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살생하고 싶지 않아요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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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살생하고 싶지 않아요

본문

질문

스님, 저의 집에 쥐라는 녀석이 자꾸 귀찮게 굴어서 약을 놨더니 그걸 먹고 쥐가 죽었습니다. 근데 불법을 공부한다면서 살생을 했다고 생각하니 자꾸 마음이 걸리는 거예요. 이제 더 이상 살생을 하고 싶지 않은데 이렇게 쥐가 나타날 때는 어떻게 해야 될는지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이 공부를 제대로 하는 사람에 한해서는, 예를 들어서 밭에서 일하다가 지렁이를 밟아 죽였다 한다면 지렁이 무명만 쳤을 뿐이지 그게 죽인 게 아니거든요, 그냥 놓는다면 말입니다. 지렁이가 바로 자기니까요. 그런데 ‘내가 죽였으니까 이거는 불쌍해서 어떡하나.’ 하고 둘로 보고 놓지를 못하기 때문에 그거는 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게끔 만들어 놓는 겁니다. 지렁이가 또 지렁이가 되게 만들어 놓는 셈이나 똑 같단 말입니다. 그러나 내 마음이 좀 너그럽고 지혜 있으면 그 지렁이도, 지렁이의 마음도 넉넉하고 지혜가 있어서 스스로 잘될 것을, 내가 구차하게 마음을 먹으니까 그 지렁이조차도 구차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러니까 살생이라고 걸리지 마세요, 그것도. 그러면 그 쥐라는 무명을 못 벗어요. 아시겠어요? 거기 걸리면 안 돼요, 하여튼. 왜 저, 발이 많은 그리마 있죠? 그게 하나라도 걸리고 갑니까? 다리가 그렇게 많은데도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나도 걸리지 않고 가다가도 “넌 다리가 그렇게 많은데 하나도 걸리지 않고 가는구나.” 한다면 그만 못 가고 맙니다. 그게 생각 차이란 말입니다.

그러니 그런 애들이 정히 날뛰면 주인공에다 모든 걸 맡기고 그렇게 하셔야지 어떡합니까. 그러니까 그것이 왜 양단간에 좋은 일이냐 하면요, 개도 잘 기르는 것만 안다면 무명을 벗지 못해 가지고 그냥 차 오는 데로 막 뛰어듭니다. 자기가 생명이 자꾸 연장이 되면 그 모습을 벗지 못하거든요. 그런 까닭에 부처님께서는 모든 짐승들을, 어쩌다가 죽이는 경우가 생긴다 해도 살생이 아니라고 그랬어요. 외려 건진다고 그러셨거든요. 모습은 밟았으나 그 밟힌 인연으로 인해서 그 모습이 화해서 딴 모습으로, 이렇게 세상을 보게 되는 거죠. 그러니깐 죽여도 건지는 거고 살려도 건지는 게 되죠.

그러니까 예전에 선지식들은 소 한 점을 먹어도 소 한 마리의 무명을 벗겨 줬다고 그랬잖습니까. 그래서 눈 뜨고 귀 뜨인 사람한테 그 한 점 돌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고 그랬습니다. 그랬는데 쥐가 날뛰고 그런다 하더라도, 쥐도 영물의 짐승입니다, 무명을 정말 벗겨 주고 싶은 그러한 심정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그러나 그 쥐를 죽이기 싫으면 죽이기 싫은 대로 “얘들아! 아니, 사람 사는 데 들어와서 이렇게 귀찮게 굴면 어떡하느냐? 그 좀, 사람 귀찮지 않게 할 수는 없느냐?” 하고 누누이 말해 보세요. 그러면 쥐도 알아듣거든요.

그러니 이 공부라는 것은 어느 지렁이 하나도 버리는 것이 없어야 될 거예요. 이거는 하치 못한 생명이니까 그냥 이렇게 버리는 그런 마음이 돼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그 어떤 모습도 둘이 아닌 내 모습으로 보고 그 자리에 몽땅 다 놔 버리세요. 뭐 그렇게 걱정이 많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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