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원 해수관음의 빛을 모신 날 - 엎드리기만 해도
본문
6월 28일 부산지원.
해수관음보살상 봉안법회가 열렸습니다.
법회 당일에도 법회를 준비하면서도 부족함 더러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부족함들 모두 어디로 가 버렸을까요?
부산지원의 사부대중들이 서로의 부족함을 앞다투어 채워주었기에
행사를 준비하면서 분명하게 존재했던 우리의 부족함은 온데간데없어지고
감사와 감동으로 회향 되었습니다.
봉안 법회 일주일 뒤인 7월 5일 보름 법회 날에는 봉안법회 준비위원단 해단식도 가졌습니다.
해단식에 참석한 신도님들 역시 “해수관음보살상을 모시는 뜻깊은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기쁘고 감사했다”고 했습니다.
또한 “해수관음보살님의 미소를 우리 내면에 들이고 또 꺼내 쓰면서 정진하는 것으로
해수관음보살님 봉안의 의미를 새기겠다”는 발원과 다짐도 잊지 않았습니다.
해수관음보살상 봉안의 공덕을 일체의 생명들에게로 돌리는 회향의 마음이 있기에
해수관음의 빛이 닿지 않는 곳 없을 겁니다. 지금 부산지원에는 그 빛이 가득 합니다.
이제, 빛을 모신 날의 이모저모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비와 코로나
일기예보에 28일 행사 날은 물론이고 며칠 전부터 장맛비가 온다고 했습니다.
미처 끝나지 않은 공사도 남아 있는 데다 행사날 비라니요?
하늘의 기운마저 조절해서 쓰는 게 공부하는 사람들이라고 한 큰스님 말씀도 계셨고 하니,
점을 딱 찍어 놓고 관하신 분들 많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행사 당일 햇살 쨍쨍해서 화강석위에 앉아 계셨던 모든 분들, 초등학교 이후로 이렇게 땡볕에 오래 앉아 있기는 처음이라는 우스개를 하셨을 정도로 고생 많으셨어요.^^
코로나 시국으로 미루고 미루다 규모를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었기에
많은 분들을 모실 수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그나마 오셨던 모든 분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시고 체온 재고 방문 대장까지 기록하였고요
음성공양을 하는 합창단은 얼굴 전체를 가리는 투명 특수 마스크까지 착용했답니다.
코로나가 가져다 준 모습들이 아직은 익숙치 않은 게 많습니다.
큰스님과 해수관음보살님
봉안 법회에서 한마음선원 재단 이사장 혜수 스님께서
큰스님의 게송 ‘해수관음의 빛’이 탄생한 일화를 들려주셨습니다.
“해수관음의 빛은 큰스님께서 오래전에 낙산사에서 가실 일이 있으셨습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해수관음전을 둘러보시고 해변에 오셔서 걸으시다가
혜수야 너 볼펜 있니? 받아 적어라 하셔서 받아적어서
게송으로 요전에 돼 있고 선법가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낙산사 해수관음 그 자리에서 큰스님께서 지어주신 게송을
우리가 부산지원 해수관음앞에서 사부대중이 함께 음성공양을 하게 되니 가슴이 더 설레입니다.”
혜수 스님의 말씀을 듣는 동안, 모든 분들이 큰스님을 그리워하셨을 겁니다.
스님께서는 “이 자리에 오기 전부터 해수관음보살님의 미소를 상상해보면서 또 큰스님의 품일 것 같다는 생각에 행복했다”고 하시며 “부산지원 안내문에 해수관음보살님과 눈이 딱 마주쳤을 때 빙긋이 미소지을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자는 문구가 있던데 그 문구를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며 “큰스님께서 여러 지원에 해수관음보살님을 모시게 해 주셨을 때는 여러분들을 보살펴 주시려는 자비심인데 여러분이 그 자비의 손길을 잡을 수 있어야만 진정 참다운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미소 지을 수 있는 분들이 되시길 바라며 그 미소가 인연닿는 모든 분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정진을 당부하셨습니다.
대중 모두가 공양 올린 해수관음의 빛이 울려 퍼지는 동안은
우리 마음 가득 큰스님과 해수관음의 빛이 들어차는 시간이었습니다.
불사를 이뤄온 손과 발
혜수스님께서 해수관음보살상을 조성해 온 보광석재 김한열 대표이사, 보광석재 윤재현 상무이사, TM개발 윤태욱 대표에게 감사패를 전달했습니다. 어떤 일이든 이루어지려면 손을 빌리고 발을 빌려야 합니다. 마음이 아무리 있어도 발로 뛰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저마다의 전문 분야에서 애를 쓰는 사람들이 있어야 일이 이뤄집니다. 나 혼자 다 할 수 없기에 내가 한다는 생각이 없어지고 불사의 과정에서 손과 발이 되어준 분들에게 감사한 일 많고 많습니다. 또 감사패를 드려야 할 분 어찌 이 세 분 뿐이겠습니까?
일체에게 올리는 감사의 마음이었습니다.
불사는 모두의 마음을 담금질하는 공부길
2013년 해수관음보살상 건립을 위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니 꼬박 7년.
불사의 기간이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그 불사의 중심에 계셨던 혜도스님의 인사말 속에는 해수관음보살상 조성 불사 이전부터
오랫동안 이어져 온 대웅보전, 도량탑의 시간까지 녹아 있었습니다.
혜도 스님은 나지막하게 불사의 시간을 지나온 감회를 들려주셨습니다.
“불사를 해라라는 큰스님의 말씀을 받든 후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되돌아보면 그 세월은 내가 없음을 내가 하는 게 아무것도 없음을 아프게 점검하면서
저를 담금질하는 공부길의 연속이었습니다.
때로는 주저앉고 싶고 물러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저를 일으켜 세운 것은
큰스님의 가르침과 부산지원 신도님들이 보여주시는 한결같은 믿음과 정진이었고
그 덕분에 저가 저를 붙잡고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불사의 굽이 굽이를 지나온 스님의 시간이 대중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행사에 동참했던 많은 분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혜도 스님은 내면 불사를 이어가며 마음의 도량을 가꾸겠다고 또 다른 불사의 시작을 알리셨습니다.
“오늘로써 외형적인 큰 불사는 마무리 되었지만 부산지원의 스님들과 신도님들은
이제부터 진정한 마음의 불사를 위해 더 깊고 큰 걸음을 내디딜 것입니다.
그리하여 큰스님께서 해 주셨던 ‘여기는 누구든 와서 엎드리기만 해도 다 받아갈 것이다’라는 말씀처럼
이 도량에 인연 되는 모든 생명들이 삶의 고를 녹이고 세세생생 대자유인의 길로 벗어날 수 있도록
마음의 도량을 가꾸고 정진의 에너지를 채워갈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꽃만큼 곱고 차만큼 향긋한 마음들
해수관음보살상 봉안법회가 당초 3월로 예정되어 있을 때,
어느 노보살님께서 해수관음보살상 봉안법회 꽃공양에 써달라며 정성금을 주셨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당부와 함께 노보살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날 동참하는 모든 분들의 마음꽃이 활짝 피어났으면 하는 발원을 매일 하고 있어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을 차곡차곡 모으며 마음을 내셨을 보살님의 마음 따라
절로 마음이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시는 모든 분들 마음꽃 활짝 피어나길’
그렇게 시작된 꽃정성금은 한 분 한 분 이어졌고 꽃을 꽂는
꽃팀은 공심으로 심부름하기 위해 나라는 생각을 비워 내야 했습니다.
특히 이번 꽃꽂이에는 꽃팀의 회원들을 지도했던 선생님도 재능 보시를 하셨답니다.
선생님께 미리 ‘해수관음의 빛’ 게송을 출력해 드리며
게송 중에 나오는 ‘흘러 도는 물 바퀴에 우뚝 솟은 연꽃 향기, 흘러 도는 불 바퀴에 우뚝 솟은 한마음’을 꽃공양에 담아내자며 뜻을 모았습니다.
꽃 한송이를 꽂는 일에, 큰스님 게송의 참뜻을 담아 올리고자 마음 낸다면
오시는 분들 모두의 마음에 그 뜻이 꽃향기에, 꽃 빛깔에 담겨 전해질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해가 쨍쨍했던 봉안법회 당일,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냉연꽃차는 마음의 갈증까지 풀어주는 감로수와 같았답니다.
한마음다도회 선생님과 회원들은 며칠 전부터 차 그릇을 준비하고 다화를 구상하고 연꽃차를 우려 냉장고에 보관하며 행사에 오실 분들을 기다렸습니다. 회원 중 한 분이 보시한 다식 떡은 모양도 색도 맛도 좋아 많은 분들이 감탄을 하였고, 무엇보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던 백연차의 맛과 향은
한마음다도회 차인들의 경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바다로 흘러 도는 우리들의 한마음
법형제에서 주차 관리를 도맡아 주셨고
청년회를 비롯 모든 신행회별로 각처에서 소임을 맡아주셨습니다.
이 모든 분들의 마음이 흘러 도는 바다와 같았습니다.
잠시 일었다 사라지는 파도처럼 주차장에서, 공양간에서, 혹은 법당으로 오르는 계단참에서
맡은 바를 했고 곧바로 내가 했다는 생각은 잔잔한 바다에 던져버리니 아무 흔적이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 모든 대중들의 마음 가운데 우뚝 선 해수관음보살님은
천수로 중생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천안으로 우리들의 마음자리를 살펴 주게 되었습니다.
엎드리기만 해도 모두 다 받아갈 것이다
해수관음보살상 봉안 이후
법당 부처님께 인사 올리고 해수관음보살님 전에도 인사를 올립니다.
며칠 전에는 해수관음전 바닥에 엎드리는데
바닥에 코가 닿을 때쯤 까만 벌레 한 마리 바닥에 기어가는 게 보였습니다.
해수관음보살님께로 엎드렸던 마음이
더 가까운 그 벌레에게 엎드린 형국이 되었습니다.
‘작은 벌레는 물론이고 일체에 나를 세우지 않는 마음이 되라고 하시는구나.’
언어로 소리 내지 않고도 즉각적인 깨우침을 주는 그 순간,
벌레에게도 해수관음보살님께도 절로 감사의 마음이 듭니다.
인사를 마치고 곧바로 내려 오지 않고
병풍석을 한바퀴 둘러봅니다.
큰스님의 가르침을 한자 한자 돌에 새겼듯
마음안에도 새겨집니다.
그리고 방금 전 올려다 본 해수관음보살님의 미소를
입가에 지으며 해수관음보살님의 눈길이 되어
멀리 내다보이는 바다와 산을 바라보았습니다.
눈길을 가까이 두니 대웅보전 위의 원탑과
마당 한가운데 도량탑이 품은 듯 다 들어 옵니다.
천천히 내려와 도량탑을 돕니다.
‘삼종 세트’라 이름 붙인 참배를 모두 마치면
종합 선물세트를 막 풀어본 듯 흡족해집니다.
해수관음보살상이 봉안된 지 2주째.
부산지원 도량엔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을 선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엎드리기만 해도 모두 다 받아갈 것이다’ 하셨던 큰스님의 말씀처럼
이제 나를 내려놓고 엎드리는 일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