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가 잘 들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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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누구한테 화두를 받은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이 뭣고’ 화두를 들고 공부해 보려고 하는데 화두가 잘 들리질 않습니다. 화두가 잘 들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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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우리가 몽땅 놓지 않으면 그 길에 들지 못합니다. 놔야, 거기에서 미지수의 세계에 스스로 의정 나는 게 있는 거지 아니, 번연히 알고 있는 것도, 이 뭣고? 사람이지 뭡니까. 이 뭣고? 물건이지 뭡니까. 아니, 아는 걸 돌리려니까, 의정을 내려니까 이게 의정이 진짜로 들어갈 수가 없는 겁니다. 예전에는, 몇백 년 전에는 그렇게 할 수 있었어요. 그것도 도대체 의정이 나니까, 모르니까 그랬는데 지금은 너무 잘 알잖습니까. 과학적으로나 생물적으로나 동물적으로나 생리학적으로나 모든 게, 의학적으로나 모두 잘 아니까 이거는 전부 아는 거예요. 아는 걸 의정을 내려면 내지나요? 스스로 내가 모든 것을 놓았을 때 스스로 홀연히 의정이 나오는 거지요.
그래서 의정이 날 때, 그때 의정을 내지 말고 믿고 들어가는 겁니다. 믿고 들어가서 ‘넌 알지? 진짜 너는 알지? 주인 너는 알지?’ 하고선 딱 홀연히 나를 내가 깊은 속에서 끌어내 가지고서 그때 같이 동시에 둘이 아니게, 하나로서 둘이 아니게 돼 가지고서, 그때에 돌면서 진짜 의정이 나는 겁니다, 그때는. 미지수의 세계를 돌면서 그때 진짜 손 아닌 손이 아니 닿는 데가 없고, 발 아닌 발이 길 아닌 길을 아니 닿는 데가 없다 이겁니다. 한 발로 디뎠어요. 그렇게 됐을 때 진짜 의정이 절로 나는 거지 어쩌자고 글쎄, 요기서 빤히 아는 놈의 걸 의정을 냅니까. 그래 가지고 무슨 의정이 됩니까, 그게?
그러니까 보고 듣고 움죽거리게 하는 소소영영한 그 성품의 주인 녀석이 있는 거를 분명코 알았다면 ‘이 뭣고?’ 할 필요도 없다 이겁니다. 지금은 시대가 이렇게 바뀌었으니만큼 우리가 뛰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뛰는 것이 전체가 참선이 아니라면 안 됩니다. 시간과 공간을 두고 우리는 참선을 한다, 좌선을 한다, 화두를 쥔다 이런다면, 아니, 내가 태어난 게 화두고 태초인데 거기다가 또 더 붙인다면 언제 어느 명년에 그 종 문서는 다 태워 버릴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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