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이 붙지 않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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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스님께서는 모든 일을 함이 없이 하고 살라고 하시는데 저의 모습을 보면 함이 없이 하고 간다고 하면서도 습이 덕지덕지 붙어서 차곡차곡 업이 되어 저의 발목을 붙들고 늘어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습과 착이 붙지 않고 허공처럼 티 없는 자유인으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가르침 주십시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그래서 공했다고 하는 겁니다. 색이자 공이요, 공이자 색이라는 것은 비행기 프로펠러가 돌아가듯 하는 것인데, 그렇게 돌아가는 데에 먼지 묻을 것이 뭐 있겠는가 이겁니다. 육조 선사께서 “틀이 없는데 거울이 어디 있으며 거울이 없는데 먼지 앉을 게 어디 있느냐?” 하신 것이나 “테가 없어서도 아니고 있어서도 아니 되느니라” 하는 뜻은 뭐냐? 없다고 하면 없는 데 치우치고, 있다고 하면 있는 데 치우치기 때문에, 그것은 없어서 없는 게 아니라 그렇게 빠르게 프로펠러가 돌아가듯 그렇게 빠르게 돌아가니까 먼지 앉을 게 없다 이 소립니다. 그래서 ‘무(無)!’ 했던 겁니다.
세상은 그렇게 순간순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돌아가고 있는데 사람의 사량적인 마음은 결국은 이런 게 어떠니 저런 게 어떠니, 내가 했느니 내가 줬느니 항상 그렇게 하기 때문에 그것이 업보가 되고 또는 유전이 되고 윤회에 끄달리고 그런 문제점이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가 마음으로 지어서 부스럼을 만들고 아프다고 울고, 또는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어 놓고 괴롭다고 우는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끄달린다면 부(父)와 자(子)가 상봉할 수 없는 그런 일이 됩니다. 심봉과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데에 심봉이라고 따로 부르지 않고, 프로펠러라고 따로 부르지 않지 않습니까? 그냥 ‘그 사람!’ 하면은 그냥 그 사람 안에 진실한 마음도 거기에 있듯이, 또 프로펠러라고 그렇게 부르면은 그 프로펠러 속에 바로 심봉이 들어 있듯이, 물질적인 것은 보이지마는 심봉이라는 것은 내놓을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고 바로 쥘 수도 없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프로펠러가 돌아가듯 여여하게 돌아간다 이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우리 인간만 그런 게 아니라 우주도 역시 그렇게 삼각 원형을 이루고 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어느 별성도 삼각 원형을 이루지 않고 도는 것은 없습니다. 즉 말하자면 우리 지구도 그렇게 삼각 원형을 이루고 돌아가고 있고 은하계도 그럴 뿐 아니라, 무전자와 유전자, 바로 무생 유생, 일체가 같이 돌아가는 겁니다. 일체 유전자 무전자가 같이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불교에서 말하는 거와 마찬가지로 불, 법, 승 삼보가 같이 원형을 이루고 돌아간다 이겁니다.
그래서 본래 습이 있을 수가 없어요. 그냥 몸 속에 있는 생명들과 나와 더불어 같이 살기 때문에 공했단 말입니다. 그랬으니까 속에 생명들이 움죽거릴 때 내가 했다고 할 겁니까? 내가 움죽거릴 때 내가 움죽거렸다고 할 겁니까? 그렇지 못하잖아요, 알고 보면. 모두가 팔 하나 들어도 이건 내가 움죽거린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어떤 걸 움죽거렸을 때 내가 움죽거렸다고 할 수 없는 거거든요. 그래서 내가 없다 내가 공했다, 내가 공했으니까 내가 하는 것마다 전부 공했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함이 없이 하는 거죠. 함이 없이 하는 거예요, 그냥. 그래 책에도 ‘분별 아닌 분별’ 이렇게 해놓으면 이것이 ‘분별이 아닌 분별’ 이렇게 되죠. 하면서도 함이 없이 하는 거를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그냥 함이 없이, 진실하게 함이 없이 하는 거란 말입니다. 그 진실한 거는 내 껍데기가 한 게 아니라 내 알맹이가 나를 이끌어 가지고 가기 때문에 진실한 거지, 내 몸뚱이가 진실한 것은 아니에요. 이 몸은 수레와 같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 수레를 끄는 장본인이 누구냐는 얘기입니다. 그걸 굴리려고 끄는 장본인 말입니다. 그걸 주장자라고도 하고 깃대라고도 하고 그냥 그걸 자불이라고도 하고 뭐, 불성이라고도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이름을 가지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 이름 있기 이전 그거를 알고 우리가 진짜로 믿고 들어가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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