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법문-92_2001년 4월 15일 참 사람이 될 수 있는 공부
본문
질문: 요사이 제가 공부를 하다 보니까 ‘과연 공부하는 목적이 무엇인가?’라고 하는 거에 대해서 의문이 좀 떠올랐습니다. 생각을 하다 보니까 ‘아, 과연 우리가 그 동안에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자기 여러 가지 업식이나 아니면 이 몸이라든지, 나라고 하는 것이라든지, 이 세상이라든지, 인연 업보 등을 거기에 얽매여서 사는 것을 벗어나는 것이 이 목적이구나. 우선의 목적이구나.’라고 하는 생각을 하고 ‘아, 그래서 이 공부라고 하는 것은 결국에는 출세도 아니고 출가도 아니고 달리 얘기하면 진짜 인간이 되는 그런 공부로구나.’라고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 살면서 그렇게 벗어나는 사람의 그 마음은 어떠한 자리이고 그러면 이 육신을 벗어난 자리는 어떨 것인가 라고 하면서, 물론 차원과 각자의 원에 따라서 다르긴 하겠지만 그러한 자리는 어떠한 것인지 큰스님께 말씀 좀 듣고자 합니다.
큰스님: 물론 높다고 하면 높은 자리가 따로 있죠. 또 두 번째, 우리가 이 모습을 가지고 남을 구제하고 산다 이런 것도 보살의 한 등, 이차적인 문제죠. 또 삼차, 그럼 중생으로서 아주 이런 걸 모르고 그냥 편안하게 사느냐. 남한테 악한 짓 안하고 사느냐. 이런 중생으로서의 그냥 삶을 산다는 거, 이런 것이 삼차적으로 있겠죠. 근데 우리가 삼차적으로 사는 거는 좋은데 삼차적으로 살다가 보면 악한 것도 있고 선한 것도 있고, 다시 선하게 살아도 악한 것이 거기에 또 끼어 들어서 이거는 선한 것도 악하게 되고 이렇게 될 수가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길을 찾을 수가 없죠.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벗어났다’ 이런다면 여러분들 몸과 우리들의 몸과 같이 이렇게 몸을 가지고 태어나는 게 아니에요.
그러면 다니다가도 좀 얼른 쉽게 말해서 구제할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에게) 보이게, 좋게 그냥 화해서 보여서 건져 주고, 그러고 저 가다가 없어지면 또 고만이 아니야? 그렇게 하는 거지. 그러니까 이 혹성이고 저 혹성이고 따로 없지. 그러니까 만법을 공법으로서 그냥 이룩하느냐. 그냥 법으로 요것조것 따져서 놓느냐. 그러면 이 육신을 벗어나지 못하지. 그럼으로써 정말 보살의 행적이란 여러분들이 볼 수도 없거니와, 몸을 가지고 이렇게 태어나서 본다 하더라도 그게 뭘 하는지 그것도 모를 거고. 그러니까 한 찰나에, 여러분들은 그 한 찰나 24시간, 그걸 일했다고 그러는데 일한 게 아니라 한 찰나에, 그런 보살이 있다면 벌써 다른 혹성에도, 딴 혹성에도 한 찰나에 오고 갈 수가 있는 거지. 그러니까 그걸 잘 났다 못 났다 이런 얘기를 할 필요가 없지.
그러고 여러분들을 항상 즐겁게, ‘내가 즐거우면 다 즐겁게 되겠지.’ 이렇게 생각해 주고 사는 거, 이거 모두가 평등하게….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아, 살려면….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고, 남을 섭섭하게 하지 말고, 즉 말하자면 업신여기지도 말고 자기가 못났으면 자기가 못난 대로 똑같이 생각하라 이거야. 그러면 쉬울 거 아니야? ‘나와 같이 이렇게 못났구나.’ 하고, ‘전자에 내가 못났을 때 나하고 똑같았겠구나.’ 하고 이렇게 생각하면 아예 남을 얕보지도 않아지잖아. 사실이 그러니까.
알고 보면 기어 다니는 벌레도 그게 벌레로만 있었던 게 아니잖아. 사람도 사람으로만 생겨나는 게 아니거든. 이 집에서 살다가 저 집으로 가서 태어나고, 저 집에 갔다 저 집으로 태어나고, 저 집에 갔다 저 딴 나라에 가서 태어나고 이러거든. 그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에요, 모두가. 그래서 한 번 생각을 잘 하면 한 우물 안을 아주 깨끗이 정수를 만든다 이런 말이죠. 그러니까 그저 어렵고 살기가 좀 피곤하더라도 그렇게 잘 사세요. 한 식구한테 욕하지 마시고, 남의 탓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각자 잘하든 못하든 내 탓이라고 생각하시고요. 그렇게 하면 또 살기에도 편리하지마는 요 다음에는 재생이 될 때 참 갸륵하게 태어나실 거예요. 한 번 더 태어나서 공부 열심히 하신다면 그때 태어나지 않고도 이 세상을 아니, 우주 전체를 한 찰나에 돌고도 남음이 있지 않겠습니까? 또요?
사회: 끝났습니다.
큰스님: 얘기할 사람이 없대요?
사회: 질문 끝났습니다.
큰스님: 질문들 있어요? 다 없어졌어요? 앉으세요.
우리가 아까도 그런 말을 했지만 24시간 살아나가는 데에 그 24시간을 식구들하고 어떻게 어떻게 살다 보니까 그냥 모든 걸 잊어버리고 저녁이 되고 밤이 되고 또 그 이튿날 아침이 되고 그러죠. 근데 그 이튿날 아침에 깨어 볼 때에 ‘아, 어저께 밤서부터 내가 자고 있었구나.’ 이런 건 아는데 어떻게 ‘내가 함이 없이 했구나.’ 하는 건 모르세요? ‘내가 잠을 자다가 아침에 깼구나.’ 이거는 아시는데 24시간 하루종일 살았는데 산 게 없더란 얘기죠. 할 게 앞에 닥치니까 하기는 했으나 한 사이가 없이 그냥 살았더라. 이걸 좀, 곰곰이 좀…. 생각해서는 모르시겠죠.
저도 무척 오래, 그믐밤이든지 또 그믐밤 아니든지 다니면서 무서운가 안 무서운가 시험을 해 봤더니요, 정말 그믐밤에 산골짜기 넘어가는데 무척 두려운 생각이 듭디다. 그런데 말이에요. 산골짜기에서 떨어지려고 그랬는데 산비둘기가 말이에요, 와 몰려와서 막 짖어요, 앞을 못 가게. 그래서 거기 그냥 주저앉아서 못 갔죠. 그 이튿날 훤한 연에 보니까 그냥 천야만야한 낭떠러지예요. 그러니까 사람보다 산비둘기가 얼마나 낫습니까?
그래서 사람보다 참 나은 짐승도 많고 그 나은 짐승은 사람으로 되었다가 저렇게 네가 모습을 썼구나 하고. 그거를 어떤 사람한테 그런 말을 했죠. “천도를 해야 할 텐데, 전자에 임진왜란 때도 그렇고 육이오 때도 그렇고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했으면 제일 그게 깍듯이 그렇게 다 천도가 되겠습니까.” 이렇게 물어요. 근데 어떻게 대답을 해야만 되겠습니까? 말로 하는 게 아닌데 어떻게 말로 가르쳐야 되죠?
근데 말입니다. 어려운 게, 전자에 독일에 가서도 어려운 그런 일을 당했고요. 이번에 지리산인가 거기 문제를 말(을) 들었을 때도 그런 일을 당해요. 굴이 그냥 하나도 아니고 몇 씩 되는데, 그건 얘기론 다 못하죠. 그러니까 당장 말할 거를 말한 사이가 없이 해야 그게 되는 거니까. 말을 했어도 한 사이가 없이 해야 되죠. 내가 지금 그 말을 해도 한 사이가 없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말을 했대도 벌써 그 말을 해서 벌써 갔기 때문에 과거가 돼 버렸죠, 지금 얘기(가). 이 재생을 했는데 말입니다. 모두 영령들을 보니까 전부 뱀 아니면 두더쥐, 두더쥐 아니면 다람쥐, 다람쥐 아니면 그냥 그 뭔가, 뭐 뜯어 먹는 거 뭐, 이름 잊어 버렸어. 그런 모두로 태어난 거예요. 그래 가지고 가만히 굴 속을 보니까 굴에 뱀이 돼 가지고 세 마리나 지키고 있어요, 그 굴을. 그 사는 게 얼마나 처참해요? 사람이 생각할 땐 그거 이해가 안 가죠. 그런 모습을 쓰고도 그걸 지켜야 한다는 그 사상이요. 그래서 어떻게 어떻게 하시고 악을 쓰고 불러내라고 이렇게 하곤 왔습니다마는 그렇게 그래요. 그러니까 그거를, 산 거를 바로 모습을 벗기면서 다시 건져줘야 되죠. 그거를 모습을 벗겨 주면서 다시 건져야 하니까 이중 탈을 벗겨야죠.
그러니까 여러분들도 다니시다가 그런 생각이 나걸랑은 그런 어떠한…, 이게 뱀도 그렇고 쥐도 그렇고 다람쥐도 그렇고 사람이 환생된 거는 달라요, 뭐가 달라도. 사람을 봐도 그렇게 해꼬지를 안 해요. 그런데 그 사상이 있어 가지고선 그냥 무서워서 막 뛰고 또, 막 밟으려고 한다거나 그런다면 들이덤벼서 물죠. 건드리지 않으면 잠자코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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