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다녔던 분들에게 꼭 배신을 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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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는 남편이 다니자고 해서 절에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낯설어서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절에 와서 스님의 법문을 들으니 좋기는 한데 어려서부터 함께 교회를 다녔던 분들에게 꼭 배신을 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가르침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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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우리가 항상 차를 타고 다니는데, 버스로 비유하자면 시발점에서만 버스를 타는 게 아닙니다. 내가 탈 때 내리는 사람도 있고 내가 내릴 때 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시에 내리고 타고 하는 것이, 내리는 데 걸리지 않으면 타는 데 걸리고, 타는 데 걸리지 않으면 내리는 데 걸린다고들 하는데 모두 자동적이지 않습니까? 자동적으로 내리고 타는 것을 진리라고 합니다. 상대성 원리라고도 하고요. 정맥, 동맥이 없으면 이어서 돌아갈 수가 없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자동적으로 내리고 타고 하는 그 가운데에 내리고 타고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마음을 가졌느냐는 얘깁니다. 그 마음은 어디까지나 자유스럽습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도 했고, 자유를 자유대로 행하고 삶을 살 수 있기에 사람이라고 그런 겁니다. 그리고 사람이라고 했던 것은 바로 체가 없는 마음을 맘대로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자기 마음을 가지고도 자유스럽게 못 쓰고 있습니다. 관습에 매달리고 안 된다는 데 매달리니 괴롭습니다.
얼른 쉽게 말해서 차를 타는 데도 끄달리고 내리는 데도 습관적으로 끄달리는 겁니다. 왜 끄달립니까? 내가 갈 데가 있으면 묵묵히 차를 타는 거고 또 내려야 할 때 묵묵히 내리면 되는 거지, 남이 내리는 거 오르는 거 다 참섭하면서 온통 걸리고 돌아가니 그 노릇을 어떡하겠습니까. 내 육체를 여래의 집으로 삼고 흔들림 없이 도는 한마음의 그 심봉은 자유스러운 겁니다. 그런데도 생각하는 대로 여기 매달리고 저기 끄달립니다. 자기 마음을 자기 마음대로 한다고 하면서도 그렇게 끄달리는 겁니다.
그러니 내 안에서 나오는 일체의 생각을 나의 근본 자리에 되돌려 놓으십시오. 나의 관습과 사량으로 ‘이건 맞다 그르다, 이건 부족하다 적합하다’ 하고 판단하고 따지다가 보면 마음의 길에 한 발자국도 떼어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니까요. 양심에 걸린다, 배신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다 내려놓으세요.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건 마음 씀씀이와 올바른 행동 그런 겁니다. 마음을 잘 써야 행동을 잘하고, 행동을 잘해야 진실한 말을 잘하고, 조건 없는 사랑을 할 수 있는 말을 할 수가 있고, 여여하게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화가 나게 하면 화가 나게 하는 것도 그 자리요, 화가 안 나게 하는 것도 그 자리이니 그 자리에다가 즉시 돌려서 화가 안 나게끔 하는 도리를 아셔야 합니다. 화나는 거 하나로 표현을 했지만 모든 게 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한마디로 표현을 하기를 “구정물을 새 물로 갈아서 먹고 써라.” 이렇게 말한 것입니다. 그러니 일체의 모든 것을 근본에 진실로 맡길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시기를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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