총무고 뭐, 거기 신도들도 그렇고 스님네들도 그렇고 아주 정신이 없어 합니다. 너무 바쁘게 돌아치니까요. 그래서 저기서 설법을 하고서, 비행기를 금방 타고 와서 또 여기서 설법을 하고, 그렇게 바쁘게 다니니까 저녁나절에는 피곤함이 좀 옵디다. 그래서 바람을 쐬려고 스님들하고 모두 산책을 하다 너무나 기가 막힌 장면을 본 겁니다. 항상 알고 있고, 항상 하고 있고, 뜻으로도 항상 그렇건만 말입니다. 새카만 흑인이 새카만 어린애를 데리고 가는데 새카만 초콜릿을 손에 쥐여서 이렇게 물리고 가더군요. 그런데 갑자기 그냥 웃음이 터지는 겁니다. ‘야! 이 세상에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구나.’ 하하하…. ‘이게 모두 철칙 같은 법이고 조금도 에누리가 없구나. 흑인이 백인 낳는 거 봤나?’ 하면서, 속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모두 딴 사람이 모르거나 안 본다고 해서, 자기가 하는 행동에 대해서 조금도 생각을 못해 보고 갑니다. 그렇게 에누리가 없건만. 요 조그마한 데서부터 끝까지, 끝에서부터 또 끝까지 돌아가면서 한 치도 어긋남이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그걸 새삼스럽게 본 건 아닌데 말입니다, 너무나 기가 막혀서 혼자 껄껄껄껄 웃었습니다. 그리고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허허허…. 그러고는 궁둥이를 탁탁 털고 일어서서 오면서 같이 산책 나온 스님네들더러 그 얘기를 하니까 모두 우습다고 웃고들 들어갔습니다마는, 그걸 생각을 하면 이 세상만사, 삼천대천세계, 우주 전체가 그렇게 그러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항상 얘기도 하고 그러지마는, 여러분은 천당 지옥이라는 것을, 천당이라니까 천당인 거고 지옥이라니까 지옥인가 보다, 이렇게들 그냥 멋들어지게, 아주 유유히 그렇게 생각하고 갑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할 때는 그것이 너무도 당연하고 너무도 에누리 없는 우리의 인생살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게, 한마디로 아주 쉽게 말을 해서 독사같이 살면 독사의 모습으로 나올 것이고, 소같이 살면 소 모습으로 나올 것이고, 사람같이 살면 사람으로 나올 것이고, 개같이 살면 개로 나올 것이고…. 하하하.
그런데 오간지옥이니 칼산지옥이니 또는 독사지옥이니, 이 모든 지옥의 이름도 다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옥이다’ 하면은 짐작으로만 그냥 ‘지옥인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그런데 우리가 사람의 마음으로 살다가 땅속에서 기어다니는 벌레의 모습 속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게 지옥이죠? 그래서 독사같이 살았으면 자동적으로 땅속으로 다니는 독사 소굴에, 독사의 암컷 수컷이 행하는 거기다가 그 영령이 집어넣어져서 그냥 독사의 모습으로 나온단 말입니다.
그런데 독사가 그냥 독사로 살아왔으면 별 문제인데, 사람으로 살던 의식이 독사로 들어가서 독사의 모습을 가지고 나와서 산다면 그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이처럼, 개같이 살았으면 개로 살듯이 어떠한 한 목어치만 살게 되어 있죠. 그런데 ‘오간지옥으로 떨어진다’고 하는 말은, 전부 헌갓쟁이 모양으로 다니며 그저 악한 일을 일삼는 사람들은 땅속 깊이 뚫고 다니는 이런 것들 소굴에다 그냥 넣어진다고 하는 말입니다. 넣어진다면 땅속으로 기어다니는 벌레가 될 테니까 그 의식이 어떻겠습니까? 지옥이죠? 그 조그만 데로 들어갔으니까. 그것이 진화돼서 또 인간까지 벗어나려면 얼마만큼 헤매야 된다는 얘깁니까? 그런데 이거를 조금도 생각을 안 하는 거죠.
그래서 “공덕을 쌓아라, 공덕을 쌓아라. 좋은 일 하고, 좋은 생각 하고, 좋은 행동 해라.” 이렇게 부처님께서도 항상 말씀하셨고, 사대 성인들도 다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다가 여기에서는 한술 더 떠서 “좋은 일을 하는 것도 악한 일을 하는 것도 다 놔라.” 이랬습니다. “선한 일을 하고 좋은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쁜 일이 또 거기 끼어들게 마련이니까 나쁜 일도 놓고 좋은 일도 놔라.” 우리가 지금 이렇게 공부해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떠한 점에서 그런가. 나쁜 일 좋은 일을 막론하고, 그 생사윤회 속에서 완전히 해탈해서 벗어나는 것을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한 철 좋은 일을 해서, 그 선덕으로 인해서 좋게 이 세상에 다시 나와서 산다 하더라도 그게 해가 가고 시간이 지나면은 또 나쁜 일도 하게 되니까, 또 짓게 되니까 아예 ‘생사윤회 속에서 그냥 벗어나라.’ 이런 뜻에서 부처님도 말씀하셨고 또 지금 나도 길잡이로서 이렇게 길을 인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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