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원 두려움 없이 내가 죽어야 - 불기2561년 새해맞이 촛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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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2561년 새해맞이 촛불재
2018.2.20~22
휴일 아침, 눈을 뜬 아들이 힘없이 엄마를 불렀습니다.
“엄마.. 무서워요. 밖에 나가기도 싫고 선원 가기 싫어요.”
“왜? 무슨 일 있었어?”
하던 일을 멈추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간밤에 꿈을 꾸었는데
자기가 선원에서 죽었답니다.
죽어서 무덤에 묻히는 꿈을 꾸고 나니 선원에 가는 게 두려워졌다는 거죠.
“많이 놀라고 두려웠겠다. 그런데 죽는 꿈이 꼭 나쁜 꿈이 아니야.
이번 촛불재때 촛불 밝히고 자성본래불을 아주 열심히 하더니
촛불재를 잘 지낸 결과로 그런 꿈을 꾸었나 보다.
부정적인 생각들, 나쁜 일들이 다 죽으려나 보다.”하고 위로해주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애 아버지도 “거짓 나가 죽고 참 나로 살려고 하나보다”하고
긍정적인 축하를 건네니 기분이 풀어지더군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죽는 꿈을 꾸고 나면 마음이 불안한가요?
혹은 죽음을 생각하면 어떤 마음인가요?
선원에서 공부하는 많은 분들은
죽음에 대해 크게 두려움을 느끼거나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듯합니다.
매일 매일 새로운 날로 살고자 마음 내며
살아가시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육신으로 맞이하는 죽음보다
‘나’라는 상을 죽이는 일은
훨씬 더 두렵고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 번 죽어야 나를 보리라던 큰스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내가 옳다’거나 ‘내가 했다’ 혹은 ‘나는 이런 사람이다’하는 생각들 때문에
수없이 고통을 받으면서도 그 ‘나’를 내려놓기가 쉽지 않은 걸 보면 말입니다.
이번 촛불재 사흘 동안 밝혀 든 마음의 불이
죽지 못하는 ‘나’를 따스하게 녹여 내는 불빛이 되길 바랍니다.
올 한 해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거짓 나’가 죽어 ‘참 나’를 만났으면 합니다.
그 순간마다 촛불재에서 밝힌 마음의 불이
언제나 환하게 타오르길 촛불재를 회향하며 마음 내어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