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의 진정한 뜻을 알고 싶고, 참회와 예불과의 관계도 궁금합니다
본문
질문
참회란 ‘용서를 빈다’, ‘뉘우친다’는 등의 학적인 뜻이 있습니다. 행법으로는 이참법, 사참법등의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금강삼매경에 “어떻게 하는 것을 참회라 하나이까?” 하고 아난이 여쭈었을 때 부처님은 ‘진실관에 들 때 모든 죄는 사라진다’고 하셨습니다. “마음이 무상임을 관하면 죄과란 남아 있을 수가 없다. 죄가 없어지고 번뇌 망상의 마음이 없어지면 이참, 곧 참회가 이루어진다.” 하는데 참회의 진정한 뜻을 알고 싶고, 혹 어떤 도반은 예불 시간에는 참회하라고 하는데 참회와 예불과는 어떠한 관계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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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법회에서 여러 번 한 얘기입니다만, 옛날에 어떤 농부가 논일을 보러 나가다가 보니까 논두렁 옆 숲에 큰 구렁이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았는지 새끼 뱀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본래는 아주 착한 사람이었지만 그 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들고 있던 삽으로 그 구렁이를 뭉텅뭉텅 끊어버렸습니다. 구렁이야 미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너무 쉽게 생각했겠지만 그러나 구렁이 입장에서 본다면 그것은 한 가족을 파탄으로 몰아넣은 것이죠. 그런데 훗날 그 농부는 손주를 다섯 낳았는데 모두가 다 불구자였습니다. 큰 아들이 손주를 낳아도 그랬고, 작은 아들이 손주를 낳아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떤 분들은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 하겠지만 사실 있는 일입니다.
세상에는 참으로 기구한 인연도 많습니다. 어떤 경우는 수 대(代)째 내려오는 깊고 깊은 업연이 있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무심중에 저지른 일 때문에 내내 고통을 당하기도 합니다. 모르니까 그저 모르고 받습니다만, 이 세상 그 어떤 일도 전에 내가 지은 생각이나 행동과 연결되지 않고 생기는 경우는 없습니다. 요즈음도 그런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 것처럼 내가 지은 모든 업보가 한군데에 입력되어 있다가 인연이 닿으면 솔솔 하나하나 나오는 것이기에 나온 그 자리에 다시 놓아야 앞서 입력된 것이 지워지므로 몰록 놓으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 인과의 법칙을 다 알고 나서 해결하려고 한다면 때가 늦습니다. 내 앞에 닥쳐오는 대로 모든 경계를 순간순간 되돌려 놓아서 새로이 입력되게 해야 합니다.
그 도리를 믿고 그렇게 한다면 모든 업들은 다 녹게 되는 것이죠. 설사 지난 생 어느 때에 죄업을 지었다고 하더라도 진실로 한번 돌려놓는다면 그대로 녹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되돌려 놓는 수행이야말로 참회 중의 진참회(眞懺悔)요, 공덕 중의 공덕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결코 둘이 아닙니다. 그러니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든,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이든 가릴 것 없이 모두 주인공 한마음에 놓는 작업을 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어느 것 하나 참회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일을 해도 참회하는 것이요, 법당에서 예불을 모셔도 참회하는 것이요, 남을 위해 한생각 내주는 것도 참회하는 것이니 즉 일체를 그 자리에서 함을 믿고 놓아가다 보면 참회할 것조차 없음을, 놓을 자리조차 없음을 체득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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