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시식을 하라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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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현대불교 지면을 통해 스님 말씀을 읽고 있는 40대 주부입니다. 저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어떤 인연으로 스님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고 스님 말씀에 깊은 감명을 받아 현대불교 신문을 구독해 “길을 묻는 이에게"를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저는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후덕한 부모님 덕에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냈고 결혼 후 남편 사업이 잘 돼 별 어려움 없이 살아왔습니다. 아이들도 건강하고 학업에도 별 문제없이 대학 진학도 무난히 한 편입니다. 저희 부부도 되도록이면 남에게 보탬이 될 지언정 해를 입히는 일 없이 살려고 노력해 왔고 또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3년 전부터 남편 사업이 어려워져 회사를 정리하고 지금 좀 힘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친구 권유로 운명을 잘 봐 준다는 어떤 스님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 스님 말씀이 저에게 친정 쪽 조상들 영혼이 붙어 그렇다며 구병제를 지내야 한다고 합니다. 제가 가족들의 앞길을 막고 있다고요. 그 말을 믿어야 할지? 정말 조상님들 영혼이라면 후손에게 해롭게 할지 궁금합니다. 저 하나만 당하는 일이라면 몰라도 가족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니 눈앞이 캄캄하고 심란합니다. 스님, 구병시식이란 무엇인지요? 스님 말씀대로 빈집에 도둑 들듯이 제가 부족하고 중심이 잡히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졌겠지 하고 열심히 주인공에 맡기고 관하려 합니다만 방법도 잘 모르겠고 마음공부가 잘 되지 않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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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구병시식을 한다고 해서 영을 쫓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문제가 본래 쫓을 게 없고 본래 나한테 마구니가 든 게 없고 본래 고가 없고 본래 그렇게 아주 평화롭고 좋은 것인데, 일부러 지어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은 답답해요. 그래서 저는 항상 이렇게 신도님들에게 말씀드립니다. 모든 것은 붙을 게 없다는 것을 이해를 조금 시키고선 “오늘부터 다른 거 하나도 없다. 거기다가 모든 것을 무조건 맡겨 놔라”라고 항상 말씀해드립니다.
우리 지금 선원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단전호흡을 하다가 병이 생긴 사람들이 많아요. 명상하다가 병에 걸린 사람도 많구요. 왜 병이 드느냐 하면은 모두 타의에서 구하거든요. 싹이 제 뿌리를 믿고 제 뿌리에다가 모든 것을 믿고 거기에 일임할 수 있어야 도를 이루고 자기 마음을 발전시키고 이러는데, 싹이 딴 데를 보고서, ‘아이고! 나 좀 통하게 해주시오! 나 뭘 좀 되게 하소서!’하고 기도를 하고 연방 틀어끼고 앉아가지고 상대를 믿고 돌아가니 뭐가 되겠습니까. 그러고선 툭하면 조상이 잘못돼서 그러느니 업이 많아서 그러느니 팔자니 운명이니 하며 야단들을 하죠. 못났든 잘났든, 배웠든 못배웠든 내가 지금 한발짝 한발짝 걸어다니는 게 어떤 놈으로 인해서 내가 걸어다니는가를 한번 진심으로 생각해 보세요. 내 마음이 한 생각 한 생각하는 게 금입니다. 금! 보배고요, 한 생각이 말입니다. 그러니 그 한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가 인생의 주인이 되느냐 팔자운명에 휘말려 사느냐 하는 문제들이 있죠.
그리고 어떤 사람이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제주도에서 4. 3 사건이 난 뒤에 일입니다. 큰 구렁이가 뚤뚤 틀고선 집 앞에 와서, 항상 앞에 와서 앉아서 계란을 하나씩 갖다가 툭툭 깨뜨려 먹더랍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이놈의 구렁이가 왜 우리 귀한, 예전만 하더라도 얼마나 계란이 귀했습니까? 지금은 흔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니깐 우리도 못 먹는 계란을 이 구렁이가 갖다가 먹는구나 생각하니 얼마나 얄미웠던지 죽여야지 하고 별렀답니다. 그러고는 밤에 잠을 자려니까, 이건 어느 스님의 말씀입니다. 꿈도 아니고 생시도 아니고 아마 삼매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구렁이가 턱 일어서는데 보니까 자기 친척집 할아버지더랍니다. 할아버지가 그 4. 3 사건이 났을 때에 그만 돌아가셨는데 그 분이 집으로 들어와서 그렇게 있었던 거죠. 그러면서 할아버지가 나타나서“그래, 네가 얼른 내 이 옷을 좀 벗겨다오”이러시더랍니다. “내가 옷 벗기 위해서 네 눈에 이렇게 띄고 있지 않니?”하더랍니다. “제발 좀 이 옷을 벗어야 할텐데 내 자유로서 옷을 벗을 수는 없구나”하면서 그렇게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더랍니다.
그래서 그 이튿날 또 죽이려다가 마음이 여려서 못 죽이고, 사흘을 내리 그러다가 그때는 돌을 가지고 그냥 죽였답니다. 그런데 그 죽이던 날 저녁에 꿈에 할아버지가“내 모습을 이렇게 벗겨줘서 나는 이제 환생을 하느니라”하면서 그냥 그 공중으로 사인교를 타고 가시더랍니다. 이러한 일도 있듯이. 이렇게 꿈과 생시도 둘이 아닙니다. 우리가 생각하면은 꿈도 그렇게 꾸어지고, 꿈에 생각을 하는 것이 생시에 연결이 됩니다. 그러니 꿈이나 생시나‘아, 주인공은 바로 내 뿌리야. 한마음이 뭉쳐진 이 뿌리는 바로 나를 이끌어가고 있어. 어떠한 문제가 생겨서 내 앞에 닥쳐온다 하더라도 뿌리만이 해결 할 수 있어!’하고 맡겨 놓으면 그거는 다 원자에서 분자가 나가고 입자가 돼서 화하듯이 그리고 또 나가서 원자가 되듯이 이렇게 조절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을 미심쩍게 생각하고 자기를 자기가 못믿고 그렇게 하지 마시고 관법을 열심히 배우셔서 실천을 해 보실 때에 바로 체험도 하시고 일도 성사될 수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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