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회가 밝고 건전해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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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얼마 전 저희 신행회 법사 스님께서 “지금의 부모들은 자식들이 공부 잘하고 좋은 대학 가서 남들보다 더 잘 먹고 잘살 수 있도록만 가르친다. 정작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 손잡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라고는 가르치지 않으면서 자신이 어렵고 힘들어지면 누구도 자기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사회를 원망만 한다.”라고 하시는 법문을 듣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내 자식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만 나와 내 가정을 버리지 않으면서 우리의 사회가 밝고 건전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마음을 내고 살아가야 할까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여러분 육신 속에 들어 있는 그 마음들, 의식들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공장이라고 해도 되지마는 세계라고 해도 됩니다. 위라는 세상, 장이라는 세상, 간장이라는 세상, 소장이라는 세상, 이름이 그렇게 많아서 이걸 세계라고 하죠. 그냥 여러분을 해코지하게도 나오고 남을 해코지하게 마음을 일으키게도 하는 모든 의식들을 침착하게 생각해서 거기에다가 맡겨 놓고, 거기에서 나온 거니까 거기에서 해결할 수 있게끔 다 놓고 나는 종노릇을 하십시오. 몸은 종노릇을 하면서 그 다스리는 마음은 항상 한마음으로 돼 주고 겸손하게 돼 주시란 얘깁니다.
아니, 내 몸속에 있는 진드기가 보기 싫고, 촌챙이가 보기 싫고, 거위가 보기 싫고 이렇다면 어떻게 내 몸을 이끌고 다닙니까? 그러니 그것도 존중해 줘야지요. ??아! 그것도 나로구나. 나를 끌고 다니는 바로 너로구나!?? 하고서 한마음으로 인정을 해 줘야지요. 여러분이 인정을 해 주고 ??너희가 모두, 하나도 버릴 게 없이 나로구나!?? 하고 인정을 해 줘야 자기 죽이는 법이 없죠. 자기가 자기 죽이는 법은 없어요.
여러분이 생각하고 말하는 대로 따라가는 거니까 그걸 명심하시라 이겁니다. 자식도 잘못하면 ??저 도둑놈의 새끼, 저놈의 새끼 믿고 가르쳤더니 나를 이렇게 한다.?? 그러지만 그것도 그렇게 돼 있는 겁니다. 부모는 주는 게 부모지 받는 게, 달라고 하는 게 부모가 아닙니다. 모든 것을 다 주십시오. 거미의 부모도 자식들한테 다 주고 자기는 껍데기로 화해서 그냥 말라서 가루가 돼 버립니다. 어머니는 알을 낳아 놓고 그 자식들을 위해서 다 주고선 떠납니다.
그래서 여러분도 아낌없이, 자식이 죽게 되면 생명을 대신해 주리만큼 그렇게 자식들을 귀하게 생각하면서 자기는 껍데기로, 껍데기로 껍데기로 이렇게 차츰차츰 변해 갑니다. 그렇게 자기는 껍데기만 남아서 나중에 함께 가자고 해도 자식들은 안 갑니다. 몸뚱이도 가지 않죠. 자기 따라 안 갑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아무리 자식을 사랑하고 아무리 부부지간에 사랑했다, 아무리 재산을 사랑했다, 집을 닦고 깨끗하게 잘해 놨다, 몸뚱이를 깨끗하게 씻고 바르고 온통 귀걸이를 달고 잘 했다 할지라도 그것들이 여러분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우리가 캠핑 와서 그저 조금, 먹고살기 위해서, 좀 놀다가 가기 위해서 바람처럼 구름처럼 풀잎의 이슬처럼 왔다가도 그냥 스쳐 가듯이 그냥 또 다 버리고 가는 거죠. 애들이 공기놀이를 하다가도, 내 땅 네 땅 하고 놀다가도 저녁때 엄마가 부르면 으레 다 버리고 툭툭 털고 일어서듯이 인생도 그렇단 말이죠.
여러분이 생각을 깊이 해서, 무한의 도리를 여러분이 다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고 공부를 열심히 하셔서 현실에서도 남의 뿌리를 싱싱하게 도와주십시오. 뿌리를 도와주면 이파리도 가지도 싱싱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서로 한마음으로 도와주면서 건져 주면서, 자기가 예쁘다고 뿌려 놓은 씨도 건지면서, 사랑하는 부부지간에도 서로 도와 가면서 조화를 이루고 화목하게 한다면 젊은이들이 아마 스스로 첨단의 심성과학자가 돼서 우리나라를 능히 이끌고 나아갈 수 있는 주인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그렇게 할 때, 저 풀 이파리 하나도 한마음 아닌 게 없이 그렇게 될 때 그 한마음 속에서 일꾼이 나온다는 거를 아셔야 됩니다.
그런 마음이 없다면 이 나라에 일꾼이 생기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바람결처럼 스쳐 가는 그러한 논다니로서 정치를 하는 사람만이 생겨서, 부모가 잘못하면 자식이 고생하듯 우리 국민이 서로가 고생을 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자식들도 부모를 위해서, 부모가 그렇게 잘하도록 만드는 자식들이 되어야만이 우리 국민 속에서 그런 부모가 생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침 쇳송 할 때 ??오종대은 명심불망(五種大恩 銘心不忘)??이라고 종성을 하게 했습니다. 거기에 ??오종대은??이라고 하는 그 멋있는 말씀은 너무나 광대무변합니다. 하다못해 지수화풍의 은혜요 국민의 은혜요 나라의 은혜요 국왕의 은혜요 사장(師長)의 은혜요, 부모의 은혜 형제의 은혜…, 이 전체가 은혜 아닌 게 없죠.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가 지금 공기가 없으면 한시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건 무주상으로 주는 보시이기 때문에 아마 고마운 줄을 모르실 겁니다. 그러니 모두가 은혜롭지 않습니까? 그 은혜를 알아야 된다는 뜻입니다. 지금 당장 가지고 있는 내 몸을 낳아 주고 길러 주고 한 육의 부모의 은혜와 법을 가르쳐 주신 법의 부모인 부처님의 은혜가…. 그래서 육을 낳아 주신 부모의 은혜나 법을 주신 부처님의 은혜나 둘이 아니에요. 그건 왠 줄 아십니까? 부모도 자식을 기를 때 조건 없이 사랑하고 부처님도 조건 없이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조건 없는 사랑은 바로 조건이 없기 때문에 자비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아침 종성(鍾聲)의 뜻을 마음에 새기면서 여러분의 마음들이 모두 그렇게 해 나갈 수 있는 마음이라면 참, 앞으로 이 나라뿐만 아니라 여러분 가정에도 화목한 꽃이, 인꽃이 필 것입니다. 그리고 꼭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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