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 놓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 길을 묻는 이에게

여러분이 생활을 하시면서 제일 어려운 게 가난과 병고와 우환이죠. 자식들을 이끌어 가는 것도 그렇고, 부모가 자식들을 이끌어 가기 위해 움죽거리는 그 생활도 그렇고, 자기 몸을 끌고 가는 것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참 괴로움이 한두 건이 아니죠. 그러므로 조금이라도 이 도리를 알고 공부한다면 아주 편안하고 자유스런, 또는 생산적이고 개발적이면서 불가사의한 법으로서 그대로 편안하게, 불가사의하다는 언어도 붙지 않는 편안한 자유스런 생활을 해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요새 가만히 보면 바깥에서 유전으로 오든, 안에서 인과로 인해서 벌어지든, 영계가 들고 안에서도 일고 이러는 일이 많은데 사람들이 신경이 급박해지면 그런 일이 생기는 거거든요. 사회생활을 하다가 뭐 회사가 망했다든가 또는 공부를 하다가 지친다든가, 이거는 도무지 내 능력으로는 따라갈 수가 없다든가 하는 급박한 상황이 일어나거나, 또 생활 속에서 가정환경 때문에 일어나는 그런 일들을 가만히 보면 여간 많지 않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어떻게 해야만이 그런 일들을 다 물리치고 녹이고 나갈 수 있느냐 이겁니다. 여러분은, 즉 말하자면 용도에 따라서 오는 대로 거기에 맡겨놓고 거기서밖에는 해결을 못한다 하는 믿음, 그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여러 가지를 다 말입니다. 거기서밖에 해결을 못한다 하구선 딱 맡겨놓고 지켜보는 게 관하는 겁니다.

 부처님께서 진리의 말씀을 다 말씀해놓으셔서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잘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사는 것을 보면 그렇지들을 못합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 동안 내가 부처인 줄도 모르고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 진리의 말을 들어도 계속 믿지 못하는 마음이 생기고 염려가 생기고 불안증이 오르내리는 것입니다. 그 입력된 것들이 끊임없이 나오게 되는 것이 우리의 삶이죠. 그렇게 오랫동안 알지도 못하고 살아왔는데 이제 한번 믿고 맡겨놓았다 해서 그 생각이 뚝 끊어지듯이 없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마음에서 무엇이 올라오나를 지켜보면서 관하는 것이 이 공부입니다.

그럼 관하면 뭐가 나오나? 인과응보가 무너지고 습이 녹아지고 나를 발견하게 되고 진짜 공부를 하게 된다 이겁니다. 그래서 용도에 따라서 오는 대로 컴퓨터에 입력을 하듯이 다시 입력을 합니다. 오는 대로 입력을 해 놓으면 그게 돌아갑니다. 자동적으로 돌아가게 돼있는 자동기입니다. 물질적인 것을 떠나서 말입니다. 생활 속에서 체험하고 시험하면서 내 주처에 맡겨놓고 지켜본다, 이것은 아주 과학적이기도 하고 실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떠한 용도가 오든 이렇게도 굴리고 저렇게도 굴려서 자기네가 지혜를 낳아서 작용하는 거지, 어떻게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가르쳐주겠습니까. 그러니까 거기에서 스스로 지혜롭게 네 스승을 네가 찾아라 이겁니다. 네 스승을 스스로 찾는다면 그 안에서 길잡이도 되고 용도에 따라서 나오는 대로 처리하면서 굴리는 도리가 지혜롭게 나오는 겁니다. 그렇게 체험을 한다면 자기가 당당해지고 늠름해지고 지각으로 살 수 있는 그런 당당한 인간의 자유스런 행이 저절로 나오죠. 그러니 얼마나 슬기롭고 자유스럽고 좋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