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재 지내는 도리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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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에 다닌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마음공부를 해 나가면서 감사한 일들이 많이 생겨서 조상님들께 감사의 천도재를 올려드리고 싶은데요, 천도재 지내는 도리에 대해서 저와 같은 초심자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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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옛날에도 얘기했듯이, 저 최 씨라는 분이 천도를 시킨다고 절마다 다 다니면서 해도 천도가 안 되더랍니다. 안 되는 걸 어떻게 알았느냐 하면 꿈에 조상들이 나타나서는 보따리를 들고 저길 나가다가 도로 들어오고 도로 들어오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내게 온 겁니다, 이제. 그래 지내고 싶으면 거기 깔고 앉았던 방석 있죠? 거기다가 놓고 절하고 가라고 그랬어요. 아, 그러니 그 사람으로서는 기가 막힐 거 아닙니까? 그냥 차려 놓고 지내도 안 되는데 아니, 방석에 그냥 놓고 저 방석에 하고 가라고 하니 그거 믿겠습니까? 그러나 고개를 꺄우뚱하면서 거기다 놓고 갔습니다, 절을 하고.
그러더니 그 이튿날 오더니만 “아이고, 천도가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면서 그냥 그 고마운 사례로 얼마를 갖다가 거기 방석에 또 놓더군요. 그날 저녁에 꿈을 꾸니까 아니, 구름을 타고 선녀들이 내려와서 모시고선 그냥 구름을 타고 다 올라가더랍니다. 그러니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그럭하고 난 뒤에 그 집이, 최 씨네 가문이 일어난 겁니다. 가발 공장을 했었죠. 그때 그게 그냥 아주 담뿍 일어나서 큰 부자가 됐죠.
그랬듯이 여러분의 마음이 문제입니다. 스님네들이 절에서 보통 이렇게 차려 놓으면 스님네들이 얼마만큼 차려 놨다는 걸 영령들이 알고 있는 겁니다. 그럼 영령들이 들어와서 뭐부터 보느냐 하면 스님네들 마음부터 보거든. 마음부터 읽는단 말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스님네들이 상 차려 놓은 거하고, 돈 얼마 가져온 거하고, 돈 얼마 놓은 거 그것만 알고 있기 때문에 거기 들어와서 그렇게 알지, 뭐. 영명(靈明)하죠.
그러나 이 마음도리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목탁 소리는 우주 법계에까지 들립니다. 그래서 문이 탁 열렸으니깐 상을 안 차려 놨어도 그렇고 차려 놨어도 그렇죠. 모든 게 내 거 아님이 없고 하나도 버릴 게 없는데 아니, 그 영령들이 그 스님네들의 마음에 탁 가서 하나가 됐는데 뭐를 바라겠습니까? 바랄 게 하나도 없죠. 그러니까 그대로 거기 한데 합쳐져도 두드러지지 않고 자동적으로 풀려서 제도가 돼도 줄지 않는다 이거죠.
이 도리를 모르는 사람들은 재사 지낼 때, 여기서 천도재를 지낼 때 물건을 많이 사다가 상에 온통 쌓아 놓고 지내야만 잘 지내 주는 걸로 아니 이 노릇을 어떡합니까? 그렇다고 해서 물건을 안 사면 ‘아이, 물건도 안 사는데 뭐 돈 이것만 해도 되고, 안 내도 되지 뭐.’ 이렇게 생각을 한다 이겁니다. 그거는 절대 아닙니다. 왜냐하면 부모가 모습을, 아까 얘기했듯이 일차적으로 그렇게 독사의 무명을 타고났거나 또는 어떠한 짐승의 모습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 극매고 있는 그런 지옥고를 범했을 때, 이 공부 하면서 그것을 면해 주기를 바라고 모든 거를 합니다. 사람의 모습만 가지고 나오는 게 아니라 자기가 산 대로, 지은 대로 콩 나고 팥 나듯이, 그렇게 가지각색으로 모습을 쓰고 나오는 것이 지옥고입니다. 오간지옥고니 하는 그 오간지옥이란 것은 땅속에서 파먹고 땅속에서 바깥에 나오지도 못하는 것이 오간지옥입니다.
그러니 그 지옥고에서 벗어나려면 단 하나의 그 마음 즉, 영령을 탁 건져서 내 마음과 둘이 아니게 해 놓는다면 금세 제도가 되는 거죠. 인간이 된 거죠. 그렇게 될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 여러분이 천도재를 지내고 또 지내고 또 지내게 되는데 어머니의 아버지의, 형제의 그 무명을 벗기기 위해서 지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건너가지 못하는 것을 건너가게 하기 위해서 지내는가 하면, 한 발자국도 떼어 놓지 못하고 업식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건지려고 지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영령들의 의식은 체가 없습니다. 체가 없기 때문에 열도 되고 백도 되고 스물도 되고 이럽니다. 돌아가셔서 천도재를 했으면은 아이, 제사(祭祀)도 안 지내야지 왜 지내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것은 자식 된 도리죠. 잘됐든 못됐든 자식이 된 도리예요. 묵은 빚 갚아야죠, 은혜를. 자기가 은혜를 못 갚으면 자기 대에서 또 자기 은혜를 갚지 않습니다. 그렇게 돼 있습니다, 아주. 그러니 허명무실하게 떠넘기지 마십시오. 제사 지내는 것도 여기 상을 차리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단 한 가지라도 뜻있게 해서 이 세상의 중생들을 다 먹이고도 떡 한 그릇이 되남도록 하라는 겁니다. 물과 초, 향 그거면 족하지 뭐가 더 필요하냐. 모든 빗방울이 바다로 들어간들 빗방울이라고 하겠습니까? 바다의 물이라고 하지. 수만 개의 영령들을 한마음에다 집어넣어도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그럭하면 오히려 집안이 더 깨끗하고 더 청정합니다.
그러니까 천도를 스님네들한테 청하되 무엇을 많이 차려 놓는 걸 바라지 마십시오. 찹쌀가루를 해서 재사 지낼 때 뚱그렇게 그냥 부쳐서 아홉 조각 아니면 일곱 조각, 일곱 조각 아니면 세 조각 이렇게 해서 놓고, 초 향 물 이렇게만 해 놓고 지내신다면 그것으로써 족합니다. 환란이 없어져요. 왜냐하면 나물 먹고 떡 먹고, 뭐 이거 먹고 저거 먹고 이렇게 하는 의식들은 벌써 그건 아주 하의 중생들의 얘깁니다. 여기서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조상들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그냥 떡, 밥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듭니까. 어떻게 그 의식을 떠나지 못하게 만듭니까. 그래서 그렇게 해 놓고 마음속으로 예배를 올리면, 그리고 절 삼정례(三頂禮)를 할 때 맨 끄트머리엔 모든 것을 한데 모아서 내 한마음 주인공에 모든 걸 맡겨 놓고 일어난다면 그것은 아주 극히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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