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게 말씀을 들려주시는데
본문
질문
스님! 저는요, 절에 다닌 지가 10년이 넘어갑니다. 그런데 아빠가 사업을 하다 전부 실패를 해서 오고 갈 데가 없어졌거든요. 그랬는데 어느 봄날 인제 떡집에다 갖다 판다고 쑥을 뜯어 가지고 시장에 가져갔는데 토큰이 하나밖에 없었어요. 그 토큰 하날 가지고 차를 탔으니까 이제 토큰이 하나도 없죠. 그래 시장 앞 떡집에 갔더니 떡집의 문이 닫혔어요. 그러니 올 차비가 없잖아요. 그런데 차에서 딱 내리자 토큰이 내 발에 딱 밟혀요. 그래서 그걸 가지고 집에 왔는데, 저도 누군가가 나를 보살펴 줘서 참 고맙다고 생각을 했어요. 근데 또 한 번, 제가 다니는 절에 갔는데, 제가 또 벌어야 되니깐 삼 일 동안만 가서 기도를 하면 부처님이 저를 도와주려니 생각을 하고 삼 일 동안을 갔는데 마지막 회향날 오천 원을 줬어요. 아빠가요. 그랬는데 법당에 가서 절을 한 번 하고 나니까 누군가가 목소리로 나한테 들려주는 거예요. “야, 나가라. 나가, 나가.” 그래서 제가 "부처님, 저는 너무나 답답하고 너무나 살 길이 없어서 삼 일 기도를 했는데, 절이라도 세 번 해야지 어떻게 한 번 했는데 저를 나가라고 그러십니까?" 그러고 제가 이렇게 세 번을 하니깐 어떤 아이가 와서, 내 지갑을 요렇게 놨는데 지퍼를 착 열면서 그 돈을 마저 가져가요. 그래서 '아휴, 부처님이 그 돈을 지키라고 그렇게 말씀하셨나?' 그러고 불전에 가서 천 배를 했는데도 한 한 시간밖에 안 한 거 같은 기분이 나요, 너무 감사해서. 근데 어딘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다가 보이지 않게 나에게 말씀을 들려주시는 그분이 바로 영원한 그 부처님이신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맞게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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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말씀하신 대로 귀에서 들린다고 해도 모든 것을 놔 버리셔야 됩니다. 귀에서 들리지 않고 마음에서 스스로서 그 맛을 봐야 되는 것입니다. 마음에다가 모든 것을 맡겨 놓으셔야 될 것입니다. 보인다거나 들린다거나 이런다고 해서 내가 '이게 부처님이지.' 이렇게 알아서는 아니 됩니다. 자기 자신의 마음의 향기와 빛을 스스로 내가 바로 받을 수 있고 그것을 스스로 맛을 볼 수 있어야만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바깥으로 찾아서도 아니 되고, 바깥에서 들려도 아니 되고, 바깥으로 보이는 것도 아니 됩니다. 그것은 안으로 바깥이 보여야 되는 것이고 그 보이는 것도 안으로 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바깥으로 보이기만 하고 끄달리고 돌아다닌다면 아니 되고, 바깥으로 보이는 것도 바로 안으로 놔야 되는 것입니다. 일심에서 만법을 응용하는 것이 일심으로 든다 했습니다. 그러면 모든 것을 그렇게, 바깥으로 보이는 건 안에다 놓고, 안에서 나가는 거는 나가는 것대로 또 여여하게 걸림 없이 사시면서 또 안에다 놓고 감사하고, 이렇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그 마음으로 전달하신 부처님의 뜻을, 우리 선배 부처님의 뜻을 아마 똑바로 진행하실 겁니다. 우린 그 뜻을 똑바로 받지 못해서 오늘날까지 이렇게 허덕이고 있는 것입니다.
살고 죽는 것도, 만약에 그것이 지금도 산다 그러면 살고 죽는다 그러면 죽고 그런다면 허, 이것은 타의에서 하는 소리지, 자의에서 그대로 빛이 나오고 향기가 나오고 또 맛이 나는 건 아닙니다. 자기 마음 가운데서 스스로서 자기 능력이, 빛이, 지혜가, 향기가 나오면 그 맛을 스스로서 아는 것이 바로, 바깥으로 내 몸도, 승보도 그러하다 했으니, 그것도 일으키려면 일으키고 만약에 죽이려면 죽이는 거죠. 죽는 게 죽는 것이 아니니까. 옷을 벗으려면 벗고 말려면 마는 것도 자기예요. 자기한테 다 보배가 있고 자기한테 그 무수한 능력이 있으니 자기한테 맡겨 두면, 그리고 시봉만 잘 들어 주면 혹 옷을 천천히 벗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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