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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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사람이 살면서 호흡을 멈출 수 없듯이 생각도 호흡과 똑같은 그런 작용을 하는 거 같습니다. 생각이 계속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데 생각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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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생각을 멈추면 목석입니다. 생각이 끊이지 않는 자체가 살아 있다는 증거요, 또한 공부할 수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다만 일어나는 대로 끄달려서 괴로워하느냐, 아니면 어떤 생각이 일어나든지 다시 나온 거기에 맡기는 작업을 하느냐 하는 데에 따라서 같은 생각이라 할지라도 망상이 되느냐 아니면 한생각이 되느냐 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가끔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생각을 건전하게 하느냐, 생각을 이무렇게나 막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냥 생각이 나는 게 아니라 나무가 흔들리는데 바람이 이쪽으로 불면 이쪽으로 흔들리고, 바람이 저쪽으로 불면 나무가 저쪽으로 흔들리는 걸 눈으로 보면서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은, ‘아, 저 나무도 바람이 이쪽으로 불든 저쪽으로 불든 상관하지 않고 바람 부는 대로 쓸리면서 아무리 모진 바람을 쐬어도 말 한마디 없이 저렇게 인내하면서 가는구나.’ 합니다. 또 어떤 때 비가 쏟아질 때는 ‘저렇게 비를 맞고도 의연하게 서 있구나. 그러니 저 나무들도 전부 스승 아닌 게 없구나. 모두 나같이 살라고 하는구나.’ 그러면서 ‘나무들아! 나를 봐라. 너는 나를 보고 배우고 나는 너를 보고 배운다.’ 그러면서 서로 주고받곤 합니다. 그러니 스승 아닌 게 하나도 없습니다.
또 가을철에나 겨울철에 차를 타고 가면서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을 보면 생각이 나기를, 보면 보는 대로 그런 거예요. 인간이라면 아주 정이 많죠? 모두 사랑 아니면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놈의 사랑 때문에 울고불고 웃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그런 걸 볼 때에 그런 생각이 들어요. 너는 옷을 다 벗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서 그렇게 추워서 벌벌 떨면서도 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인내를 가지고 임이 오기를 기다려 주는구나. 너는 잎새가 다시 필 때를 기다리면서 그렇게 모진 바람에 휘달리고 눈보라에 휘달리면서도 조금도 군말 없이 의연하게 가는데 사람들은 조금만 일이 생겨도 뛰고, 조금만 화가 나도 이런 게 치민다고 하고 화를 내면서 내던져 부수고 때리고 쥐어박고 하는데 나무는 그 모진 고생을 묵묵히 견디면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이게 도무지 뭔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생각이라는 게 꼬리에 꼬리를 물더라도 그렇게 생각을 내게 하는 것도 좀 피곤하니까 생각 좀 이렇게 안 하게끔 하라고 거기다가 맡겨 놓고 묵묵히 그냥 하세요. 그리고 정히 생각할 게 있으면 하면서도 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너무 그러니까는 그렇게 자주, 마음이 게을러서 여유가 있어서 그렇게 자꾸 생각이 나는지는 몰라요. 마음이 여유가 있으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꾸 딴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마음이 여유가 없을 때는, 꽉 차서 돌아갈 때는 여유가 없어서 딴 생각할 틈이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주인공에 그냥 꽉 맡기고 생각날 때마다 ‘너 알아서 해’ 그러고 진짜 생각을 해야 할 거는 ‘너만이 할 수 있지 않아?’ 하고 그렇게 해 놓으면, 그렇게 하다보면 아주 마음이 편안하게 됩니다. 그걸 느끼게 되는 겁니다. 어떤 사람이든지 마음부터 편안해져요, 벌써.
왜냐? 가정의 애고가 줄어드니까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까 어떤 상황이 생겨도 남의 탓을 안 하고 남 원망을 안 하게 됩니다. 모두가 자기 탓이니까요. 깡통이 열개가 모여서 소리가 났다 하더라도 그건 깡통 자기 탓이지 누구 탓이 아닙니다. 자기가 깡통이니까 깡통하고 부딪혀서 소리가 나는 겁니다. 자기가 금이라면 깡통하고 부딪친들 어떻게 소리가 나겠습니까? 그러니깐 깡통 자기 탓이죠. 전부 자기 탓입니다. 누구의 탓이 아니예요. 그러니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하지 마시고, ‘모든 건 다 내 탓이로다’ 이렇게 생각하고 모든 거를 거기다가 맡겨 놓아야 합니다.
사람이 살아나가려면 가정에서나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 때문에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꾸 달아납니다. 그런데 꿈꾼 생각을 하는 것도 또 꿈이거든요. 그래서 꿈에서나 생시나 꿈을 건전하게 꿔야 합니다. 그렇게 산만하게 꿈을 꾸지 마세요. 모든 거는 그냥 다 집어넣어버려요. 그렇게 집어넣다 보면 편안하게 될 테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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