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란 망상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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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었을 때 꿈을 자주 꾼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혀 꿈을 꾸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꿈이란 망상의 일종일 터인데, 그렇다면 꿈을 안 꾼다는 사람은 잠자는 동안 번뇌 망상을 쉬고 순수한 마음자리에 드는 것인지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그게 아닙니다. 내가 그전에도 얘기했죠. 어떤 사람이 꿈을 꿨는데 소쿠리를 하나 주웠다고 어느 노승한테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어휴, 너는 초대를 받아서 오늘 음식을 잘 먹겠다.” 했습니다. 그랬는데 그 소리를 듣고 야비하게, 또 딴 젊은이가 꿈도 꾸지 않았으면서 ‘내가 또 소쿠리를 하나 얻었다고 해 보자, 어떻게 나오나?’ 그러고는 “저도 엊그저께 친구가 꿈꾼 것처럼 꿈속에서 소쿠리를 얻었습니다.” 그러니까 하시는 그 말씀이 “아휴, 너는 오늘 저녁에 매를 죽도록 맞겠구나.” 이랬답니다. 그랬는데 아, 그날 저녁에 정말 친구들하고 놀러갔다가 그냥 매를 직사하게 맞았답니다. 그래서 가만 생각하니까 분해서 죽겠거든요. 꿈도 안 꿨는데 왜 이렇게 맞느냐 이거죠, 이제.
그러고는 가서 항의를 했죠. “나는 꿈도 안 꾸고 그냥 그렇게 얘기했을 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맞습니까?” “얘야, 네가 그렇게 말을 하겠다고 생각을 한 게 꿈이니라. 생시나 꿈이나 다 꿈이니라. 그러니까 생시에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꿈이니까 꿈을 잘 꿔야 될 것 아니냐. 그렇게 야비하게 꿈을 꾸면 어떡하느냐. 그리고 밤중에 자다가 꿈을 꾼 것도 그 꿈을 잘 해석을 해서 잘 굴리면 아주 흥감하는 수가 있을 텐데, 아주 이건 나쁜 꿈이라고 지적을 해 놓기 때문에 나쁘게 돌아가느니라. 그러니 이 세상만사가 돌아가는 게 다 꿈으로 돌아가느니라. 그러니 자도 꿈이요, 생시도 꿈이요, 모두가 꿈으로 돌아가느니라.” 이러더라는 거죠.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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