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믿어야 하나요 > 길을 묻는 이에게

어떻게 믿긴 뭘 어떻게 믿어요? 자기가 이 세상에 났으니까 믿어야죠. 자기를 끌고 다니는 그놈이 바로 자기 마음의 주인인데 주인이 과거로부터 이끌고, 지금도 또 이끌고 가는데 어떻게 안 믿겠소? 허공을 믿겠소, 이름을 믿겠소, 고깃덩어리 형상을 믿겠소, 무엇을 믿겠소? 나부터 믿고 나부터 알아야 상대를 알고, 상대를 알아야 우주를 알고 세계를 알고, 내 나라도 생각할 수 있고, 내 가정도 생각할 수 있고, 사회 국가 모두 생각할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나는 어떤 때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믿습니까?” 이런단 말이에요. 아니, 자기가 자기도 못 믿는 사람이 어떻게 남을 믿고 돈을 주며, 또 남의 보증을 서고 망하고 온통 이러나요? 어떻게 자기도 못 믿는 사람들이 남을 믿습니까? 세상에 믿을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아픈 것도 대신 아파 줄 수 없고, 대신 죽어 줄 수 없고, 대신 먹어 줄 수 없고, 대신 똥 눠 줄 수 없고, 대신 자 줄 수 없단 얘깁니다. 자식과 부모지간에도 대신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데 자기를 못 믿어요. 자기 자신인 자신을 어째서 못 믿습니까? 사람이 본래 직감이라고 그러기도 하죠. 그런데 본래 그 자성신이 없다면 그 직감이라는 것도 없고 목석인 겁니다.

그런데 무조건 믿어야지 어떻게 무조건 믿지 않습니까? 내가 있음으로써 상대가 있는 것이고 세계가 벌어졌는데, 내가 없으면 무효인데 나를 어째서 믿지 못합니까? 그러니까 아직 물질에, 50%의 물질의 관념을 가지고 습이 되어서 졸졸이 그냥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고집, 뭐, 또 날짜를 보지 않으면 이사를 못 간다는 고집, 또 굴왕신이 내리면 집을 못 짓는다는 고집, 팔자 운명이 있다는 고집, 업보가 있다는 고집, 유전이 있다는 고집, 모두 고집을 세우다가 걸려서 넘어지게 돼 있습니다. 이 고집 고집을 다 몽땅 한순간에 놓으십시오.

예전에 어느 한 큰스님이 이런 말을 하십디다. 눈을 뜨고 삼 년만 쉬어라. 자거라 이 소리죠. 하하하. 눈을 뜨고 어떻게 삼 년을 잡니까? 생각들을 해 보세요. 그러니 어떻게 자기를 믿지 않겠습니까? 이거는 철저하게 여러분이 믿지 못하기 때문에 갈팡질팡하는 겁니다.

예전에 내가 어렸을 때입니다. 일제 시대 때 먹을 거나 있나요? 건빵을 우거지에다가 넣고서는 푹푹 끓여서 한 그릇씩 먹는데 아, 딴 집들은 보리밥이라도 그래도 쌀 넣고 이렇게 해 먹는 걸 보았거든요. “아무개네 집은 그렇게 해 먹는데, 우린 이걸 먹어?” 그러니까 “그 집의 쌀밥보다 우리집 우거지에 건빵 넣고 끓인 게 더 좋으니라.” 이러신단 말입니다. 그때는 그게 아예 천부당만부당했죠.

그런데 지금 보십시오. 못났든 잘났든, 못 배웠든 잘 배웠든 내 부모가 제일인 것처럼, 못났든 잘났든 나 자체가 제일인 것입니다. 내가 있음으로써 내 주인이 있고, 그 주인이 있음으로써 나를 끌고 다닌다 이 소립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아시고 활을 쏠 때 진짜 자기한테 쏘십시오. 그러면 일천만 가지가 다 녹아서 스러져 버리고 과거 또는 업보, 유전성 영계성 업보성 세균성 윤회성 이런 것이 다 몰락 그냥 녹아 버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