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과 성현이 하는 결혼의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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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큰스님의 법문을 모은 서적을 서너 권 구하여 읽어보았습니다. 그 중에서 깨치기 전에 결혼하지 말 것이며, 결혼했으면 깨치기 전에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신 법문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한국의 선지자 중에서도 결혼을 하고 자손도 많은 분들이 계신 것으로 아는데, 범인이 하는 결혼과 성현이 하는 결혼에는 무슨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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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시장에 가보면 모습을 가지고 나온 대로 사과는 사과대로, 배는 배대로 모아놨죠? 그것이 누가 이렇게 놔라 저렇게 놔라 하는 사이 없이 끼리끼리들 모여져 있어요, 뒤섞이는 일이 하나도 없이 말입니다. 우리 인생이 태어나는 것도, 인연 따라서 모였다 흩어지고, 또 흩어졌다 모이는 것이, 자기가 뿌려놓은 2세들이 전부 한 염주줄에 꿰어져 있는 염주알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 속에서 자기 하나라도 그 도리를 안다면, 염주를 하나 들어도 염주알이 전부 달려 올라오듯이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가정에서 한 명이라도 이 도리를 알아서 증득한다면 그냥 한마음으로 들리는 거죠. 그렇게 꿰놓는다면 다 들리는 겁니다. 꿰어 놓질 않고 전부 흩어져 있다면 다 들리지가 않겠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이 공부를 해야만 하는 겁니다. 또, 마음공부는 결혼을 했든지 안 했든지 그걸 떠나서 해야하는 거죠. 출가를 한다 하더라도 마음으로 출가를 해야지 몸만 출가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출가를 하는 것은 우선 가정을 버려야 하고, 부모형제에 대한 애착을 버려야 하고, 안에 들어와서는 나 자신도 버려야 되는 거죠. 그렇게 공부하는 거예요. 우리가 한철 살다 가는 건 마찬가지지만 이 마음공부 한 사람들은 생사윤회에 걸리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죽어도 이 자리, 살아도 이 자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살아 나온 자리가 없기 때문에 죽어갈 자리도 없어요. 생사윤회를 몽땅 치워버렸거든요. 내 몸뚱이가 공해서 없는데 그 자리에서 오는 건 어디서 왔으며, 그 자리에서 가는 건 또 어디로 갈 것입니까.
그 뜻을 잘 생각해보시면 이 공부하는 데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만큼 열심히 진실하게 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주위 인연을 내려놓으면 얽히고설킨 문제가 적으니 공부하기가 좀 낫죠. 그래서 옛말에 "일찍이 불자가 되었다면 먼저 참나를 찾을 것이요, 이미 결혼을 했다면 거기에 매이지 말 일이다." 라고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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