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한 삶을 살아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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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십여 년이 넘게 절집에 드나들면서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도 업이 많아서인지 일이 꼬이고 꼬이고 해서 단 하루도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 밝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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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생각해 보면 한 철 요렇게, 한 생을 요렇게 살아가는 시간이 길지 않다고 하더라도, 여러 해를 다니면서 공부했다거나 짧은 시간에 내가 공부했다거나 이런 건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여러 해를 공부해도 ‘정(定)’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뭐, 10년 20년이 가도 소용없고, 소용없는 건 아니지마는 더디다 이거죠. 그런데 몇 달 안 됐어도, 몇 해가 안 됐어도 정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더디고 빠르고가 없다는 얘깁니다. 오래 배웠고 늦게 배웠고 이것이 없다 이 소립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이 마음 안에, 마음이라는 것은 이름이지, ‘이름 없는 마음’ 여기에는 자동적인 컴퓨터가 있습니다. 이것도 이름해서 방편으로 부르는 겁니다. 항상 얘기해 드리지만, 자동적인 컴퓨터가 있어서, 거기에 자동적으로 입력이 돼서 연방 그냥 자동적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좋은 일을 하려고 생각을 해도 어처구니없이 나쁜 일로 돌아가게끔 자꾸 만듭니다, 그렇게 업보에 입력이 돼 있어서. 지금 현실에서 아무리 착하게 행을 잘하려고, 말도 잘하려고 하지만 앞서 입력됐던 거 때문에 자꾸 그렇게 빗나갑니다.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빗나가든 빗나가지 않든 무조건 거기다가 맡겨 놓는다 이겁니다. 무조건 맡겨 놓는다. 믿지 못하면 맡겨 놓을 수도 없는 것입니다. 믿고 거기다 맡겨 놓는다면, 쉴 사이 없이 입력이 돼서 자동적으로 나오는 데다가 자동적으로 입력을 한다면, 앞서의 그 어마어마하게 입력됐던 팔자 운명이 그냥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입니다.
항상 해 오는 말이지만, 저에게는 절절한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아주 지극하게, 눈물이 뼈에 사무쳐 나오리만큼 안타깝습니다. 어찌 그렇게 자기를 끌고 다니는 자기를 믿지 못할까? 어찌 그렇게 과거로부터, 수억겁 광년 전으로부터 자기를 끌고 온 장본인을 믿질 못할까? 이 모습으로 저 모습으로 이렇게 진화를 시켜 가면서, 자기가 한 대로, 자기가 한 것대로 끌고 다닌다 이 말입니다. 그러니까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죠. 주인공 원망할 수도 없지. 주인공이 그렇게 하라고 그랬나? 아, 태양이 ‘너 잘못하고, 너 잘하고’ 이런 거 말했나요? 그러니까 자기 마음에서 잘못돼서 행을 잘못하거나, 마음을 잘못 쓰거나 이런 것이 속으로부터 자꾸 나오면 그것을 ‘이러면 안 돼!’ 하고 거기다가 그냥 맡겨 놓는 거죠. 맡겨 놓고 침착하게 지켜보고 체험하는 것이 진짜 참선입니다.
나는 어떤 땐 차를 타고 가다가도 슬그머니 이 속에서 눈물이 복받칩니다. 여러분을 생각만 하면 그렇습니다. ‘저 사람은 남인데, 자기가 아닌데도 그렇게까지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러겠지만, 우리가 수없이 변질돼서 돌아갈 때, 이것이 됐다가 저것이 됐다가, 이 부모가 됐다가 저 자식이 됐다가, 이렇게 사생(四生)의 모든 천차만별의 생명이 뒤바꿔지면서 돌아갔을 때는 어떤 것이 내 자식이고, 어떤 것이 내 부모인지 전혀 분간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지렁이도 부모가 있고 자식이 있습디다. 뭐, 풍뎅이도 그렇고, 가재도 그렇고, 물고기도 그렇고 어떤 거를 막론해 놓고 다 부모가 있고 자식이 있어요. 남녀가 있고요. 그런데 그 남녀가 아무리 사랑하고 아무리 잘 산다 하더라도 연방 변질이 되고 연방 바뀌어서 돌아가니까 어느 때 어떻게…. 그 행복도 잠시 잠깐이죠, 알고 본다면. 그러니 그 돌아가는 수레바퀴 속에서 벗어나야 된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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