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고치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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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스님, 저는 올해 대학에 들어와 청년회에 소속되어 마음공부를 하고 있는 청년 법우입니다. 궁금한 것이 있어 질문 올립니다. 예를 들어서 관직에 있는 어떤 사람이 국민들의 재물을 약탈하고 관직을 앞세워서 국민들을 도탄에 몰아넣는다거나, 자연환경을 훼손해 가면서까지 경제적인 이익을 추구하려고 하는 그런 사람들을 볼 때 그걸 ‘아, 저렇게 보는 것도 내 탓이지.’ 하고 분별하는 자기의 문제로 돌리고 가만히 있어야 되는 것인지, 아니면 잘못된 것을 고치기 위해 과감히 투쟁을 하고 목숨을 버리면서까지도 옳은 법을 지켜 가지고 사람들을 일깨워야 하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때에도 놓는 마음은 가지면서 그것도 역시 자기 탓을 하면서 해야 하는 것인지 가르침 청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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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공부하는 과정에서 모든 걸 놓아야 한다는 것은, 놓는다는 생각조차도 없이 놓다보면 상대가 곧 나라는 것을, ‘저 사람이 바로 나로구나’ 이렇게 되는 겁니다. ‘내 탓이지’가 아니라 ‘나로구나’ 하는 거죠. 그런데 ‘나이지’ 하는 그런 생각도 없이 그냥 ‘나’입니다.
진짜 놓는다는 것은 우리가 수행할 때 갖가지로 오는 것마다 모든 것을 일체로 돌리는 것입니다. 일체 내가 하는 건 다 거기서 하는 거다 할 때 일체가 놓아지는 거죠. 오는 걸 가지고 하나하나 이거 내가 하는 거다, 주인공이 하는 거다 이럴 필요가 없습니다. 나를 형성시킨 것도 그놈이고, 나를 움죽거리게 하는 것도 그놈이고, 과거로부터 미래를 다 그놈이 하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놨을 때에 비로소 어떤 일이 생겼을 때 할 말은 하고 안 할 말은 안 하되, 유하고 너그럽고 지혜롭게 상대방의 마음을 돌릴 수 있게 됩니다. 상대의 마음을 돌림으로써 그 사람이 받아들이는 율이 100%, 즉 말하자면 10%나 20%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100% 다 받아들일 수가 있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누가 모르고 말을 하면 내가 그 사람 속으로 들어가서 “나도 전자에 그랬지.” 이렇게 봐주는 거죠.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그 과정을 거쳐보니 이렇게 하는 게 어때?” 그렇게 말을 해야 그쪽에서 반감을 갖지 않으니까 스스럼없이 서로 대화할 수가 있는 것이죠.
상대방의 속을 알기 때문에 그 사람의 몸을 움죽거리게 하고, 자기가 스스로 그렇게 움죽거리게 되자 욕심을 다 버리게 되는 겁니다. 마음을 좇아서 말입니다. 내 마음이 그 마음과 둘이 아닌 까닭에 내 마음을 그쪽으로 풍족하게 줄 때에 바로 거기에서 그 풍족함을 받는다 이 말입니다. 마음과 마음으로 받았기 때문에 유순하고 너그럽게 마음을 낼 수도 있게 되는 것이고, 또 모든 문제가 순리대로 풀려나가는 것입니다.
나도 둘 아니게 공부를 해나갈 때 사람들을 접해가면서 많이 배웠지만, 짐승을 건지려고 할 때 내가 짐승 속으로 들어가서 짐승이 되지 않는다면 도저히 짐승들과 같이 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이걸 철저하게 느낀 겁니다. 토끼가 막 뛰는데 얼마나 빠른지 몸으로 따라가면은 그거는 못 잡습니다.
그래서 내가 토끼가 된 겁니다. 내가 토끼가 되니까 토끼가 가다가 멈추더군요. 그리고 돌아다보고 내가 가서 만져도 가만히 있어요, 이것이 바로 원리입니다. 어떤 경우든지 무조건 상대방을 탓하는 마음으로만 모든 일을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그것 또한 내 문제로 받아들이고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둘 아니게 응해서 해결해야 모두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열심히 공부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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