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죽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본문
질문
저는 대학시절부터 이렇게 고생할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하고 어리석은 생각을 많이 하였습니다. 요즘에는 아버지와의 관계로 인해 전에 스님이 법회에서 아버지에게 맞아죽으면 어떻습니까 하시는 말씀을 듣고 아버지와 대면할 때마다 맞아죽을 바엔 아버지의 손에 맞아 죽는 게 편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하기를 스님은 살아서 ‘내가 죽는 법’을 말씀하시는데... 그 말씀이 언뜻 떠올라,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경우에 따라 아버지도 되고 아들도 되고 남편도 되는 것과 보는 것, 만나는 것도, 다니는 것도 일정치 않으니 내가 없다고 하시는데... 제 생각에는 다 달라도 그게 다 나 아닌가하는 생각때문에 언뜻 수긍이 가지를 않습니다. 어리석은 질문인 것 같으나 제겐 염원하는 것이오니 말씀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어느 거 할 때를 꼬집어서 내가 했다고 할 수 없기에 내가 없다고 하는 겁니다. 일체를 내가 하는 것이요, 또 일체를 내가 하는 것이 없습니다. 그 뜻을 알아야 합니다. 아버지 만날 땐 아들이 되고 아들 만날 땐 아버지가 되고 아내를 만날 땐 남편이 되고 순간 순간 나투며 이 모습 저 모습으로 바뀌어 돌아가는데 어떤 때를 꼬집어서 내가 했다고 하고 내가 만났다고 하겠습니까? 그래서 고정됨이 없다고 하는 겁니다.
어떤 게 될 때 나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거를 하든 근본을 의지해서 자유스럽게 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나라고 할 것이 본래 없다는 것을 알고 생활 속에서 다가오는 모든 것을 근본에 일임해서 맡겨놓고 살아나가는 이 공부가 바로 살아서 죽는 방법인 것입니다.
- 이전글24시간 계속 참선하려면... 21.10.25
- 다음글왜 스님들 승복은 회색인지요? 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