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원 천개의 현을 끊으려면 - 영도구불교합창제 회향
본문
옛날 중국에 늙은 스승에게 현을 배우는 눈 먼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스승에게서 눈을 뜨게 하는 비방이 들어 있다는 상자를 받는다.
그러나 그 상자는 천 개의 현을 끊어야 열 수 있다.
어느 덧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소년은 천 개째의 현이 끊어질 날만을 기다리며
중국 땅을 유랑하며 현을 켠다.
그 사이 노인의 연주는 신비로운 경지에 이르렀고
전쟁터 한 가운데서 그 노인의 연주가 시작되면
평화가 찾아오는 신통력을 발휘하기에 이르자 그 노인은 성자로 추앙받는다.
마침내 천 개의 현이 끊어진 날, 상자를 여는데....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궁금증을 남겨두고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위의 이야기는 첸카이거 감독의 <현 위의 인생>이라는 영화 줄거리입니다.
전쟁터 한 가운데서 현을 키던 노인과 그 노인을 중심으로 전쟁이 멈추고
평화의 기운이 깃들던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결말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 영화를 한 번 보시는 것도 좋겠지요?
이 영화는 아주 오래전 인상깊게 보았던 영화인데
4월 13일 영도구불교합창제를 회향하고 며칠을 보내면서
문득 이 영화 생각이 났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며 ‘부산 영도에서 시작되는 봉축의 노래’라는 주제로 열린
영도구합창제는 올해로 2회째를 맞았습니다.
영도구불교연합회 주최로 열린 합창제는
영도에 있는 미룡사, 대원사, 한마음선원 부산지원 세 사찰이 함께 하는 합창제입니다.
특히 올해는 한마음선원 부산지원의 주관이었기에
보이는 무대뿐 아니라 그 이면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행사 몇 달 전부터 기획단 회의가 꾸려지고
각 사찰의 스님들과 합창단장을 비롯 관계자들이
행사의 이모저모를 챙겨갔습니다.
물론 그동안 합창단원들은
연습에 정성을 다하고 있었고요.
준비하는 동안 왜 불협화음이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한곡의 합창곡을 완성하듯
서로를 배려하고 맞추어가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노래로 전하겠다는 한마음이 되어갔습니다.
행사 당일, 영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객석을 가득 채운 500여 사부대중은
미룡사 바라밀합창단, 대원사 대원선재합창단, 한마음선원 부산선법합창단이 선보인
공연에 마음이 환해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마음선원 부산선법합창단은 보살님과 거사님 혼성으로
<마음이 항상 봄이라야>와 <모난 것을 둥글게 쓸 줄 알아야 자유인이 된다> 선법가와
<무지개 저 너머로> <오즈의 마법사> <마징가 Z>로 감동을 전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마음의 눈을 뜨기 위해 끊어야 하는 천개의 현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모든 경계에 숨어 있습니다.
어떠한 일을 하든, 어떠한 곳에 있든
그 수많은 현 중 하나를 끊었다면 그 얼마나 귀한 자리일까요?
그러나 ‘내가 한다’는 견고한 줄을 끊어내지 못했다면
아무리 아름답고 훌륭한 행사였다 한들
또 그 얼마나 공허할까요?
눈 먼 소년이 천 개의 현을 끊기 위해
천하를 유랑하며 연주를 했듯
이 날 부산선법합창단 한 분 한 분은
선법가를 듣는 이들이 밝아지길 마음내는 정성스런 음성공양으로
천 개의 현 중 하나를 뚝 끊어냈을 겁니다.
비단 부산 선법합창단 뿐일까요?
이번 영도구합창제에 함께 하신 모든 분들,
준비를 하면서 마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관념들, 아집들을
내려놓고 내려놓으며 임했던 모든 분들,
무대에 흩뿌려진 꽃가루 하나하나까지
말끔히 치워준 한마음선원 부산지원 청년법우들,
차 자리를 장엄하고 한 분 한 분께 차 공양을 올린 한마음선다회 여러분들,
내빈 접대를 위해 필요한 자리의 청소를 도맡아 주신 신도님들,
객석에 오셨던 모든 분들 모두
마음속 현 하나가 퉁~ 하고 끊어졌기를 바랍니다.
지원장 혜도스님께서 회향사에서 하셨던 말씀처럼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영도구합창제는 무량한 공덕을 남기고 회향되었습니다.
“합창제의 막이 내리더라도 우리들의 삶에,
우리들의 마음안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진리의 노래가
끊이지 않고 울려 퍼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