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경이나 백팔배를 하는데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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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경이나 백팔배를 하는데

본문

질문

마음이 집중이 안 되어 독경을 하거나 백팔배 등 절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수행 방편도 타력에 의지하는 것인지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그 말을 나무로 비유하겠습니다. 나무 한 그루에 잎새가 헤아릴 수 없죠? 나무뿌리는 하나인데 가지들은 많고 그 잎새는 더 말할 거 없이 헤아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경을 읽는다 하면 잎새를 세는 거와 같고, 또 백팔배를 한다면 바로 나무를 만져 주는 거와 같다. 그렇다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나무와 가지와 잎새가 있는 것을 가르쳐 주면 거기에 뿌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수 있으니까 그것을 그렇게 일러 주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가만히 생각해 보십시오. 잎새를 아무리 세어도 센 사이가 없을 테고, 가지를 아무리 더듬어 줘도 더듬어 준 사이가 없을 겁니다. 공덕이 하나도 없어요. 그러기 이전에 역대 부처님과 조사들은 다 가르치시길 ??얘야! 나뭇가지도 아니고 잎새도 아니니라. 뿌리에다 돌리거라. 마음을 일심으로 뿌리에 두어라. 가을이 되면 떨어지고, 봄이 되면 잎이 피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그 과정은 뿌리로부터이니라. 그러니 들이고 내는 모든 것을 뿌리에서 들이고 내는 것이니라. 뿌리가 없다면 나무는 모두 죽어 버리고 만다.?? 하셨습니다.

그러니 무엇이든 뿌리에 마음을 두는 것은 바로 뿌리에 물을 촉촉하게 주는 거와 같다 이겁니다. 그러면 가지를 쓰다듬지 않아도, 이파리를 세지 않아도 그 나무는 아주 싱싱하고 푸르르게 자랄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고 해서 부처님께서 나무 잎새나 나뭇가지나 나무 둥치나 이런 걸 무시한 게 아닙니다. ??뿌리부터 알고 뿌리에서 나온 거라는 거를 알아라. 그럼으로써 경을 읽되, 경이 나를 보지 않고 내가 경을 보지 않는 이치가 나오느니라. 절을 하되 절을 하는 사이가 없이 할 수 있느니라. 또 경을 보되 귀로 보고 모든 만물만생의 소리를 듣되 바로 눈으로 듣는다. 그 도리를 알게 되면 눈으로 듣는다도 없고 또 귀로 본다는 것도 없이, 바로 하나가 불끈, 하늘을 끼고 돌아가느니라.?? 이런 뜻에 속합니다.

그러니 우리 인간의 마음이, 그 속에 수십억의 의식을 두고, 생명을 두고, 모습을 두고 있는 이 몸이 그 나무와 같이 아주 크다면…, 나무라는 것은 나무로 볼 수도 있지만 나무는 아주 크다는 뜻도 됩니다. 그래서 사람이 수없이 거듭거듭 태어나고 멸하고 이러는데 사람만이 이런 고초를 겪고 이런 행복을 가져오는 것이 아닙니다. 고통과 행복이 엇갈린 세상 속에서 모든 것에서 벗어나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겁니다.

행복도 아니요, 고통도 아닌 그 작용 속에서 바로 한생각 일어나는 것이 법이 돼야 된다는 얘깁니다. 한데로 떨어지지 않는 말씀이 법이다 이겁니다. 그리고 쥘 수도 없고 볼 수도 없고 가질 수도 없으면서, 대천세계 모두 돌아가게 하는 이 하나의 마음을 탁 포착하는 그런 계기가 되라 이런 얘깁니다. 안에도 없고 바깥에도 없고, 이것도 아니고 그것도 아닌, 그러면서도 역력하게 여러분을 끌고 가는 그 마음 내기 이전 불성 말입니다.
 
그거를 일러 드리기 위해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모든 것을 누가 들이고 내느냐. 마음이 들이고 내는 거다. 그 마음이 이렇게 생각하면 이렇게 끌고 가고 저렇게 생각하면 저렇게 끌고 가니, 그 양면을 다 작용하면서 끌고 가는 것이다. 그러니 조심해서 선(善)의 공덕 길로 끌어들여라.”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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