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이 저절로 쥐어졌어요.
본문
질문
마음 공부의 근본은 자기 자성을 발견하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자성을 알게 하기 위해서 ‘너가 있다면 증명해봐!’라고 지극하게 관하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법당에서 ‘너가 있다면 주먹을 쥐어봐!’했더니 주먹이 쥐어졌습니다. ‘주인공이 정말 정말 있는가보다’하면서 너무나 감격스러웠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는데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과연 이렇게 증명이 되면 내 몸 속에 인연이 됐던 모든 업식들이 다 녹았다는 증거인지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증명하는 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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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그것은 순간 부와 자가 합쳐져서 싹이 났을 뿐이지 자란 게 아닙니다. 자라려면 그만큼 수행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내 안의 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푸른 하늘을 덮고 있던 무명의 구름 사이로 한 줄기 빛이 조금 비쳐서 하늘이 보인 것 뿐이라는 얘깁니다. 둘 아닌 도리를 알기 위해서 습을 녹여야 하기 때문에 또 죽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알기만 하면 또 뭘 합니까? 그것도 도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남이 목마를 때 떠줄 수 있고 내가 먹을 수 있어야만이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공부하는 자체가 토굴 안에서 공부하는 것과 같습니다. 옛날에 토굴을 하나 만들어 놓으면 밑으로 구멍을 하나 뚫어 놓고 거기 똥 누고, 또 일어서면 머리가 닿아서 못 일어서기 때문에 그냥 앉아서 밥을 먹는데, 구멍 뚫어놓은 거기다 넣어줘서 주먹밥 하나씩 먹고 하듯이. 그런 토굴에서 하는 거와 마찬가지다 이겁니다. 지금 내 몸이 토굴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 몸이 지금 현실의 자(子) 속에 과거 부(父)를 넣고는 자꾸 실갱이를 시키는 거지요. 실갱이를 시켜서 ‘내가 여기 있다.’ 이랬잖아요. 그러니 이제는 내가 여기 있는 줄 알았으니까 부지런히 또 자꾸 가르쳐줘야 되지 않느냐고, 길을 가르쳐줘야 되지 않느냐고, 이 몸이 다니는 길이야 어디 그걸 길이라고 하겠느냐고, 그것도 길이지만 길 아닌 길을 알려 줘야 될 거 아니냐고 자꾸 그렇게 해요, 끊어짐이 없이. ‘길 아닌 길을 걷게 해서 둘 아닌 도리를 알게 해서, 나와 남이 둘 아니게 건져질 수 있게끔 당신만이 할 수 있잖아.’ 하고 그렇게 자꾸 하세요.
그리고 이제 증명을 했으니깐 또 모든 걸 거기다 넣고선 굴림을 굴려봐야 하지 않겠어요? 예를 들어서 이것도 둘이 아닐 텐데 둘이 아닌 도리를 알지만, 말로는 알지만 뜻으로 모르니까 또 ‘너만이 둘 아님을 증명케 해.’ 하고 자꾸 이렇게 해나가야겠죠.
그 자리에서 발현이 되면은 우리가 산책을 가거나 누구를 만나거나 뭐 어떻게 하든 그 자리에서 나를 가르치기 위해서 자꾸 충동질을 하게 돼요. 접근을 하게 만든단 말이에요. 그때는 돌 하나라도 그냥 놓아두지 않고 자꾸 그렇게 돼요. 그러면은 거기서 둘 아닌 도리를 알게 돼야 하는 거죠. 남을 건져 준다 하더라도 둘 아닌 도리를 알아야 어떻게 건져주고 자시고 할 것 아닙니까? 개구리 속에도 내가 들어갈 수 있어야 개구리를 건져주지 개구리가 울고 있는데 내가 건져줄래도 사람이 가면 잡아 죽일까봐 하나가 안되고, 내가 개구리가 될 수 있어야 개구리를 건져줄 수 있는 거죠. 그런 도리를 다 알게 하기 위해서예요, 그게.
그러니까 자꾸자꾸 해보면은 이제 처음에는 조금 고개 넘어서기가 어렵지만은 고개를 넘어섰다 하면은 그때는 하기가 쉬워. 자꾸자꾸 뜻이 돼서 나오니까.
그래서 육조스님은 그렇게 말씀하셨잖습니까? 불성이 있는 줄 어떻게 알았으리까 하구요. 불성이 있는 거를. 그러니까 과거 자기죠. 불성이 있는 줄 어떻게 알았으리까. 여여한 줄을 어찌 알았으리까. 그러니 길을 가다가도 둘 아니게 여여하게 알아야만 되거든요. 여여한 줄을 알게 되면 자연적으로 ‘아, 나한테 다 갖추어져 있구나!’ 하는 거를 알게 되죠. 또 그 다음에는, 갖추어져 있으니깐 ‘아, 내 권리권은 내가 가지고 있구나!’ ‘들이고 내는 거 만법을 걸리지 않게 들이고 내는 것도 여기에서 하는구나!’ 그러니까 만법을 들이고 내도 걸림이 없더라 이렇게 되는 거죠.
그러니 그 계단 없는 계단을 나 아닌 나가 하나하나 맛보아 진실하게 체득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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