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제 마음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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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모순되지만, 제가 제 마음을 모르겠습니다. 어떨 땐 아무 이유없이 마음이 즐겁고, 또 어떨 땐 아무 이유없이 그냥 기분이 우울하고 가라앉습니다. 하루 하루의 마음상태가 틀려서 답답하기도 합니다. 언뜻 보기에 불교에서는 평상심을 지키라고 하던데, 기뻐도 기뻐하지 말고, 슬퍼도 슬퍼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어리석은 놈이라 잘 되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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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우리가 살아나가는 것을 한 번 자세히 지켜본다면 찰나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게 될 겁니다. 어머니가 ‘아무개야’ 하고 부르면 자동적으로 말도 마음도 행동도 아들이 되고, 동생이 와서 ‘형’하고 부르면 자동적으로 형의 마음과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어서 돌아갑니다.
그렇듯이 모든 게 찰나생활을 하는 거예요. 순간 순간만 바뀌어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 생에 남자의 모습으로 태어났다면 남자의 말과 행동과 마음으로 돌아가다가, 어느 한 순간 이 몸을 벗고 다시 여자로 태어난다면 자동으로 여자의 말과 행동과 마음으로 바뀌어서 돌아가기 때문에 순간순간 화(化)해서 사는 것이 바로 시공을 초월해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찰나찰나 바뀌어 돌아가는 그 모든 것이 내가 이렇게 해야겠다고 하고 저렇게 해야되겠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자동적으로 그렇게 돌아가게 하는 그 자리가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해나게 하는 그 장본인을 발견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팔자운명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될 테니까요.
그래서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한 생을 거쳐오면서 미생물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모습, 저 모습으로 살면서 익혀온 모든 습을 녹이는 방법은, 바로 일체를 나온 그 자리에 되놓아야 앞서의 입력된 것이 지워진다고 누누이 얘기하는 것입니다. 현재 자기가 몰라서 그렇지 무슨 생각은 안 들겠습니까? 별의별 마음이 다 일어날 겁니다.
그러나 그 어떤 현상에도 끄달리지 말고 그 모든 것이 나를 발전시키는 공부의 재료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흘러내릴 겁니다. 답답한 마음이 일어나든 우울한 마음이 일어나든 모두 그 자리에 믿고 맡겨야 자유인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한 발 한 발 걸어 나가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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