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오는 감정 주체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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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먹고 살기 위해서 직장 생활을 꾹 참고 다니긴 하는데 올라오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선원에는 열심히 다니는데 몸뚱이만 왔다 갔다 하는가 봅니다. 좀 여유롭게 살고 싶은데 정신 번쩍 뜨이게 한마디 일러 주십시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하여튼 사람마다요, 먹고 살기 위해서 그러겠지만 그렇게 극치적으로 그냥 안달복달하면서 살지 마세요, 모두. 좀 너그럽게 하시구요. 인생이 한 철이에요, 한 철. 우리가 인생 한 철을 그냥 아주 급급하게 살죠. 살얼음판을 걸어가는 것과 같이, 또 망망대해에 배 띄워 놓은 것과 같이 사는데, 그렇게 급급하게 살지 마시고 망망대해에 가다가 빠져 죽든, 살얼음판을 가다가 미끄러져서 엎어지든 제쳐지든, 그런 거 상관할 것 없이 자기는 그냥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으니까 주인이 알아서 다 하겠지 하고 몽땅 그냥 맡기고 편리하게 놓으세요, 그냥.
그저 라면 한 그릇 먹으나 밥 한 그릇을 먹으나 하루 살기는 마찬가지예요. 내가 항상 그래요. 밥을 한 그릇 떠다 주나 눌은밥을 반 그릇 갖다 주나 나 먹기는 똑 마찬가지예요. 뭐, 그거 별다른 거 없어요. 더 좋은 거 해 먹자, 더 좀 맛있는 거 해 먹자 이러는 마음이 파란을 일으켜요. 그냥 생기면 생긴 대로, 우리 집에 들어왔으면 들어온 대로, 또 가면 가는 것 잡지도 말고 오는 것 막지도 말고, 생긴 대로 물 흐르는 대로….
물이 뭐라고 그러는 줄 아세요? ‘만물만생이 다 물속에서 살아도 다 그저 집이 돼 주면서 끝없이 유유하게 흘러가는 나를 보고 살아라. 나같이만 살면 뭐가 걱정이냐.’ 하죠. 산은 산대로 나같이만 살라고 그래요, 묵묵히. 그런다면 뭐가 걱정이에요, 한 철 날 놈의 거. 한 철 동안 공부하시는 게 세세생생으로 돌아가고, 세세생생에 돌아가는 그 자리의 권한으로 가신 위의 조상들도 다 건질 수가 있고 아래의 자식들도 다 건질 수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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