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모두 인과법인지요? > 길을 묻는 이에게

그냥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 자기가 알게 모르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우리들은 죽는다 안 죽는다, 굶어 죽는다 잘 먹고 산다 이런 걸 떠나서 지구를 집으로 삼아 살고 있는 생명들입니다. 그런데 불법을 웬만치 납득하고 이해했다고 하기 이전에 진짜로 내가 나를 움죽거리게 하고 살게 하고 형성시켰다는 걸 아신다면 어떤 것도 부럽지 않고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어떠한 것도 겁내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건 왜냐하면 내가 나를 진정으로 믿고 당당하니까 어떤 게 온다 하더라도 두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잘되는 것만이 부처님 법이 아닙니다. 잘되고 못되고 하는 양 갈래 길을 다 자기 한 손에 쥐어야 만이 그게 부처님 공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냥 아무렇게나 사는 거 같고 우연히 사는 거 같지만 그게 아닙니다. 잠시 전에 누구한테 말을 잘못했다면 지금 그 잘못이 나한테 돌아올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침착하게 한 생각을 해서 말을 잘 하고 생각을 잘 하라는 뜻입니다. 그 도리를 모르고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행동을 한 그 결과가 내 앞에 닥쳐오는 것이기 때문에 팔자나 운명 탓이 아니라 자신의 탓입니다.

팔자 운명이 어디 붙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돌 하나, 풀 한 포기도 다 쉴 사이 없이 돌아가고 있는데 어떻게 거기 팔자니 운명이니 하는 것이 붙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살아가면서 생각을 잘 못하고, 행동을 잘 못하고, 계산을 잘 못해서 그런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세간적인 계산을 잘하라는 게 아닙니다. 눈을 뜨고 있지 않습니까? 귀도 열고 있죠? 발 움죽거리죠? 냄새 잘 맡죠? 다 이렇게 뚫어 놨단 말입니다. 그래서 그냥 스쳐 가는 대로 앞뒤를 다 보고 행하라는 뜻이죠. 그것이 그대로 연기법이며 그대로 공법이며 그대로 세상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