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부림치듯 관하라' 하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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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일체를 주인공 자리에 놓고, 맡겨 놓고 관하여 보는 수행에 있어서 어떤 대목에서 스님은 아주 편한 마음으로 지켜보라고 하셨고 또 한편으로는 관하는 것을 몸부림치듯이 하라 이렇게 표현하신 적도 있었습니다. 그 둘을 다시 한번 더 가르쳐 주십시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생각해 보세요, 글쎄. 몸부림 안 치게 생겼나? 아, 네놈으로 인해서 전부 저질러진 일인데 네놈이 해결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 이겁니다. ‘네놈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도 너 아니야?’하고서 몸부림치지 않으면 어떡할 겁니까?
그리고 아주 냉정하게 판단해 보세요. 뭐 딴 놈이 거기 게재하는 게 아니니까요. 과거에도 그놈이 살았고 현재에도 그놈이 지금 하고 가는 겁니다. “제 놈이 한 거니까 제 놈한테다가 모든 걸 맡겨라”는 작업부터 해야만이 정말 신성한, 청정한 부처가 나온다 이런 겁니다.
우리가 밥도 안 해 놓고 배 부르려고 한다면 되겠습니까? 쌀을 다 씻어서 밥을 다 해 놓고 숟가락으로 떠먹을 때, 또 떠먹는 과정도 있어야 되겠지요? 그래야 떠먹을 때 맛을 알죠. 이건 해 놓지도 않고 먹으려고만 한다면 어찌 그게 먹어지겠습니까?
우리가 살아 생전에, 어차피 이 세상에 나온 것을 한 번 선의 칼을 뺀 거와 같이 생각하시고 절대로 그냥 다시 낄 수는 없다고 생각하십시오, 모두. 그래서 몸부림치면서 ‘네가 일을 저질러서 요렇게 살게 만들어 놓았으니까, 네가 진화시켜서 이렇게 인간으로 형성시킨 거는 감사하지만 이 물주머니에서 한 발짝이라도 나가게 하는 것도 너 아니야.’하고선 그냥 그저 제 놈한테다 제가 한 일들을 다 놓으세요.
그런데 안 놔진다고 그러죠? 사회에 나가면 그렇지를 못하니 뭐 어떠니 저떠니 하고 안 놔진다고 그러죠. 내가 그런 소릴 자주 들었는데, 안 놔지는 게 뭐 있습니까? 그대로 하는 거지, 그대로 생각 없이 그냥 닥치는 대로 그대로 해 나가라는 거지, 누가 잘한다 못한다 이거 따지고 살랍니까? 공부하는 것도, 말끔히 씻어져야만이 공부가 되는 것도 아니니까 그저 그렇게 해 보신다면 아마 잘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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