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나를 버려야 하는지요? > 길을 묻는 이에게

거짓 나가 따로 있어서 그것을 버리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가 지은 대로 입력돼 있는 내 자생 중생들을 남이라고 생각해서는 아니 됩니다. 그것은 과거로부터 자기가 악업 선업을 지어온 그 자체, 근본의 표시입니다. 내 몸뚱이 속에 지금 과거의 악업 선업이 다 들어 있고, 또 지금 살아가면서 짓는 선업 악업은 미래에 올 것으로 입력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과거에 지은 거는 지금 나오고 미래에 올 것은 현실에 자꾸 입력이 되는 것입니다. 과거에 입력된 게 연방 나오면서 연방 미래로 또 입력이 됩니다. 그러면 과거에서 오는 그 업식이 어디서 일어나느냐? 내 마음 속, 그 악업 선업의 중생들의 의식에서 다 나오는 겁니다. 그게 인연을 지은 거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나오는 대로 나온 그 자리에다 다시 놓으면 미래에 받을 업도 없어지고 과거에 지은 것도 없어지는 까닭에, 모든 것은 한 구멍에서 나오는 거 한 구멍에다가 놓아라, 이렇게 한 것입니다.

여러분의 몸이 공체(公體)라고 생각하신다면 하나도 빠질 것도 없고 들여놓을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비유를 해서 따진다면, 진짜 진정한 마음을 선장이라 하고 자기 육신 속에 있는 그 의식의 생명들은 중생이라 하고 이 모습은 배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해야만이 그 배에서 움죽거리지도 않고 겁내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고, 비바람이 불고 뇌성벽력이 치는데도 그냥 무사히 타고 건너오기도 하고 건너갈 수도 있을까요?

자기 불성이라는 그 생명력을 선장이라고 비유한다면, 비가 온다 하더라도 비가 안 올 것이고 또 바람이 분다 하더라도 바람이 안 불 것이고 선장은 선장대로 그대로 중생들을 조금도 해치지 않고 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선장하고 배는 어떤 사이입니까? 어떠한 사이가 돼서 그렇게 조금도 해로움이 없이 오고 가게 됩니까? 그래서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고 하는 겁니다. 중생들의 의식이 많으니까 중생들이 이 생각 저 생각 막 내게 하는 것도 바로 선장인, 그 자기가 생각을 다스리면서 다시 되놓게 하기 위해서 맡겨놓으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거를 하나하나 따지기만 한다면 그건 빗장도 쥐지 못합니다. 그러니 무조건 믿고 따지지 마세요. 진짜든 가짜든 거기서 다 나오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 진짜다 가짜다, 어떤 게 나냐? 이러지도 마시기 바랍니다. 수없이 바꿔 가면서 하나에서 자꾸 나투는 거니까…. 아, 금방 나무껍질이었는데 금방 물에 개지고, 물에 개지니까 금방 종이가 되듯이 말입니다. 그랬을 때, 어떤 모습이었을 때 나라고 그러겠습니까?

그러니까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전부 나무껍질에서부터 모든 것이 가공돼서 나오는 것이나 같은 것이거든요. 그런데 거기에서 어떤 것을 나라고 하겠느냐 이겁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을, 나 아닌 거든 나든 거기서 나오는 건 다 다시 맡겨 놔라 이겁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가 해 나가는 모든 거, 그리고 그것이 다 하는 거, 거기서 작용하는 거, 거기서 상대성 원리가 나오는 거, 거기서 만법이 나오는 거, 꿈에도 물체가 바뀌어서 자꾸 나오는 거, 모두 그냥 한 군데다가만 맡겨놓아라 이겁니다. 나를 깨달으려면 말입니다.

주인공은 내놓을래야 내놓을 수도 없고 볼래야 볼 수도 없지만 모든 것이 나오게 된 것도 그 자리가 있어서 나오는 거니까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그 자리임을 믿고선 자꾸 관해야 돼요. 처음 공부할 때는 이유를 붙이지 마시고 그렇게 하세요.

마음은 어떠한 걸로도 쓸 수 있고 그래서 헤아릴 수가 없는 것이 마음입니다. 마음이라고 하는 것도 방편이지만 진짜 마음은, 내가 그 씀씀이에서 조금도 어긋남이 없이 쓰는 것이 진짜 공법이고 진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