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생활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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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작년에 친구의 소개로 성당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12월 말쯤 아주 나쁜 일이 있었습니다. 집사람과 아이들 보기도 창피했습니다. 처음에는 성당에 나가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부주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사람은 점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집사람과 절이 싫었습니다. 그런데 생활도 잘 풀리지 않고 살기도 힘이 듭니다. 나의 종교 생활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요? 전 성당에 다니면서 신앙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항상 마음 속으로 기도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모든 일이 풀리지 않고 힘이 듭니다.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부족한 저에게 스님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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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힘들어하는 입장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가만히 보면 모든 종교가 타력 신앙으로 가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불교를 믿든 기독교를 믿든 가톨릭을 믿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단 하나 내세우는 게 있다면 자기 주처를 똑바로 믿고 거기에서 물러서지 말라 하는 겁니다. 절대로 타의에서 구하지 말고 자의에서 구함으로써 진짜 종교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이 생명은 무엇입니까? 자기 생명을 떠나서는 결코 진리가 없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기 생명을 떠나면 부처님이 어디 있겠으며, 기독교는 어디 있겠으며, 또 하나님은 어디 있겠습니까?
나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자기 완성이 바로 하나님이고, 자기 지혜가 바로 하늘님이며, 일체의 통신력이 바로 한울님이라고 말입니다. 이 삼합을 한데 합친 것이 바로 불교입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를 하나로 꿰어서 자재하시는 분을 부처님이라고 하는 겁니다. 모든 일체의 만물 만생이 다 부처 아님이 없습니다. 왜냐? 무엇을 믿든 안 믿든 누구나 다 자기 생명을 없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기 불(自佛), 자기 생명에 의지해서 모두 움직이고 삽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절에 신도가 많이 올까 안 올까 하고 걱정하지 않습니다. 안 온들 어떻고 온들 어떻습니까?
그러니 종교를 떠나서 자신의 근본을 항상 놓치지 말고 어느 곳에 가든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는 가톨릭을 믿으니까, 이것은 꼭 이렇게만 되어야 돼.'' 라고 고정되게 못박아 두지 마시고, 언제나 함께 하는 나의 근본을 놓치지 말고 자유롭고 편안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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