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희열 사라졌어요.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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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희열 사라졌어요.

본문

질문

두어달 전, 관음전에 기도를 하러 갔었는데, 도무지 답답하고 제대로 되지도 않아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다 문득, ‘관음 앞에 기도를 하는 것은 관음의 행원력에 기대는 것이고, 그런 보살들의 원력은 곧 이 마음의 능력이다, 그러니 관음불상 앞에서 기도하나, 내 마음에 엎드려 기도하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참 마음이 날아갈 듯이 기쁘고 가벼우면서 어떤 역경, 괴로움도 두렵지 않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찌해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런 기분이 강하게 들었었다는 기억만 있을 뿐, 그때의 그 기쁜 깨달음은 전혀 남아있지 않습니다. 일부러 그런 마음을 일으켜 보려고 기억을 해가면서 억지로 노력을 해봐도 가슴만 무언가에 짓눌리는 듯 무거울 뿐 허사입니다. 왜 그때 마음이 사라졌을까요? 머리에선 기억이 생생한데 왜 가슴에선 아무런 반응이 또다시 안 생기는 걸까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여러분이 한 발짝 한 발짝 떼어놓고 가는데 여러분이 그렇게 떼어놓는 거를 마음으로 붙잡고 갑니까, 그냥 놓고 갑니까?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냥 발자국을 떼어놓는데 마음은 아무 요동이 없이 그냥 떼어놓죠? 이 공부하는 것도 그와 같이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다 그러하니깐 말입니다. 그냥 발자국 떼어놓는 것처럼 순간 보고 흘러가고 이것 보고 흘러가고, 저것 듣고 흘러가고 또 다른 것을 하면서 아주 자동적으로 그렇게들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하고 가면서도 여러분은 그거를 내내 좋은 게 있으면 좋다고 붙들고, 언짢으면 언짢다고 지켜 서서 붙들기 때문에 그게 놔지지를 않고 한발짝도 떼지를 못하는 겁니다. 한번 가만히 생각을 해보십시오. 언짢아도 한 찰나 좋아도 한 찰나인 것을, 그거를 좋다고 붙들고 즐겁다고 야단이고 그게 행복이라고 하고 또 언짢으면 언짢다고 울고 가슴 아파하고 그냥 그걸 붙들고 늘어지고 그런다면 어떻게 자유스러운 발자국을 떼어 놓겠습니까.

우리가 24시간 살아나가는 것도 항상 바람처럼 버리고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정됨이 하나도 없어서, 고정됨이 없기 때문에 한다 안 한다 말이 없다고 반야심경에도 그랬지 않습니까. 듣는 거나 보는 거나 말하는 거나 책을 보는 거나 일하는 거나 모두가, 만나는 거나 모두가 고정되게 붙잡아 놓은 것이 아니라 항상 바람과 같이 날아가는 것이라구요.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 집착을 해서 그거를 좋으면 좋다고 붙들고 있고 언짢으면 언짢다고 붙들고 있게 돼 있는데, 그걸 언짢으면 어쩌나 하고 또 좋으면 ‘아이구, 좋다’ 하고 붙잡고 가는 것이 아니라 좋든 그르든 그냥 가버리는 게 바로 이 마음공부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아시고 순간 좋았던 감정, 그렇지 않은 양면을 다 놓고 자유스럽게 뚜벅뚜벅 길을 걸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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