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꼭 해야 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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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30에 다가서는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결혼과 동반자에 대한 생각을 가끔 하게 됩니다. 결혼이란 걸 꼭 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독신을 고집하는 것도 아닙니다. 진정한 사랑, 즉 자비를 베풀 수 있는 사랑을 여태 해보질 못했습니다. 그러나 나를 죽이고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을 때에는 결혼에 대한 생각을 더욱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큰사랑 실천을 위한 수행자들처럼 말입니다. 가르침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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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마음공부는 출가를 했든 안 했든 그걸 떠나서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출가를 하는 것은 가정을 버려야 하고, 부모 형제에 대한 애착을 다 버려야 하고,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안에 들어와서는 나도 버리게 되는 거죠. 그래야만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한철 살다 가는 건 다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스님들뿐만 아니라 여러분도 마음공부 한 사람들은 생사윤회에 걸리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죽고 사는 데만 걸리지 않는다면 죽어도 이 자리, 살아도 이 자리죠? 안 그렇습니까? 죽어도 이 자리, 살아도 이 자리. 그런데 살아 나온 자리가 없기 때문에 죽어갈 자리도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편리하게 생사 윤회를 활랑 다 치워버릴 수 있겠느냐는 거죠.
아니, 생사윤회를 벗어나게 하려면 이렇게 해라하는 것보다도, 우리 몸뚱이가 공해서 없는데, 세상도 공해서 없는데, 그 자리에서 오기는 어디로 왔으며 그 자리에서 어디로 갈 것이 있느냐는 겁니다. 그 뜻을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우리가 한철 나는 데에 결혼을 해서 산다고 하더라도 때로는 더 얽매여서 사는 수도 있고, 비록 속가에서 공부한다 할지라도 이 마음도리를 열심히 추구해서 보이지 않게 가족과 조상들까지 모두 건지고 살아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상에 맞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해서, 얼른 쉽게 말해서 ''저 사람 참 안됐다. 안됐으니까 내가 희생하더라도 결혼을 해줘야지.'' 이런 결혼은 안되죠. 진짜 사랑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스스로 우러나와서 결혼을 해야 되는 겁니다. 왜냐하면 사랑만 가지고 결혼하는 게 아니거든요. 자비가 돼야 결혼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 거죠.
그러니까 저 사람하고 내가 결혼을 해서 살 수 있나를 한번 점검하는 겁니다. 스스로 내면에서 허락을 받아야 이끌려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에서 허락을 안 하는 사람은, 조건도 좋고 다 괜찮은데도 천상 안 된다는 증거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결혼을 해서 사는 것이 나를 속박하고, 그거 뭐, 평화스럽지도 못하고, 또 쇠사슬로 묶어놓는 격이니까 속박 받기 싫으니까 아예 결혼할 필요도 없다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아주 괴팍하게 돌아가는 셈이죠. 그런데 괴팍한 게 아니라 근본적인 인간의 삶의 근본을 조금조금, 그래도 살아가면서 알아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사랑과 자비를 행하고 살아간다면 결혼을 해야 한다, 하지 않아야 한다를 떠나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것을 전제하고, 내가 지금 내딛는 발자국만 진실하게 떼어놓고 살아가세요. 그러면 걱정할 게 하나도 없습니다. 내 보배가 나에게 있는데 무슨 걱정입니까? 하나도 걱정할 게 없습니다. 모든 것을 근본에다 맡겨놓고 마음 편하게 살아가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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