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다 놓지 못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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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는 바른 뜻을 자꾸 놓치는 듯해서 요즘은 법어집을 자주 보며 뜻을 새겨보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한 가지 일에 대해 계속 생각이 떠오르는데, 놓았다고 생각하면 또 떠오르고 또 떠오르고 그래서 이런 각도로 생각을 하고 저런 각도로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제가 아직 제대로 다 놓지 못하는 것 같아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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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굳이 공부라고 할 것은 없지만, 진실한 마음에서 우러져 나오는 자성을 발견하려고 공부하시는 분들에게 말씀드리자면, 제일 먼저 나로부터 생기는 것을 나에게 다시 놓는다고 할 때에 바깥으로 거슬리는 눈초리나 또는 바깥으로 거슬리게 보이는 거나 거슬리지 않게 보이는 거나 모든 걸 상관 안 하고, 보는 대로 듣는 대로 다가오는 대로 무조건 그 자리에 다 내려놓는 공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나는 지금 이런 위치에 있고,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고, 나는 지금 이렇게 공부하고 가고 있다는 생각, 어떤 경우에 있어서 난 이렇게 알고 있다는 거, 난 이렇게 하고 있다는 생각을 모조리 다 내려놓아야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른 것을 다 한다 하더라도 내가 이런 거를 알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것이 바로 놓는 데에 장애물이 돼서 놓아지지 않는 겁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할 때 그 생각이 제일 장애가 되는 것입니다. 내가 알고 있다는 거, 내가 아니라면 이것을 꾸려 나가지 못한다는 그런 망녕된 생각 말입니다. 지금 여기서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그런 생각도 없어야 됩니다, 나 자신도 말입니다. 사람사람이 누구를 막론하고 그런 착과 욕심과 애착 또는 내가 안다는 아상을 세우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그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부처님 법이 얼마나 정확하고 좋은 법인데 그런 법을 그렇게 소홀히 해 가지고 터득이 될 것 같습니까?
여러분은 고등동물이면서도 앞으로 비가 올지 또는 태풍이 불어올지 또는 가정에 앞으로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어떠한 병이 생길지를 예측을 못하고 삽니다. 그런데 놓는다는 거는 그냥 맥없이 놓는 게 아니에요. 그냥 놓으라고 하니깐 맥없이 그냥 놓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급한데 그냥 놓으라고 한다면 그게 이해가 가겠습니까? 그 놓는다는 건 대치하는 거예요. 그 자체를 대치하기 위해서 놓는 것이지 무덤덤하게 그냥 놓는 게 아닙니다. 어떠한 문제든 그 자리에 맡겨 놓아야 보이지 않는 데서 대치를 해서 해결을 하지 그렇지 않으면 정신계에서 그게 안되거든요. 그러니까 놓을 수 있는 실천을 자꾸자꾸 하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놓겠다는 생각에도 끄달리지 마시고 안 놓고 있다는 생각에도 끄달리지 말고 그냥 그 자체를 내려놓으세요. 변소에 앉았든지 어디에 가든지 무슨 일을 하든지 어떠한 상황에 있다해도 오로지 그 자리에서 해결한다는 믿음으로 맡겨 놓는다면 얼마 안 있어서 모든 것이 다 원만하게 해결되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됩니다. 또 잘 되는 일은 감사하게 생각하구요. 그래서 어떤 경우이든 간에 얼마나 근본을 확고하게 믿을 수 있고, 나라는 것을 손톱만치도 남기지 않고 송두리째 맡기고 살아갈 수 있느냐가 생사를 갈라놓을 수 있는, 생사를 파괴할 수 있는 그런 함이 없는 공부라는 것을 진실로 아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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