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생하는 게 올바른 일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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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삼보에 귀의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올바르게 실천하고 싶은 불자입니다. 동네에 가까운 포교원에 다니다가 불교의 기초교리를 배우면서 우연히 현대불교신문을 알게되었고 인터넷을 통해서 스님도 뵙고 법문도 들을 수 있게 되어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질문드리고 싶은 내용은 포교원에 다니면서 한 달에 한번씩 물고기 방생을 하고 있는데 방생을 하게되면 물을 오염시키고 자연 생태계를 파괴시킨다는 뉴스를 자꾸 보게 되면서 과연 방생을 하는 것이 올바른지 의문이 생겨 질문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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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물에서 사는 생물들도 각층의 차원과 모습을 가지고 살아나갑니다. 내가 전에도 얘기했지만, 모두가 주고 받으면서 서로 공식하고 공생하면서 공용을 하고 돌아갑니다. 그런 동시에 자기가 돌고 있는 테두리를 정확하게 찾고 또 질서정연하게 살고 있습니다. 미꾸라지는 미꾸라지 노는 데에서 놀고, 게는 게 노는 데에서 놀고, 제각기 모두 자기 노는 데에서 논다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방생을 한다고 하지만, 잡아다가 다시 놓아준 고기들이 제 집 찾아가느라고 허덕이다가 죽는 걸 보면 난 가끔 그 생각이 나요. 6·25 때 차에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가다가 떨어져서 죽고 다리가 부러져서 걷질 못하고 쓰러지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그 기억이 떠오르면, 고기를 방생한다고 풀어 놓았을 때 제 집 찾아가느라고 애를 쓰는 것이 그와 같겠구나 하는 생각이 납니다. 얼마나 큰 고통입니까, 그게? 사람들은 무심코 잡아다가 갖다 넣고 또 잡아다가 풀어 놓고 이러는데, 그건 그림자로만 왔다 갔다 하는 겁니다.
그리고 방생이란 물 속에 넣어주는 것만이 아닙니다. 물을 잃고 바깥에 내몰린 생명을 물에 넣어 주는 것도 방생이요, 돈이 없어서 방을 얻지 못하고 거리로 나앉는 사람을 돕는 것도 방생이요, 먹지 못하고 굶는 사람에게 먹여 주는 것도 방생이요, 자신의 내면을 믿고 관(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이웃에게 마음의 도리를 알려주는 것도 방생입니다. 어느 것 하나 방생 아닌 게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방생을 특별한 날로 정해 놓고 할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다가오는 모든 인연 속에서 순간순간 둘 아니게 보고 둘 아니게 행을 하신다면 참다운 방생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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