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에 빠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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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하루하루 살아감이 행복하고 기쁘고 즐겁습니다. 스님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드릴 질문은 왜 공에 빠지는가 하는 겁니다. 또 공에 빠지면 어찌해야 하며 공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여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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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우리가 공이라 하면 용무(用無)를 말하죠. 용무! 우리가 그냥 자연스럽게 움죽거리고 하는 그대로, 공이라는 그 자체가 그대로입니다. 항상 얘기해 드렸죠? 찰나찰나 나투면서 화해서 돌아가니 그냥 비었다는 겁니다.
여러분 가정을 예로 들어 말을 했죠? 아버지가 됐을 때 나라고 하겠느냐, 남편이 됐을 때 나라고 하겠느냐, 그거는 어떤 거라고 말할 수 없으면서 그대로 용무가 되죠. 그냥 그대로죠. 그래서 여래라고 아마 이름을 붙여놓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그대로 여래 속에서 여래의 행동을 하면서, 그대로 그냥 법이 용이면서 무다 이겁니다. 모두가 다 그냥 비었습니다. 그대로 ‘비었습니다’ 이러면 빈 줄로만 알지 마시고 ‘꽉 찼다’ 이러더라도 꽉 찬 줄로만 알지 마셔야 합니다.
제가 예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지구에서 에너지가 부족하여 없어진다면 무엇으로서 살 것인가? 그런데 허공에 생명들이 꽉 찼다고 했습니다. 생명이 꽉 찬 데는 에너지도 꽉 찼단 얘기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용무를 그대로 알아서 진실하게 함이 없이 할 줄 안다면 에너지를 얼마든지 끌어쓸 수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는 왜 못한다고만 생각하십니까? 왜 우리는 중생이기 때문에 죄가 많다고 생각을 하고, 우리는 왜 못한다고만 생각하십니까? 그 생각이 문제입니다. 해골을 놓고도 그 해골과 자기와 둘이 아닐 때 비로소 자기를 아는 겁니다.
옛날에 이런 적이 있었습니다. 묘지가 두 개가 있는데 ‘너 저 묘지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애비 거고 하나는 자식 거니라. 그런데 양쪽에 구멍이 뚫렸느니라. 그런데 애비가 자식한테로 가면 자식으로 하나가 되고, 자식이 애비한테로 가면 애비로 하나가 되니 그건 무슨 연고인가?’하고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 때가 스물 몇 살인데 말입니다. 알게 뭡니까? 가만히 생각을 하니까 아, 발이 떼어져야죠. 그래서 3일을 그냥 그것 때문에 앉아 있었죠. 그러다가 아하! 이럭하구선 일어났죠. 생각을 해보세요. 영에다 영을 넣어도 둘이 아니요, 이쪽 영을 저쪽에다 넣어도 둘이 아니요, 만 불을 하나에다 넣어도 둘이 아니라고 이랬으니 어찌 공했다고 부처님께서 안 그러셨겠습니까? 이 묘한 법을 말입니다.
무심은 그냥 일을 하면서도 무심이지마는 공에 빠진 상태는 바로 내면세계에 노예가 되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그렇게 공에 빠지면 목석이지 사람입니까, 어디? 그래서 길잡이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안에도 속지 말고 바깥에도 속지 마라 하는 뜻은, 나를 그렇게 해서 발견했다 하면 둘이 아닌 도리를 공부시키기 위해서 많은 화두가 일어납니다. 타의에서도 나를 괜히 으르렁거리고 못 잡아먹어서 난리구요. 또 자의에서도 괜히 화가 나고 괜히 하나를 보기만 해도 신경질이 나고 그럴 때가 있거든요.
그러면 ‘아하, 나를 공부시키느라고 이러는구나’하고 다시 뭉쳐놔야 될 텐데, 바깥으로 ‘에이그, 저것이 그냥 나를 가지고 이렇게 해서 내가 어떠니 저떠니’하고 생각을 하게 되면 그냥 길길이 뛰게 되죠. 분하고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게 되죠. 그러니까 가만히 그냥 맹목적으로 앉아서, 생각으로만 하고 앉아 있는 사람은 무기공에 빠진다 이 소리죠. 그러니까 그 사람네들은 움죽거리고 살면서도 공부할 수 있다는 걸 모르고 아주 생활까지도 버리고 앉아 있거든요. 그러니 그건 바로 무기공에 빠진 사람들이다 이런 말이죠.
그러니 생활 하나하나 하는 게, 생각하면서 뛰고 뛰면서 생각하는 게 그대로 좌선이며, 모든 걸 맡기고 사니까 마음이 편안한 것을 좌선이라 하고, 바로 뛰고 앉고 서고 자고 하는 게 전부 참선입니다. 그러니 둘로 보지 마십시오.
그래서 무기공에 빠졌다고 느껴질 때 빠졌다는 생각조차 없어야 되겠죠. 무조건 무기공에 빠졌다는 생각조차 없어야 무기공에 빠지지 않는 법입니다. 무기공에 빠진 줄은 어떻게 아는가? 그 아는 놈이 누구냐? 그것만 알면 무기공에 빠지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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