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잘 팔리지를 않아서 힘이 듭니다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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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잘 팔리지를 않아서 힘이 듭니다

본문

질문

저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림 그리는 일이 불교에서 가르치는 참선하는 길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을 하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림에도 물론 새로운 안목과 새로운 영역이 있는데 그림을 그릴 때 어떻게 나 자신이 나로부터 벗어나서 거기에 도달할 것인가 하는 거를 여쭙고 싶습니다. 그리고 요 근래에 그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졌는데 사실 저의 그림이 잘 팔리지를 않아서 힘이 듭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어느 시골에서 떠꺼머리 총각이 하나 있었더랍니다. 근데 나무를 태우면 숯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걸로 땅에다 항상 그림을 그렸더랍니다. 근데 하루는 저녁나절인데 자기가 여자 생각이 나니까 여자를 그려 놓고 그냥 집에 가서 자고선 저녁나절에 나왔더니 아, 거기 예쁜 여자가 그대로 말을 하더랍니다, 그려 놓은 데서. 그래서 ‘내가 숯으로 그려 놨는데 이 그림에서 말을 하네.’ 하는 동시에 그 여자도 없어지더랍니다. 그런데 그 그려 놓은 여자가 뭐라고 말을 하느냐 하면 “그림 그릴 때나 살아나갈 때도 말하지 말라.” 그러거든요. 생각하지 말라는 거죠. ‘생각하지 말라.’ 하고선 그냥 없어졌거든. 그래서 그것을 믿고 생각을 안 한 겁니다. 인생 살아나가는 것도 생각 안 하고 그저 가다가 보기 좋으면 그린 겁니다. 그래서 그 총각은 그때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을 했고, 지금으로 치면 미술이라고 하죠. 그림 그리기 시작을 해서 그저 어디고 붓과 먹, 종이만 사 가지고 짊어지고 돌아다니면서 산하도 그리고 그냥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그리고 다니다가 어느 산중에 들어서니까 노인네 한 분이 딸을 잃고 혼자 두 다리를 쭉 뻗고 울고 있거든요. 아, 시골 초막집에서 그렇게 울고 있으니까 자기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나서 그 사람을 끌어다 놓으면서 “아 참, 왜 우시느냐?” 하니까 자기 딸이 이렇게 나 혼자만 남겨 놓고 죽었으니 나는 어떻게 사느냐고 하면서 울더랍니다. 그리고 또 뭐가 있어야 살지 않느냐고 그러더랍니다. 딸이 바느질품을 팔았는데, 인제는 살 수가 없다고 하더랍니다. 그런데 그런 거 걱정 하나도 하지 마시라고, 따님은 죽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그러고선 그날 저녁에 바로 큰 헝겊에다가 종이를 붙여 가지고 아주 찢어지지 않게 만들어서는 거기다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 집 딸을요. 야, 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딸과 똑같이 그릴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심안으로서 그 딸을 착 놓고 보니까 어이구, 그 딸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그 딸을 그대로 그렸어요. 그려서 큰 배를 하나 그려 가지고 거기 떠억 앉혀 놨단 말입니다. 그러곤 물도 그려 놓고 나무도 그려 놓고 처억 벽에다 걸어 놓고 하는 소리가, 여기서 딸이 저녁이면 나와서 항상 밥을 해 줄 테니 비밀로만 하라고, 내가 딸을 봤다든가 딸이 이렇게 잘해 준다든가 이런 거를 비밀로 하라고 이렇게 그 그림쟁이가 일러 주고는 갔거든요. 그날 저녁부터 그 딸이 거기서 나와 가지고선 고깃국도 끓여 주고 뭐 밥도 해 주고 다 하고 그냥 또 새벽녘이면 거기로 싹 들어가고, 그러면 고만인 겁니다.

그런데 그 그림 그린 사람이 어떤 사람이 됐기에 그렇게 됐겠습니까? 바로 그것이 무심과 유심이 둘이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무심이라면 유심이고 유심이라면 무심이니, 무심도 아니요 유심도 아닌 그 마음을 누가 가지고 있습니까? 유심도 아니고 무심도 아닌 그 마음을 누가 가지고 있을까요? 그래서 그림 하나를 그린다 할지라도 산 그림이요, 글자 하나를 쓴다 하더라도 산 글이요, 말 한마디를 한다 하더라도 산 법이요, 이렇게 되죠.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내 손이 그리는 게 아니라 바로 진짜 참나 손이 내 손을 이용해서 그린다는 것을 꼭 믿으세요. 그렇게 자기 주인공을 꼭 믿으란 말입니다. 그러면 꼭 거기서 살 길이 나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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