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고 안 되고를 모두 뛰어넘으려면
본문
질문
스님께서는 “놓으세요. 놓고 가세요. 맡겨 놓고 가세요. 잘된 거는 감사하게 맡겨 놓고 또 안 되는 것은 ‘응, 안 되는 것은 주인공만이 해결할 수 있다.’하는 두 가지만 생활 속에서 진실하게 실천할 수 있다면 눈물 흘리지 않고 살 수 있을 겁니다.”라고 하셨는데,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되고 안 되는 것을 모두 뛰어넘을 수 있는 가르침을 설하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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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허허, 두 가지만 있는 거는 아닙니다. 도둑질을 하고도 그렇게 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니까요. 예를 들어서 이런 게 있죠. 인간이라면 계율, 질서, 교양, 충성, 효도 이런 거는 다 잘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그건 아주 전제하고 들어가죠. 그리고 불심도 돈독하고요. 그렇다면 도둑질도 못할 거고 강도질도 못할 겁니다. 돈 주고 하래도 못해요. 그러니까 그렇다는 것을 믿고 전제하고 들어가죠.
그런데 그렇게 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언제나 모든 것을 맡길 줄 아셔야 합니다. 안 되는 거는 한번 쓱 뒤집으세요. ‘아하! 주인공밖엔 해결을 못하지.’ 그러고 믿고, 믿고 거기다 맡겨 놓으면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무 걱정이 없어요. 안 되는 것도 되는 거니까 걱정이 없다니까요. 안 되면 여러분은 방황하죠? 그런데 그 안 되는 것도 고정되지 않았거든요. 되는 것도 고정되지 않고 안 되는 것도 고정되지 않아요. 그러니 안 된다고 하더라도 되는 거죠. 금방 돌아올 테니까요. 그러니 운전수 노릇을 잘해야 돼요. 또 모든 것을 거기다 맡겨 놓고 갈 때 참 감사하죠. 그게 됐을 때 참 감사하죠. ‘참 감사하다’ 하고 또 감사하게 놓고요.
그런데 고집멸도(苦集滅道) 사제법에 이런 게 있죠. 고라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살림살이하는 데에 모두가 고라고 생각하시죠? 그런데 고가 아닙니다. 인간은 부처가 될 수 있게끔 고등 동물로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면 그 과정을 거쳐야 벗어나죠. 그래서 “사람 되기 어렵고 정법 만나기 어렵고 부처 되기 어렵더라.” 이런 게 있죠. 그러니 사람이 됐으면 우리가 ‘그 모든 것은 내 주인공이 나를 성숙하게끔 둥글게 이끌어 주는 과정이로구나.’ 하는 걸 믿고 놓을 때 감사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때는 집도 없고 멸도 없고 도도 없을 겁니다. 고에서 그냥 타파를 해 버렸기 때문에요. 고라는 이름에 끄달리지 마세요. 우리가 고라는 이름을 잘 요리를 해서 맛을 볼 수 있다면 그거는 아주 맛이 좋은 겁니다. 감사하고 말입니다.
지금 그냥 누구한테 맞아서 기어서 가도, 밥을 굶고 지금 기어간대도 ‘아이고! 참 감사하구나. 이렇게 감사할 수가 있나.’ 하고 아마 눈물을 흘릴 겁니다. 그러니 ‘고가 고가 아니다.’ 이겁니다. 업보가 많으니 죄가 많으니 이러고 난설하지 마세요. 어떤 안 되는 일이 있어도 ‘아! 이거는 주인공밖에 해결 못하는구나.’ 하고 믿고 놓으세요. 안 돼도 ‘이것도 되는 거지, 뭐.’ 하고 그냥 편안하게 놓으시란 말입니다. 그러면 쓱 한 찰나에 돌면서 그게 슬금슬금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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