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보기만 하면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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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스님께서는 이 몸뚱이가 주인이 아니고 내 안에 근본이 있어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니 나의 근본, 주인공을 믿고 모든 것을 맡겨놓으라고 하십니다. 그렇다면 그냥 가만히 그 자리에서 하는 것이라는 것만 알고 묵묵히 지켜보기만 하면 부처에 이르는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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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우리가 수 억겁을 거쳐서 진화되어 나오면서 인간까지 올라왔을 때, 인간의 육체 속에는 모든 생명과 의식, 모습들이 아주 다양하게 있습니다. 미생물에서부터 수없이 거쳐왔다는 것을 인정을 못하겠걸랑 바로 우리 육신 속에 있는 모습들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우리가 잉태됐을 때에 열 달을 모습을 가지고 형태를 바꾸어 가면서 형성된다는 것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처음부터 사람의 모습으로 잉태가 되는 게 아닙니다. 개구리 알처럼 흐물흐물하게 시작이 돼 가지고, 올챙이처럼 돼 가지고 수없이 그 모습을 바꿔가면서 열 달을 채워서 인간으로 형성됩니다.
여러분이 살면서 모자라는 거, 잘못되는 거 또는 잘못된 모습들 하나하나를 보더라도, 또 하(下)의 생명들의 모습을 볼 때에도 둘로 보지 마시라고 하는 것은 바로 우리도 수 없는 나날을 거쳐오면서 그런 모습에서 점차로 진화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모자라는 사람을 보더라도 옛날에 내 모습으로 보고, 내 모자람으로 보고 어떠한 모습을 본다 하더라도 바로 과거의 내 모습으로 보라 이 소립니다. 왜 내가 이런 소리를 되풀이하느냐 하면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그 중생들이 내 아님이 없습니다. 전부 나입니다. 수 십억의 의식들이 전부 내 의식입니다. 내가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서 악업 선업을 진 업식들의 의식들이 전부 내 의식입니다. 그것이 내 마음으로부터 쫓아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하나 하나가 말입니다, 모두 각자 자기가 알아서 작용을 하는 게 아닙니다. 살아오면서 그 업식을 지닌 인연에 따라서 모두 작용이 되고 움죽거리게 됩니다. 그러니 만큼 자기가 자발적으로 생각을 해서 움죽거려주는 게 아닙니다.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나’가 있습니다. 또, 사량적인 육안으로 하는 나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량적인 육안으로 보고 듣고 행하고 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보고 마음으로 듣고, 마음으로 행하고 마음으로 말하는 진짜 ‘나’가 있습니다.
그런데 내 몸 속에 들어 있는 그 만중생들은 제가끔 한 가지 기능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밖에 있는 모든 일체 만물들도 역시, 인간이하의 동물들도 모두 한 가지씩 기능을 다 가졌다고 봅니다. 천차만별로 그렇게 기능을 가지고 안팎에서 움죽거리는데 거기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이냐는 거죠. 때에 따라서, 환경에 따라서 닥칠 때마다 그것들을 우리가 다 타파하고 또는 만법으로써 움죽거릴 수 있는 심력을 발휘할 때에 그것이 자유인이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한 가지씩 기능을 가지고 사는 그 마음들을 우리는 다 포착할 수 있는 겁니다. 우리 인간은 만 가지 법을 하나의 마음으로 다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느 거든지 다 내 마음으로 그쪽의 마음과 둘이 아니게끔 하면 그쪽에서 그대로 응하고 돌아갑니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다 그렇습니다.
그런 반면에 내 몸 안에 있는 의식들도 다 내 마음에 의해서 모든 것을 따라줍니다. 자기네들은 자기 마음대로 움죽거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모르기 때문에. 모릅니다. 도둑질을 하러 가자 하면 도둑질을 하러 가게 합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전력 얘기를 항상 하는데, 전력은 나쁜 짓을 해라, 좋은 짓을 해라 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죠? 전력이라는 건 우리가 쓰는 데 따라서 나쁜 일도 하고 좋은 일도 합니다. 그와 같이 인간의 모든 마음도 의식도 내 마음에 따라서 응해 줍니다. 그래서 이 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악업으로도 쓸 수 있지만 선업으로도 쓰고, 악업과 선업이 한데 합쳐서 한마음이 돼서 바로 응신으로서 대응할 수도 있는 겁니다. 즉 말하자면 그렇게 응신으로 화해야 응신으로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자면 의식들이 잘 따라줄 수 있게끔 잘 다스려야겠죠? 그래서 관하는 겁니다. 주인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몸뚱이가 나인 줄 알고 수 억겁을 살아온 자생 중생인 의식들에게 자꾸 보급하는 겁니다. 내게 닥친 이 모든 것을 너만이 할 수 있다고, 너만이 다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그것이 지켜보는 것이며 더불어 관하는 것이며 자유롭게 되는 길이며 내 선장을 내가 믿는 것입니다.
우리가 절에 다니고 불법을 공부하는 것이 깨달아서 자유스럽게 살자는 뜻이지 무슨 말만 배우러 다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내 몸으로나 가정으로나, 사회로나 또는 세계적으로나 나가서는 우주적으로나 모든 걸 대응하고 작용하고 중용을 할 줄 알고, 어떤 거든지 걸림 없이 자재할 수 있는 그런 여건을, 대권을 갖기 위해서 우린 이렇게 공부하는 겁니다. 거창하다고도 생각하지 마세요. 거창한 것이나 사소한 것이 다르지 않습니다. 그대로 그냥 믿고 관해 나가다 보면 어떤 것이 부처에 이르는 길인지도 내면의 부처가 스스로 일러주게 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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